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경, 홍창성 공저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 출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무 원인과 조건 없이 무(無)로부터 나온 것은 없다. 사물은 조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데 따라 생겨나고 소멸한다. 즉 사물은 조건에 의존해서 생겨난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다.

이 책은 생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불교에서의 연기와 공(空)의 관점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필자들은 연기와 공의 관점이 단순히 기존 방법론과 양립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해야만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고, 따라서 생명현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논의는 크게 여섯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첫 주제인 ‘불교로 이해하는 생명과학’에서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연기, 무상, 공, 깨달음, 그리고 자비의 가르침을 설명하면서 이 가르침들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설명한다.

둘째 주제인 ‘생명과학과 깨달음’에서는 과학이론의 교체가 마치 정치체제의 근본적 교체와 같이 혁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생명과학의 혁명적 발전을 위해선 기존의 서구적인 본질주의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연기와 공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주제인 ‘개체’에서는 생로병사의 실존적 문제를 생명과학 안에서 구체적인 예를 통해 논의한다. 생로병사라는 현상을 생명과학적으로 고찰하다 보면 결국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관조해 보면, 생로병사가 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계의 변화 과정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래서 불교적 생명과학이 주는 통찰로도 우리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넷째 주제인 ‘종(種)’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소개하면서 종의 존재에 대해 비판적 논의를 전개한다. 다윈 스스로도 종에 대한 본질주의를 철저히 배격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생명과학자들이 보고해 온 종 본질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종과 관련한 생명현상도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해해야만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섯 째 주제 ‘유전자’에서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유전자 중심 결정론은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수정 보완되거나 새로운 이론으로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섯 째 주제 ‘진화’에서는 먼저 진화란 향상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이라는 다윈의 주장을 설명하면서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불식시킨다. 또한 다윈이 해결하지 않고 과제로 남겨 놓은 두 가지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불교가 지난 2,500년 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보여주면서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유선경· 홍창성 공저/운주사 간/336쪽/값 15,0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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