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가 위기다. 갈수록 신도수도 감소하고 청장년층의 관심과 참여도 줄어들어 '늙은 불교'가 되고 있다. 기독교 등 다른 종교들도 이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이지만 불교의 교세 약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때 불교는 1200만 신도수를 자랑하는 한국 최대의 종교였으며, 사회적 영향력도 막강했다. 그러나 이제 1위 자리를 기독교에 내주고 2위 자리마저 천주교에 내줄 처지에 놓였다. 종교 인구의 경우, 각 종교가 밝힌 숫자는 신뢰도가 낮아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한 통계청 발표가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불교 인구는 761만 9000명(15.5%)으로 기독교(967만 6000명, 19.7%)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5년 조사 당시 1058만 8000명(22.8%)에 비해 10년 만에 숫자로는 296만 9000여명, 인구대비 비율로는 7.3%나 감소한 것이다. 놀라운 감소폭이 아닐 수 없다. 불교 신도수의 감소는 한국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 약화로 연결돼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불교 교단의 난립도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불교 교단은 482개로 기독교의 374개 보다 무려 108개가 많았다. 불교가 기독교 보다 더 심각한 교단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482개 교단 중 교세가 확인된 것은 146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336개는 실체도 없는 교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체없는 교단의 난립은 한국 불교계를 혼탁하게 하고 불자들이 불교를 떠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상황과 다르다. 불교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 불교의 국제적인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 자료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중국의 불교 인구는 2억 4660만명으로 중국 총인구(13억 7000만명) 대비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의 불교 인구를 가진 국가가 되었다.

중국 불교는 문화대혁명 당시 엄청난 핍박을 받아 쇠퇴의 길을 걸었으나, 개혁개방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지장보살 김교각 스님이 입적한 구화산(九華山) 등 중국 불교 4대 성지에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불교는 내적인 성장과 함께 대외적인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 중국식 사찰을 세우고, 각종 국제교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불교 유적지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화산 성지가 있는 안휘성(安徽省) 지주시(池州市)의 경우, 필자에게 구화산 지구 개발과 교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 불교는 삼국시대 중국을 통해 전래됐고, 수행과 의식 등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태고종의 종조인 태고보우(太古普愚)국사도 1346년(고려 충목왕 2년) 중국에 가서 하무산 석옥청공(石屋淸珙)의 법을 받아 임제종의 초조(初祖)가 된 것이니 중국 불교의 법맥을 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중국으로 부터 전래된 불교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끊어지고 사라진 중국 불교문화의 복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순천 선암사처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잘 보존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들은 중국 불자들을 매료시키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태고종 호명 총무원장께서 총무원에 국제협력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한중 불교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타 종단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 불교는 중국 불교와 같은 뿌리이다. 일부 불교 종단들이 일제 강점기에 왜색화의 과정을 겪기도 했으나, 주요 종단들은 중국에서 전래된 법맥을 잘 계승하고 있다. 이제 한국 불교는 중국 불교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중흥을 이뤄내야 한다. 그 길은 자비와 평화, 전통의 종교인 한국 불교가 가야할 올바른 길이다.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태고종 국제협력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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