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10월 상달은 어떤 관계와 의미를 맺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전에 상달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는 게 필요할 듯하다. 1년은 12달로 나누어졌는데 12달 중에 음력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부른다. 상식적으로는 12월이 상달로 정해져야 맞다. 하지만 음력 10월을 왜 상달로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숫자의 개념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간다. 숫자의 진법은 10진법,12진법, 60진법 등이 있고 무게와 길이, 부피, 속도 등 단위측정 진법 또한 매우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를 도량형이라 명칭 하고 각 나라마다 달리 사용을 하고 있다. 도량형을 제외하면 십진법 숫자는 0 ~ 9 까지 열 개이고, 수의 개수는 9이다. ‘0’ 은 없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단위가 바뀔 때마다 사용된다. 10단위 20단위 30단위 등으로 과거의 자신을 바꾸어 새로운 숫자가 증가를 할 때 마다 ‘0’ 이 사용되는 것이다. 12진법의 활용은 달의 개념으로 표현되지만, 천문적으로는 태양이 12별자리를 통과할 때를 ‘달’ 또는 ‘월’ 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간의 개념으로는 하루를 낮과 밤으로 구분하고 낮 12시간, 밤 12시간으로 세분화 하여 12진법이 활용된다. 60진법의 활용은 동양권에서 사용되는데 10간에 12지를 순서적으로 배치하여 60의 조합을 만들어 일 년 단위를 사용하는데 쓰이고 있다.

10이라는 숫자가 왜 상달로 사용하게 되는지를 보면 위에서 잠시 언급을 했듯이 열개 단위가 넘을 때마다 단위가 바뀐다. 숫자가 9까지 왔다가 ‘0’(空)하나가 더해지면 10이라는 숫자로 넘어가 새롭게 변신을 한다. 한문 ‘十’ 이라는 한자의 태동은 음 ‘-’과 양 ‘l’의 교합을 상징하고 만들어진 언어의 표현이다. 이에 따라 음양 교합을 의미하는 ‘십’ (+)이 사용된 것이다. 그래서 10이라는 의미는 1~9까지 높아지다가 0(空)과 합(合)이 되어 10이라는 2단위의 태동이 이루어져 증가하며 변모를 한다. 그래서 10이라는 숫자는 열 두개의 달 중에는 비록 작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새롭게 변모하고 증식되는 자기 자신을 의미하므로 풍요의 개념이 포함된다.

이렇듯 10월이라는 단위 속에는 새롭게 시작됨과 풍요, 감사와 증장의 개념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깊게 인식하고 사용했던 옛조상님들의 슬기로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선조님들은 이에 더해 날짜도 10을 가미해서 썼던 것이다. 특히 음력 10월10일을 기해 불교에서는 상달맞이 법회, 각 가정에서는 상달고사를 통해 풍요를 기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양의 추수감사절 보다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상달을 맞이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먹을거리는 모든 것이 불을 사용하여 요리가 된다. 우리나라는 부엌에서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조리한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펴 집안의 온도를 높이고, 또 음식을 조리하는데, 부엌을 한자로는 ‘조왕’이라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불을 다루는 신을 ‘아그니’ 신이라 하며 많은 신중에 두 번째로 지위가 높다. 이와 같이 불, 부엌, 아그니(아궁이)신, 조왕신 등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 시대로 접어들며 조왕신이 미신으로 치부되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농업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로 들어서서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인간이 안 먹고 살 수 있는 정보화시대는 존재 할 수 없다.

여러분은 ‘신주단지’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10월 상달 고삿날에는 신주단지에 넣어 두었던 쌀과 그해 거둔 쌀을 더해 고사용 시루떡을 지었다. 또 빈 항아리에는 새로 빻은 쌀을 가득 넣고, 그 위에는 고사 시루떡을 지을 때 맨 위에 흰떡을 얹었는데 신떡이라 하여 신주 항아리 위에 얻어 꼭꼭 놀러 덮은 다음 얼마 정도의 돈과 그리고 각종의 곡물을 함께 담은 신주단지를 모셔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신주단지는 미신으로 치부되어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선조님들은 미신을 모신 것이 아니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천재지변에 철저하게 대비를 하였던 것이다. 항아리에 썩지 않게 밀폐하여 넣어둔 쌀은 비상식량으로, 돈은 비상금으로 각종의 곡류는 씨를 거둘 수 없이 흉작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였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매우 중요하였기에 부엌에 모시고 조왕신, 아궁이, 아그니신, 신주단지 등으로 표현되었음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시월 상달은 이러한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총무원 전법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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