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다는 것에 대하여

 

맵다는 게 이런 것인가

 

1월 첫날 허공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가난한 가지에

가난하게 앉아 있다

모든 것을 생략한 채

점으로 앉아 있다

 

평생 토굴에서

점으로 살다가 입적한

스님이 생각난다

맵게 살다가 간

노스님이 생각난다

 

생략하고 사는 동안

얼마나 가벼웠을까

생략하고 사는 동안

얼마나 매웠을까

 

무소유란 게 그런 것일까

매운 것이란 게 그런 것일까

생략이란 게 그런 것일까

 

1월 첫날의 허공

그 가난한 겨울 나뭇가지에

가난하게 앉아 있는

까치 한 마리

 

골방 같은 토굴에서

평생

오후불식*을 하고 가신

노스님

 

나도,

매운 까치가 되고 싶다

 

가난한

겨울 까치가 되고 싶다

*오후불식(午後不食)은 말 그대로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으로, 수행의 의미도 있지만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겸허의 뜻도 있다.

-지난겨울, 노스님의 원적(圓寂) 소식을 접했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사표(師表)였기에 충격이 컸다.

10여 년 전, 겨울 만행에 나섰을 때 강원도 강릉버스정류장 안 분식집에선가 삼척버스정류장 안 분식집에선가 ‘땡초김밥’을 먹을 적 있다. 처음엔 이름이 땡겨 먹었다. 그 다음엔 혓바닥을 쏘는 청양고추의 그 강렬할 매운 맛이 땡겨 한 줄 더 시켜먹었다. 알고 보니 ‘땡초’는 내가 아는 ‘땡추’가 아니라 ‘청양고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왓티의 기원정사에 계셨다. 그때 새로 계를 받은 (어떤) 비구가 탁발에서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그의 처소로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비구들이 가사를 만드는 일을 돕지 않았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리자 부처님은 그 비구를 부르시고, 비구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물으셨다. 이에 비구는 “부처님,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이 비구의 반응을 보시고 비구들에게 이 비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씀하신 뒤, 게송을 읊으셨다.

정진함에 태만한 것이 아니고 노력함이 부족한 것이 아니니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을 성취할 것이다.

이 젊은 비구는 실로 최상의 사람이니

마라를 쳐부수고 최후의 몸을 얻었다.’

『쌍윳따 니까야』 「21 빅쿠 쌍윳따 4」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젊은 비구 모습 위로 살아생전, 노스님의 모습이 겹쳐진다. 분명, 어디선가, 매운 까치가 되어 계실 거다. 노스님께 바치는 헌시다. 이벽(시인⦁언론인)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