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 화상과 그의 누나 이야기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空手來空手去是人生) 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생야일편 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 부운멸 (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 (浮雲自體本務實) 생사거래역 여연 (生死去來亦如然) 독유일물상독로(獨有一物常獨露) 담연불수 어생사(湛然不隨於生死)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남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기는 마찬 가지라. 한 물건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담담히 生死에 걸림이 없어라.

위 시(詩)를 지은 이는 고려 말 나옹혜근 (懶翁 惠勤 1320 ~1376)이라고도 하고 함허 기화(涵虛己和1376~1433) 라고도 하며 혹은 조선중기 서산대사 (淸虛休靜1520~1604), 조선후기의 백파 긍선(白坡亘璇)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고려 말의 나옹 화상의 누나가 지은 부운(浮雲)이라는 詩에서 유래 했다고 하는 말이 가장 근사 하다. 즉, 고려 공민왕 때 왕사 (王師)를 지냈던 나옹화상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염불을 배우고 나서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浮雲)이라는 빼어난 선시(禪詩)라고 한다.

나옹의 누님은 동생을 위해 늘 반찬을 만들어 암자로 찾아와 함께 공양을 들며 혈육의 정을 나누곤 돌아갔다. 그런 누님 에게 나옹은 경전도 읽고 염불도 배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청했으나 누님이 말하기를, “자네가 이미 득도하여 높은 경지에 있으니 자네의 누나인 나는 공부를 안 해도 저절로 득도한 게 되는데 내가 새삼스럽게 공부를 왜 한단 말인가? 라고 하며 불법 닦기를 게을리 했단다.

어느 날 누님이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 나옹을 찾아왔더니 그때 나옹은 점심 공양을 혼자 들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나옹의 태도에 누나는 내심 괴이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옹이 공양을 끝내기를 기다린 후에 물었다. 누나도 배가 고픈데 왜 자네는 같이 먹자는 말도 없이 혼자만 드시는가? 누님 동생인 내가 배가 부르면 누님은 안 자셔도 저절로 배가 부르는게 아니오? 이러한 나옹의 당기일구(當機一句)에 홀연 깨달은 누님은 그 후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지극정성을 다해 마침내 득도하게 됐다고 한다.

천강유수 천강월 만리무운만리천 극락당전만월용

나무아미타불

법장<문화부장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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