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이후에 열병을 앓는 것을 서병(暑病)이라 한다. 

여름철은 기혈(氣血)이 겉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을 때이다. 이 말을 이해하면 한방생리(韓方生理)의 상당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사람의 생리상태가 계절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한방의 시각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나무가 겨울과 여름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무는 여름에는 잎이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겨울에는 뿌리가 가장 많은 활동을 한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여름에는 피부나 겉에 기혈이 풍부해지고 내부에는 기혈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굳이 현대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지므로 인해 인체 내부의 온도(이를 중심체온이라 한다)가 같이 상승하므로 중심체온을 유지하려면 피부쪽의 모세혈관을 열어서 혈액흐름을 왕성하게 하여서 열을 발산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때 피부의 상태는 충혈이 되어서 발산이 되고 있는데 그것은 땀의 형태로 많이 볼 수 있으며 만약 땀이 원활하게 나지 않으면 자칫하면 염증이 쉽게 올 수 있는 상태가 되게 된다. 그래서 짓무르는 피부트러블들은 여름에 많이 오게 되어 있다.

똑같은 화상을 입어도 여름에는 살이 쉽게 짓무르는데 반해 겨울에는 별로 상처가 커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에 반하여 내부 장기들은 기혈이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되어 있어서 장기의 기능은 허해져 있다고 본다. 이것이 여름을 나는 인체 기혈의 정상적인 상태이다.

땀이 난다는 것은 우선 땀 속에 노폐물이나 독소를 녹여서 같이 배설 할 수 있고 땀이 기화하면서 체온을 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땀은 소변처럼 재흡수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전해질의 부족이나 탈수가 올 수가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물과 전해질의 보충을 꼭 해 줄 필요가 있다.

여름에 땡볕 아래서 일이나 운동을 과하게 하여서 땀만 많이 흘리고 보충을 해주지 않아서 오는 발열(發熱)이나 갈증(渴症), 두통(頭痛), 전신무력감(全身無力感), 하혈(下血), 황달(黃疸), 반진(瘢疹) 등이 나타나는데 심해지면 경련(痙攣)에 이은 쇼크까지 올 수가 있다. 이 상태를 일사병(日射病) 혹은 열사병(熱射病)이라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상서(傷暑)라 한다.

상서가 심해져서 쇼크가 나타날 정도면 뇌신경에도 이상을 초래할 수가 있으며 잘못하면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심해지기 전에 물과 전해질을 보충하면서 쉬면서 예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니 더운날 일이나 운동을 하러 갈 때는 반드시 이온음료나 소금을 좀 챙겨가는 것이 꼭 필요하며 땡볕이나 더위에 너무 오래 노출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요즘에는 땀을 많이 흘려서 병이 오는 경우보다는 흘려야 될 땀을 흘리지 못해서 병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을 중서(中暑)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에 말하는 냉방병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더운 계절에 으슥한 집이나 큰집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많이 생겼는데 요즘은 에어컨으로 인한 찬 기운 때문에 많이 온다.

여름에는 체표로 기혈이 많이 몰려있는데 실내온도를 차게 장기간 유지를 하게 되면 발산해야 하는 열기를 체표에서 발산을 하지 못하므로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인 증세가 두통(頭痛), 오한(惡寒), 신통(身痛), 사지관절통(四肢關節痛), 흉만(胸滿)이 오게 되며 피부에 열이 몰려서 뜨겁게 되며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체표의 발산하려고 하던 기혈이 찬 기운에 의해서 막혀서 오는 증세이다. 여기에다 찬 것까지 많이 먹게 되면 내장의 기능도 이상이 생겨서 중서의 증상에다 흉통(胸痛), 복통(腹痛), 구토(嘔吐), 설사(泄瀉)까지 하게 되는데 이를 세균성 장염이라 오인하여 항생제(抗生劑)나 지사제(止瀉劑)를 복용하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따뜻한 생강차에 온수욕(溫水浴)으로 내장을 따뜻하게 달래고 체표를 발산시키는 것이 좋다. 심해지면 관격(關格)이라는 상태까지 올수 있는데 그렇지 않길 빌 뿐이다.

관격은 토하면서 설사까지 같이 겹치는 것을 말하는데 상당한 고생을 하게 된다. 이 증세는 현대적인 병명으로는 급성식중독하고 유사하다. 이 모든 것이 여름에 찬기운을 너무 많이 쐬거나 또 찬 것을 많이 먹어서 올 수 있는 증세들이다.

<위생가(衛生歌)>에 이르기를  ‘사계절 중 여름에 조리하기 힘든 것은 음이 속에 숨어 있어 배가 차가워 설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신(腎)을 보하는 약이 없으면 안 되고, 차가운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심(心)은 성하고 신(腎)은 쇠하니 무엇을 주의할까? 정기(精氣)가 새어 나가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잠자리는 조용하고 깨끗해야 하고, 생각을 고요히 하여 심기(心氣)를 고르게 한다. 얼음물과 채소, 과일은 사람에게 좋을 것이 없으니 가을이 되면 학질과 이질이 생긴다’고 하였다.

여름 한철은 적당한 운동을 하여 땀을 통해서 양기를 발산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속을 데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시풍속(歲時風俗)을 보더라도 여름에는 삼복(三伏)을 통해서 영양을 보충하고 체력을 보양하며 유두절(流頭節)에나 서늘한 음식으로 더위를 달래 왔던 것은 생활을 통해서 얻은 지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여름에는 차가운 음식은 별미로 간혹 먹고 따뜻한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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