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든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큰스님의 권유로 삼만 배를 끝낸 지금, 내 마음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과 행복과 기쁨으로 빛난다.

 

내가 삼만 배를 시작하기로 한 건 내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10년 전, 그러니까 2010년쯤, 나는 본의 아니게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조기퇴직을 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날마다 출근해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집에 있자니 가슴에 울화증이 치밀고, 분노와 적개심으로 화병이 쌓여갔다.

오래전부터 다녔던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명상도 하고 큰스님 법문도 들었지만 가슴에 쌓인 분노와 적개심과 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급기야는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왔다.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이고 지옥이었다. 제 분에 못 이겨 몸은 여윌 대로 여위고 신경은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초하루 법회가 끝난 뒤 큰스님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그리곤 차를 한 잔 권하시더니 자초지종을 물으셨다.

한참을 묵묵히 있던 나는 갑자기 눈물 바람을 하며 그간의 속사정을 다 털어놓았다. 말없이 듣고 계시던 큰스님은 딱 한 마디만 하셨다.

“보살님, 제 말씀대로만 하면 다 해결될 수 있는데 한번 해보실래요?”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던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없이 “네” 하고 대답했다.

큰스님의 처방은 간단했다.

하루에 천 배씩 하루도 빼먹지 말고 30일 동안 계속하라는 것이었다.

아득한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다음날부터 나는 무조건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5일쯤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입에서 울음보가 터지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동안 모든 것을 남 탓으로만 돌렸는데, 더 큰 탓은 내게 있었던 것이다.

삼만 배가 끝났을 때 내 몸과 마음은 날아갈 듯 기쁘고 가벼워졌다. 마음의 화병과 우울증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내 탓이었고, 내 잘못이었다.

지금은 내 존재 자체가 고맙고, 내 옆에 존재해주는 존재들 자체가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나에게 삼만 배와 참회 감사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신 큰스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큰스님, 감사합니다.

이금순(전남 순천시 연향동)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