‘오시팔교(五時八敎)’교상판석 완성교상판석은 중국의 모든 종파의 개조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종파가 분립되지 않았던 그 이전시대부터, 말하자면 남북조시대의 전반에서부터 이미 행해지고 있었다.이 교상판석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이 천태종의 개조인 천태지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천태사상은 지의가 공관을 밑바탕으로 하여 조직하고 체계화한 법화사상의 전개라고 할 수 있다. 법화사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지의는 천태교판인 오시와 팔교에서 그 주장을 뚜렷이 세우고 있다.지의는 불교의 모든 경교(經敎)를 붓다가 설법한 차례와 순서에 따라 다섯 단계 즉 오시(五時)로 배열하였다. 여기에 설법의 방법과 형식에 따라 분류한 화의사교(化儀四敎)와 법의 내용인 일체 교리를 분류한 화법사교(化法四敎)의 팔교(八敎)를 결부시켜 ‘오시팔교(五時八敎)’로 지칭되는 교상판석을 완성시켰다.오시(五時)란 화엄시(華嚴時) · 아함시(阿含時) · 방등시(方等時) · 반야시(般若時) ·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로 일체의 경전을 설한 시기에 따라 분류하고 통일한 것이다.화엄시(華嚴時)는 붓다가 <화엄경>을 설한 시기로 성도(成道) 후 21일 동안이다. 화엄경은 붓다가 직접 깨달은 법을 조금도 수식하지 않고 순수한 형태로 직접 설한 것이다. 아함시(阿含時)는 붓다가 <아함경>을, <화엄경>을 설한 직후, 12년 동안 설한 것을 말한다. 최초의 설법장소가 녹야원(鹿野苑)이었으므로 녹야시라고도 한다. <아함경>은 이해력이 가장 낮은 사람을 위한 경전으로 간주되며 붓다 최초의 설법에 해당한다. 방등시(方等時)는 붓다가 <유마경>, <능가경> 등의 여러 방등(方等)경전을 아함 이후 8년 동안 설한 것을 말한다. 방등경(方等經)은 소승(小乘)의 사고방식을 신란하게 비판하고 나무라면서 대승으로 이끌어간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소승불교를 배척하고 대승불교를 찬탄했으며 소승을 부끄럽게 여기고 대승을 흠모한 것이다.반야시(般若時)는 붓다가 각종 <반야경>을 방등(方等) 후 22년 동안 설한 것을 말한다. 공(空)의 근본 진리를 해명함으로써 소승을 대승으로 길들인 것이다.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는 붓다가 <법화경>과 <열반경>을 반야시 이후 8년 동안 설한 것을 말한다. <법화경>은 통일적인 진리 내지는 세계를 설명하고 있으며, <열반경>은 붓다가 입멸할 즈음에 하루 밤낮동안 설했던 것으로 내용적으로 <법화경>과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팔교(八敎)는 화의사교와 화법사교이다. 화의사교(化儀四敎)는 설법의 방법과 형식에 따라 돈교(頓敎) · 점교(漸敎) · 비밀교(秘密敎) · 부정교(不定敎)로 분류한 것이고, 화법사교(化法四敎)는 붓다가 설한 법의 내용인 일체 교리를 장교(藏敎), 통교(通敎), 별교(別敎), 원교(圓敎)로 분류한 것이다. 화의사교를 살펴보면 돈교는 점차적으로 설하지 않고 단번에 대승의 심오한 법을 설하는 것을 말하며 화엄시에 해당한다. 점교는 점차의 의미로서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으로 점진, 유인하는 것을 말한다. 소승으로부터 대승에 걸친 설법이 포함되며 아함, 방등, 반야시에 해당한다. 비밀교는 듣는 사람이 서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으로 모든 경전에 지칭된다. 부정교는 듣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의미가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소승과 대승의 모든 경전에 대하여 지칭할 수 있다. 화법사교는 지의의 독창적인 인식으로 지의의 불교관과 사상적 입장이 표출되어 있다. 장교는 경(經) · 율(律) · 론(論)의 삼장교(三藏敎)라는 의미로 소승불교를 가리킨다. 이는 불교 교리를 이해하는 초보적인 단계로 특히 공(空)을 파악하는 방법에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교는 공통의 교법(敎法)이라는 뜻으로, 앞의 장교에도 통하고 뒤의 별교, 원교에도 통하며 또 성문(聲聞) · 연각(緣覺) · 보살(菩薩)의 삼승(三乘)에 공통되는 교리이다. 즉 대승과 소승에 공통되는 교리이다. 대승의 경전 가운데 특히 <반야경>이 통교를 대표한다.별교는 앞의 장교와 통교, 뒤의 원교와도 구별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한다. 오로지 보살만을 대상으로 삼는데 이 점이 이승(二乘)과 같지 않으며, 대승에서 설한 특별한 가르침이다. 교리로서는 공(空)으로부터 가(假)로 나아가며 현실의 한량없는 모습에 대한 자유자재의 대응을 설한다. 그리하여 다시 중(中)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전으로 <화엄경>을 들 수 있다.원교는 원만한 가르침이라는 의미이며, 진리 내지 세계를 총합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공가중(空假中)에 대하여 말하면 별교처럼 차제의 삼관(三觀)이 아니고 원융상즉의 일심삼관(一心三觀)이다. 공가중(空假中)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참으로 적당함을 얻어서 진공묘유(眞空妙有)가 진(眞)이 되는 등, 여러 가지 사물이 본래 지녀야 할 바를 얻어서 무작(無昨), 즉 자연스럽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원교에 가장 적합한 경전으로 <법화경>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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