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극근의 임종게
단순하지만 기막힌 여운 남겨

중국 선종의 법맥을 잇는 이름 있는 선사들의 임종게는 저마다 독특함이 있다. 어려서 출가하여 여러 지역을 편력하다가 오조법연에게 사사하여 법을 이은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도 그만의 독특한 선풍이 게송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 임제종 양기파의 승려로서 원오극근은 송의 휘종으로부터 불과(佛果)선사라는 호를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임종게는 평소 보였던 후학의 제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 것도 해놓은 것 없거니
임종게를 남길 이유가 없네
오직 인연에 따를 뿐이니
모두들 잘 있게.

已徹無功 不必留頌
聊爾應緣 珍重珍重

이 임종게의 특징은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어 특별히 따로 임종게라고 남겨 놓을 이유도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내용을 알고 보면 역설과 반전의 기풍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원오극근이 누구인가. 휘종 고종의 두터운 존경을 받고 있었고 대정치가 장상영이 그의 법력(法力)에 탄복해 교유했으며 『벽암록』10권을 편찬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가 가는 곳이면 학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가 머물던 장산에는 학인을 수용할 자리가 없을 만큼 빽빽이 후학이 찾아들었다. 그런 그가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다고 하니 겸손한 태도로 치부하기엔 어쩐지 어색하다. 더욱이 생전 그의 성품을 들여다보면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성품은 수컷의 기개가 그대로 배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방한 남성선(男性禪)을 특질로 하는 중국선에서 겸손함이란 가당치 않다.

그렇다면 원오는 임종게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마지막 구절의 '모두들 잘 있게'를 제대로 음미할 필요가 있다. 세상인연 다했으니 가려는 것일 뿐 굳이 형식적으로 무엇무엇을 따로 남기고 할 이유가 없다. 다 부질없는 짓에 불과하다. '잘들 있게' 이 한마디가 기막히게 멋들어지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원오의 깨달음은 미진함이 없다는 반증이다. 나아가 그것으로써 후학들에게 지극한 도리의 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큰 가르침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원오는 간화선의 거두이자 임제종에서 많이 애송된 『벽암록』의 편저자다. 그런 그가 ‘모두들 잘 있게’ 란 말 이외 어떤 말을 세상에 남길 것인가? 역시 당대의 큰스님 다운 한 마디로 모두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불교언론인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