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불교의 대 조사 혜능대사

동아시아 선불교의 창시자 6조 혜능대사
동아시아 선불교의 창시자 6조 혜능대사

중국에서 인도불교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인도에서 불교가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서역을 거쳐서 중국에 전파되었다. 많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인도불교는 중국화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무려 800년 동안 번역이 이루어진다. 한국에 전해진 불교는 인도에서 ‘직수입했다’라기 보다는 중국을 매개로한 불교가 수용되었다. 특히 중국의 선불교가 9산 선문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퍼졌다. 물론 이전에는 교학 불교가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 21세기 한국불교의 전체 모습은 중국의 선불교 전통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므로 중국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교학에 뛰어난 강백이 있다고 해도 일자무식의 선사에게는 하등의 상대가 안 된다는 관념이 한국불교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화두공안 들고 타파만 하면 경전공부는 안 해도 되고 교리는 몰라도 된다는 것이 잘못된 선사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렇지만 이런 선 위주의 한국불교 전통은 지금도 깊게 뿌리 박혀 있는 것이다.

일본불교는 중국불교 13종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 있지만 우리나라 불교는 선교양종에 의한 단일 종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불교의 특색이면서 전통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불교 13경이라고 하면 선교밀정(禪敎密淨)이 다양하게 섞여서 안배되어 있는데도 한국불교는 그렇지가 않다. 다만 통불교란 명칭 아래서 선교밀정이 다 포용되고는 있지만 선 위주의 전통이 자리 잡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중국에서 말하는 중국불교 13경 가운데서 단경(육조단경)도 중국불교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이다. 한국불교에서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높이 평가는 하지 않지만, 상위권에 들어가는 경전인 것만은 분명하다.

단경을 공부하는 데는 중국의 선불교- 달마대사와 숭산 소림사-2조, 3조, 4조를 거쳐서 5조 홍인대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5조 홍인대사와 6조 혜능대사를 알아야 한다. 다음은 혜능대사와 단경이다. 이런 순서로 대강 살펴보자.

중국선불교는 달마대사로부터 연유한다. 사실, 필자는 달마대사의 고향인 인도 타밀나두 주의 칸치푸람이란 데를 직접 가 본적이 있다.

첸나이는 타밀나두의 주도이다. 인도의 4대 대도시에 들어갈 정도로 어머 어마한 메가시티이다. 1968년 마드라스 주에서 타밀나두 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주도의 이름이 마드라스에서 첸나이로 변경된 것은 1996년이다. 첸나이는 한마디로 남인도의 대표 도시이다. 인도에서는 네 번째로 큰 도시인데, 인구도 거의 1천만에 육박하는 多 인구 도시로 매우 상징적인 도시이다. 캘커타 뭄바이 델리는 인도-유럽어족의 도시이지만, 첸나이는 인도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비다어의 본고장이다. 인도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28개 주가 연합한 국가와 같은 성격의 나라이다. 인도는 결코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실제로 인도에 가보면, 인도가 얼마나 복잡한 나라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북부 인도와 중부 남부 동부 서부가 독특한 역사와 문화와 풍습을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첸나이가 소속되어 있는 타밀나두 주는 남인도의 대표적인 주의 수도라고 하겠다. 벵골 만의 코로만델 해안을 끼고 있는 타밀나두 주는 스리랑카는 물론 동남아시아와도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다른 분야에 대한 소개는 지양하고, 불교 특히 달마대사와 관련해서 타밀나두와 첸나이 칸치푸람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중국에 선불교를 전해준 보리달마 대사
중국에 선불교를 전해준 보리달마 대사

이른바 동아시아 불교라고 하는 중국 한국 일본의 불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좀 남방불교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이런 간극은 해가 갈수록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또 우리가 알고 있던 티베트 불교도 인도불교를 직접 수용한 불교로서 날란다 대학의 학통이 그대로 전달된 체계 있는 불교라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져 가고 있다. 달마대사만 하더라도 막연하게 인도에서 왔다더라, 또는 페르시아에서 왔다고 하더라는 전설적인 이야기만을 아무 분석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달마도를 그리고 지니는 것도 매우 신비한 일로 여긴다.

달마대사가 남인도에서 중국으로 간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이 부분은 차차로 좀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달마대사의 고향이야기부터 풀어가 보자. 나는 궁금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탐구적인 호기심이 강한 성격이어서 마음먹고 남인도에 갔을 때, 타밀나두 주의 첸나이에서 칸치푸람으로 향한 바 있다.

물어물어 찾아간 칸치푸람에는 달마대사는 그만두고 불교의 흔적을 전연 찾을 수가 없었다. 힌두교 일색이었다. 첸나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그마한 타운이었는데, 가는 도중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참으로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그토록 존경하는 중국선종불교의 초조(初祖)의 고향에 한국기업인 현대 자동 공장이 들어섰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칸치푸람은 한 때 불교가 왕성했던 지역이었다. 칸치푸람은 팔라와 왕조(Pallava dynasty6-9세기)가 들어서기 전부터인 4세기부터 부상한 타운으로 나중에 팔라와 왕조의 수도로서 역할을 했다. 이 당시 이 지역은 불교가 주류 종교였다. 칸치푸람은 기원후 1세기부터 5세기 까지가 불교가 극치에 달했다. 인도불교사에서 이름이 난 유명한 고승들이 이곳 칸치푸람 출신들인데, 아랴데와(Āryadeva 提婆)170~270)를 들 수 있다.

 

용수보살과 그의 제자로 대학승이었던 아랴데와.
용수보살과 그의 제자로 대학승이었던 아랴데와.

아랴데와(Āryadeva:170~270CE)는 우리에게 제바(提婆)로 알려진 인도승려이다. 제바는 남부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코살라국에서 용수(龍樹)의 제자가 되어 용수가 주창한 공의 이법(理法)을 체득하고, 용수의 입장을 계승함과 함께 외도(外道)를 격렬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제바의 저서로는 《백론(百論)》 외에도 《사백론(四百論)》·《백자론(百字論)》 등이 있는데 모두 "백"이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아랴데와는 나가르주나(용수)의 날란다 학통을 계승한 고승이다. 칸치푸람 출신으로는 또 디그나가(Dignāga 陳那480∼540 CE)가 있다.

정현<불이성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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