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보디(Bodhi बोधि;)

보리수 아래서 명상하는 석존의 조각상.
보리수 아래서 명상하는 석존의 조각상.

불교명상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깨달음과 니르바나인 열반이다. 불교철학이니 종교로서의 불교니 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고, 명상의 일차적 목적은 깨달음과 니르바나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보디(Bodhi बोधि;)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디(깨달음)는 고오타마 싯다르타에 의해서 사물의 실상(諸法實相)을 이해한 진리 정도의 의미이다. 보디의 어원적 의미에서 ‘부드(budh)'는 ’자각(自覺)‘이다. 하지만 이 용어는 불교에서만 전용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고 인도의 철학이나 다른 종교전통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깨달음의 용어이다. 인도 종교에서의 구원론적 목적은 해방이다. 인도철학에서 해탈은 목샤(moksha) 또는 묵티(mukti)라고도 한다. 해탈(해방)은 고통과 끝없는 존재의 윤회로부터의 자유이다. 사문(출가수행자)의 전통에서, 해탈(자유)을 얻는 자를 아라핫(arhat 산스크리트어)이라고 불렀고, ’훌륭한‘ 또는 ’가치 있는‘ 정도의 의미를 지녔지만, 한역에서는 ’응공(應供)‘으로 아니면 그냥 음사해서 나한(羅漢)으로 주로 불렀는데, 나중에는 무학(無學)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라핫(빨리어는 아라한트)은 열반을 성취하는데 장애를 극복하는데 숙련과 노력을 지닌 분 정도의 의미였다. 조금 풀어서 설명해 본다면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숙련과 노력이라는 의미에, 학문과 수행 정진을 지닌 가치 있는 분으로 정의 된 것이다. 붓다에 의하면, 자유로의 길은 망상(모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깨달음의 길인 것이다. 깨달아야 망상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열반을 향하여 가는 길의 과정이란 것은 사물의 진상(如是實相)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이다.

모든 법의 있는 그대로의 실상(진리)을 보는 것을 통찰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insight'이라고 표현한다. 부처님은 명상을 통해서 이런 과정의 깨달음을 성취한 분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망상을 여의고 열반(해탈)을 성취한 분이다. 부처님은 자유를 얻고 존재의 인과율을 이해한 것이다. 존재의 윤회를 이해했다는 것은 모든 존재는 생사윤회의 인과율에 지배받는 다는 것을 이해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연기법칙(緣起法則)의 이해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프라티야 삼무빠다(pratitya samutpada)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dependent origination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우리는 명상과 깨달음과 관련하여 ‘통찰’과 ‘연기’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고,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깨달음의 내용은 ‘통찰과 연기’라고 잠정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통찰과 연기를 특히 연기 법칙을 이해하는 것을 보디(覺)로 인식했던 것이다. 적어도 부처님의 깨달음은 이러했다는 것이지만, 이후 부파불교시대 대승불교 선종불교에 오면 깨달음의 대상과 내용은 진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불교교리는 발달의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전 6년간 머물렀던 둥쉬와리 언덕(Dungshwari Hill, 또는 前正覺山(Pragbodhi).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전 6년간 머물렀던 둥쉬와리 언덕(Dungshwari Hill, 또는 前正覺山(Pragbodhi).

그러면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나를 분석해 보자. 우리의 깨달음이 지금 급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추종하는 부처님의 깨달음이 무엇이고 그 과정은 어떠했나를 먼저 점검하고 분석하고 이해한 다음 우리는 그때 명상을 통해서 깨달음을 성취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부처님께서 무엇을 개달았는가에 대해서는 경전에 근거해서 알 수 있다. 막연하게 추리에 의해서 단정하는 부처님의 깨달음이 아니라 철저하게 문헌(경전)에 나타난 자료에 의한 인식이다.

경장(經藏, Suttapitaka)에 의하면,《중아함경》의 《와나빠따경(Vanapattha Sutta)》에서 정글에서의 생활과 깨달음에 대해서 묘사하는 부분이 나온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1. 전생의 생을 알았고, 2. 업(業)과 윤회(轉生)을 알았고, 3. 사성제를 알았음을 말씀하고 있다. 이렇게 고오타마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백 나한상
오백 나한상

5세기 주로 남인도와 실론에서 활약했던 상좌부의 대학승 붓다고사(Buddhaghoṣa覺音.佛音)는 그의 저서《위숫디마가(Visuddhimagga:The Path of Purification, 清淨道論》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4단계인 사향사과(四向四果)를 설명하고 있다.

수다원(Sotapanna 預流 stream-winner), 사다함(Sakadagami 一来 returning once), 아나함(Anagami 不还果non-returning))과 이라한(Arahat 應供 perfected person)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대승에서는 세 가지 형으로 부처에 이르는 길을 설하고 있다. 아라한-성문(聲聞 Sāvakabuddha)과 벽지불(辟支佛 Pratyekabuddha)과 자각불(自覺佛)인 부처님을 들고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삼승보리(깨달음)라고 해서 소승은 성문, 중승(中乘)은 연각, 대승은 불보살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성문연각을 이승(二乘)이라고 부르고 있다.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서 무상정등각을 이룬 금강보좌 뒤에 세워진 대탑사원.
인도 보드가야에 있는 석가모니 좌불
보드가야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서 무상정등각을 이룬 금강보좌 뒤에 세워진 대탑사원.

 

보디 즉 깨달음의 개념은 불교가 발전함과 동시에 발달하게 된다. 여기서는 깨달음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정도로 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과정을 좀 더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깨달음을 향한 수행과정은 팔정도(āryāṣṭāṅgamārga八正道)이다. 팔정도는 차회에서 소개하겠지만, 지금 불교 명상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명상의 방법론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데, 앉아서 좌선식의 명상만이 왕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마정 보검(磨汀 寶劍)<해동임제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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