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 : 명상, 성찰, 소통을 통한 이고득락

불교상담 : 명상, 성찰, 소통을 통한 이고득락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Ⅰ. 불교상담

1. 불교상담의 필요성과 가능성

2. 불교상담의 정의

3. 불교상담의 이론적 배경

4. 불교상담의 효과

5. 불교상담의 특징

Ⅱ. 불교상담 프로그램

1. 불교상담 프로그램에 적용된 원리

2.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반구조화 집단상담

3.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구조화 집단상담

4. 대학교 교양과목에 적용한 사례

5. 기타 프로그램

Ⅲ. 불교상담을 통한 이고득락 촉진, 포교 활성화

 

 

 

근래 불교계 안팎에서 ‘불교상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서양의 경우 불교와 상담(심리치료, 정신치료)의 만남은 프로이드 시대부터 다양한 국면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1960년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교육학자들이 심리치료와 상담 분야에서 동서를 비교하면서, 현대적 의미에서 불교와 상담의 만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불교상담’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0년 4월 조계종포교원 산하 단체인 불교상담개발원이 처음인 것으로 조사되며, 이 시기를 전후하여 대학교에 불교상담 관련 학과 내지 전공이 개설되기 시작하였으며, 관련 학회도 창립되었다.

2003년 10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 인간학과에 불교상담 전공이 개설된 후, 2006년 1학기 불교상담학과로 격상되었다. 동방대학원대학교는 2007년 1학기 명상요가학과에 명상치유전공을 신설한 후, 2009년 1학기 자연치유학과 명상심리전공으로 체제를 개편하였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는 2008년 1학기부터 불교학과에 불교상담학 전공을 개설하였다.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불교대학원에서도 2009년 2학기 명상심리상담학과를 개설한 후, 2011년 1학기 명상상담학과로 개명하였으며, 2013년 1학기 학과명을 명상심리상담학과로 환원시켰다. 중앙승가대학교는 2013년 1학기 학부 과정으로는 처음으로 불교사회학부 불교상담 전공 신입생을 모집하였다. 2014년 2학기 능인불교대학원대학교가 개교하면서 명상심리학과를 개설하였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불교상담 관련 학회 활동도 활성화되었다. 2006년 2월 봉은사와 불교상담개발원이 공동으로 제1회 불교와 상담 워크숍을 시작하여 2007년 6월까지 4차례의 워크숍를 개최하였다. 2006년 3월 필자가 개소한 밝은사람들연구소는 매년 한두 차례의 학술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7년 4월 창립한 한국명상치료학회도 매년 한두 차례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명상치료연구라는 학술지도 발간하고 있다. 2007년 4월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도 발족되어 매년 한두 차례의 학술대회를 갖고 있다. 2008년 12월 창립한 한국불교상담학회는 매년 정기적인 학술대회와 함께 한국불교상담학회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불교상담에 관심 있는 개인, 단체, 대학, 학회들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불교상담’에 대한 필자의 견해와 불교상담 프로그램 실시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불교상담 진작에 미력이나마 일조하고자 한다.

 

 

Ⅰ. 불교상담

 

불교상담의 필요성과 가능성

 

불교와 상담(심리치료, 정신치료)은 인간이 겪는 괴로움을 극복하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는 유사성을 지니지만, 문제시하는 괴로움의 내용과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는 차이가 있다. 불교가 존재의 불평등과 인간의 보편적 고통에 대한 고오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의 고뇌에서 태동하였다면, 심리치료는 왜곡된 심리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불교가 지혜와 자비의 증장, 나아가 궁극적으로 깨달음을 통한 해탈을 추구한다면, 심리치료는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 자아실현을 목표로 삼는다.

불교는 이고득락 요익중생(離苦得樂 饒益衆生)을 추구한다. 즉 교학 공부와 수행을 통하여 중생들의 행복이 증장되도록 돕는다. 붓다의 가르침인 교리를 배움으로써 바른 수행을 위한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유익한 심리상태를 경험한다. 또한 수행을 통하여 교학의 내용을 체험하면서 불보살의 삶을 닮아간다. 교리를 가르치는 현행 방식은 법사나 강사에 의해 거의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법문과 강의이다. 이와 같은 방식에는 두 가지 아쉬움이 있다. 첫째 설자(說者)와 청자(聽者) 사이의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며, 둘째 교학을 거울삼아 각자의 실제 삶을 성찰하기보다는 교리를 학습 과제로만 삼을 수 있다. 수행 측면에서는 중생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선지식으로부터 직접적인 지도를 받기가 용이하지 않은 점, 현대인들이 수행을 어려운 것으로 여겨 꺼린다는 점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상담학의 연구 성과와 방법론을 활용할 수 있다. 상담학은 상담 참여자의 삶을 소재로 하여 상담자와 내담자, 내담자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는 기법과 도구들을 발달시켜 왔다.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상담방법론을 활용하는 불교상담 프로그램을 통하여, 각자가 겪고 있는 실제 삶의 내용을 교재 삼아 불교를 체득하고, 일상에서 불교 수행을 실천하는 방법을 습득함으로써, 각자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도록 도울 수 있다면, 현대인의 행복 증진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상담 프로그램은 심신치유, 사찰 신도 교육, 템플스테이, 대학교 교양과목, 청소년 인성 계발, 기업체 직원 연수 등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다.

 

2. 불교상담의 정의

 

불교상담이라는 용어는 불교 내에서의 상담 또는 불교에 입각한 상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전자는 교리와 수행에 관한 스승과 제자 사이의 상담, 스승이 제자의 고뇌 해결을 도와주는 상담, 신도의 신행을 돕는 상담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후자는 불교 교학, 불교 수행법,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담 사례 등에 입각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을 의미한다.

 

불교상담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살펴보면, 1964년 후지타 기요시(藤田淸)는 “카운슬링은 세존에게서 시작되어 불교의 전개와 함께 전개된 것으로, 후에 다른 것에서 첨가된 것이 아니다.”라는 관점을 피력하면서, 불교를 카운슬링 체계로 간주하는 카운슬링 불교를 주창하였다. 방기연은 불교 용어를 사용하여 “불교상담은 자신이 보살임을 자각하고 보살도를 실천하는 사람(상담자)이,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내담자)과 마음을 함께 하면서, 지혜를 모아 해탈과 열반을 도모하는 자리이타 활동이다.”라고 정의한 후, 일반 용어로 바꾸어 “자신이 깨달을 수 있음을 알고, 스스로 깨닫고자 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이,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과 마음을 함께 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얽매임에서 자유로워지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되고자 애쓰는, 자신도 좋고 남도 이롭게 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권경희는 “‘불교상담’이란 전문적인 불교상담 훈련을 받은 사람이 불교 신행을 바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생활 및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내담자의 인간적 성장은 물론 함께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성장과정이다.”라고 정의하였다. 한편 박성희는 불교상담을 “사람의 인생을 깨달음을 향한 끝없는 성장 과정으로 간주하고 이의 실현을 돕는 활동”으로 정의하였으며, “‘불교 상담’은 불교에서 상담적 요소를 발견하여 이를 상담과 접목하려는 시도를, ‘불교상담학’은 불교 상담을 체계적인 지식으로 정리하려는 학문적 노력”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

특히 박성희는 국내에서 발간된 불교상담 관련 연구물들을 분석한 후 불교상담의 특색을 인격 상담, 욕구 초탈 상담, 마음 상담, 깨달음을 향한 성장 상담, 체험 상담, 단계 상담, 자기 수행 상담, 개인과 사회의 조화 등으로 요약하고, 불교상담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불교상담은 인격의 성장과 완성을 목적으로 삼는다. 불교상담은 사람의 생애 끝까지 이어지는 평생 상담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상담 또는 심리치료는 문제 또는 과제 지향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치료 활동이 시작되고,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심리치료 활동도 종료된다. 물론 추수 상담의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해결했던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불교상담은 기존의 상담과 심리치료가 가지고 있는 문제지향성과 한시성을 동시에 넘어서는 혁신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 사람의 인생을 깨달음을 향한 끝없는 성장과정으로 간주하고 이의 실현을 돕는 활동을 불교상담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생애 전체를 상담의 과정에 편입시키고 삶의 과정과 상담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따라서 불교상담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개입해 들어갈 여지를 만들어놓았다. 그동안 상담 또는 심리치료와 개인의 일상생활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벽이 불교상담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특정한 ‘문제’안에 닫힌 상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전반을 향해 열려 있는 상담으로 상담의 개념을 전환하는데 불교상담은 중요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양의 상담심리학은 심리치료와 적응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장과 성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넓혀 오고 있으며, 2,500여 년 동안 인류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발휘해온 불교는 범부들이 지혜와 자비를 증장시킴으로써 일상에서 보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열반의 성취를 지향한다. 두 분야에서 축적해온 지식과 방법론을 적극 공유하면 인류와 인류사회의 행복 증진에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불교상담은 불교의 교학과 수행 그리고 상담심리학에 근거하여 심신의 평화와 행복을 증진하는 다자간의 협동행위’라고 정의한다. 불교상담의 세부내용으로, 심신의 괴로움을 경감하고 예방하는 활동, 자신과 타인에게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활동, 세계관과 생명관 등 올바른 관점을 사색하는 활동, 삶의 건강한 지향점을 모색하고 과정목표와 실천계획을 수립하여 수행(遂行)하는 활동, 공동선을 위한 목표를 도출하고 추구하는 활동,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 및 갈등 해소를 위한 의사소통 기법을 습득하는 활동, 올바른 의사결정 능력을 함양하는 활동, 화목한 결혼ㆍ가정생활을 위한 역량을 함양하는 활동, 명상을 체득하는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3. 불교상담의 이론적 배경

 

불교상담을 불교에 입각한 상담이라고 규정한다면, 불교상담의 이론적 배경은 불교에서 탐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상좌불교, 대승불교, 티베트불교, 선불교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요 불교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상담의 이론적 근거도 다양하고 방대한 불교 교학에서 추출할 수 있다. 필자는 모든 불교를 관통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핵심 교학과 수행법에서 불교상담의 이론적 근거를 도출하고 있으며, 특히 초전법륜경의 핵심인 사성제의 구조를 준용하여 불교상담의 인간관, 병인론, 행복관, 치유론을 연구하고 있다.

 

(1) 불교상담의 인간관

 

불교상담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불교의 주요 관점들은 오온무아(五蘊無我), 삼법인(三法印), 오온개공(五蘊皆空), 여래장(如來藏), 불성(佛性), 자성(自性), 일심(一心) 등을 들 수 있다.

붓다는 사색과 명상을 통하여 당시 브라만교에서 가르치는 자아(ātman)라는 불변의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무아(anattā)를 설하였다. ‘나’라는 개념적 존재를 다섯 가지 범주로 해체하여 어떤 영원한 실체가 없음을 설파하였으며, 불변의 실체로서 자아가 있다는 잘못된 견해, 그로 인해 발생되는 집착,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반복적으로 강조하였다. 붓다가 인간을 색(rūpa), 수(vedanā), 상(saññā), 행(saṅkhārā), 식(viññāṇa) 다섯 범주로 해체한 의도는 중생이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 욕심을 끊고 괴로움을 여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수행승이여, 물질은 실체가 없으므로 거기에 대한 욕심을 끊어야 한다. 느낌은 실체가 없으므로 거기에 대한 욕심을 끊어야 한다. 지각은 실체가 없으므로 거기에 대한 욕심을 끊어야 한다. 형성은 실체가 없으므로 거기에 대한 욕심을 끊어야 한다. 의식은 실체가 없으므로 거기에 대한 욕심을 끊어야 한다.

 

세존께서는 ‘연기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고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집착다발은 연기된 것입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집착다발에 욕망하고 집착하고 경향을 갖고 탐착하는 것은 괴로움의 발생입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집착다발에서 욕망과 탐욕을 제거하고 욕망과 탐욕을 버리는 것이 괴로움의 소멸입니다.

 

인간을 오온으로 분석한 것은 무아를 검증하여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들에 대한 탐착을 버리기 위함이었으나, 불교상담 입장에서는 오온을 통하여 인간을 다섯 가지 범주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을 오온의 인연화합으로 이해할 때, 인격(성격)의 차이는 오온 특히 행온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상좌부 아비달마의 심소법 52가지 중 수(受)와 상(想)을 제외한 50가지가 행온에 속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차별성과 경향성은 행온의 내용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수와 상을 제외한 모든 심리현상들이 행온에 속한다고 볼 때, 위의 50가지 심소법에 언급되어 있지 않더라도 개인의 경향성과 특성을 드러내는 사상, 신념, 가치관, 생각, 선호, 취향, 감정, 정서, 욕구, 욕망, 기대 등 수많은 심리현상들은 행온에 포섭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경향성은 순간순간 생멸하면서 마음에 현현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대상을 접할 때 발생하는 수온, 상온, 행온의 내용은 근경식(根境識)이 화합하는 그 순간 그 개인의 행온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마음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미꽃을 동시에 여러 사람이 볼 경우, 각자의 마음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표상되면서 다양한 심리현상들이 일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사람이 다른 시점에 동일한 장미꽃을 볼 때에도, 그 당시의 마음상태에 따라 다른 수온, 상온, 행온이 발생할 것이다.

인간을 오온의 인연화합으로 이해한다면, 상담은 상담에 참여하는 사람간의 오온의 교류로 볼 수 있다. 상담 장면에서 불교상담자는 내담자의 가장 두드러진 면인 몸의 상태, 안색,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 등 색온을 우선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런 다음 대화를 진행하면서 내담자가 경험하는 즉각적인 느낌인 수온, 내담자가 대상을 지각하는 내용인 상온, 그리고 다양한 감정, 생각, 욕구, 의도 등의 마음현상들인 행온을 알아차리고 탐색하면서, 내담자의 개별적인 경험세계와 경향성을 이해하게 된다. 오온의 내용은 각 개인의 고유한 경험세계이며, 오온의 조화와 평온의 수준은 각 개인의 삶의 질이 된다. 따라서 초기불교에서는 오온을 무상ㆍ고ㆍ무아로 통찰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불교상담에서는 오온의 내용을 알아차리면서 탐색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불교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오온 내용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담자의 오온도 시시각각 변한다. 즉 불교상담자는 자신과 내담자의 오온, 상담자와 내담자 오온 간의 역동성에 깨어있으면서, 내담자가 자신의 오온의 내용을 알아차리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상담자도 성장하게 된다.

초기불교는 오온무아를 통찰하여 괴로움의 뿌리인 아(我)와 아소(我所)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이 점은 불교상담의 궁극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교에서 대기설법을 강조하듯이 불교상담에서도 내담자의 상태와 수준에 따라 점차적인 접근방법이 권장된다. 범부는 자기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산다. 그 생각들의 내용에 따라 자기상(self image) 또는 자기개념(self concept)이 형성된다. 사람에 따라 부정적 자기상, 긍정적 자기상, 무아적 자기상을 가질 수 있다. 불교상담 과정에서 내담자가 오온무아를 통찰함으로써 곧바로 무아적 자기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사람에 따라 부정적 자기상이 형성된 연기과정을 탐색하는 작업을 통하여 부정적 자기상에서 긍정적 자기상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 요컨대 불교상담은 무아와 무아적 자기상을 지향하지만 내담자에 따라 긍정적 자기상을 갖는 중간 단계 또한 중시한다.

대승불교, 선불교는 여래장, 불성, 자성 등의 교학을 통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견지한다. 상담 장면에서 많은 내담자들이 자신감과 자존감의 부족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상담 입장에서 볼 때, 인간 내지 자기 자신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사고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2) 불교상담의 병인론

 

정신치료,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병은 정신병, 신경증 등과 같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현상들이다. 반면 불교에서 치유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탐진치(貪瞋癡) 등과 같은 번뇌들이다. 불교 수행자들은 명상을 통하여 인간 심리와 행위를 섬세하게 관찰하여 왔다. 불교상담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의 원인에 대한 불교의 주요 관점들은 12연기, 무명, 갈애, 번뇌, 업/습, 선/불선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기는 사성제와 함께 불타 깨달음의 본질로 설해지고 있다. 연기법은 여래가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법계에 상주하는 것으로, 여래는 그것을 깨달아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었다. 따라서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보는 자이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보는 자이다. 혹은 여래는 12연기의 유전(流轉)과 환멸(還滅)을 관찰하여 정등각을 성취하였다고도 하며, 정등각을 성취하고 나서 법락을 즐기며 이를 관찰하였다고도 한다. 불교상담 차원에서 12연기는 우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한 유전문적 이해와 환멸문적 실천을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지금 여기에서 전개되는 몸과 마음의 모든 현상은 한 찰라 전까지 행한 삼업을 원인으로 하는 결과이므로, 역사성과 경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12연기는 그 인과관계를 삼세에 걸친 윤회과정으로 설명하지만, 과거생 또한 전생의 결과가 되므로 그 순환 고리는 무한 소급될 수 있다. 불교상담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부분은 환원론적 원인 탐색보다는 ‘지금여기’에서 전개되는 경험세계이다.

불교상담은 특히 12연기 중 ‘촉(觸) → 수(受) → 애(愛) → 취(取) → 유(有)’로 발전하는 연결고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근경식(根境識) 삼사화합(三事和合)인 촉을 통하여 세 가지 느낌이 발생하면, 범부의 마음에는 낙수(樂受)에 끌리는 탐심, 고수(苦受)에 저항하는 진심, 불고불낙수에 대한 치심이 일어난다. 낙수가 발생하면 낙수 자체를 유지하거나 강화하고자 하는 욕망, 낙수를 일어나게 하는 대상에 대한 욕망이 발생할 수 있다. 욕망은 충족될 수도 있지만 좌절될 때도 있다. 좌절되면 불만족이 발생한다. 좌절이 반복되면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설사 욕망이 성취된다 하더라도 삼라만상은 무상하기 때문에 낙수와 만족감은 지속되지 않는다. 낙수와 만족감이 사라지면 고수 또는 불고불낙수, 불만족감 또는 무덤덤함이 찾아온다. 고수가 발생하면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회피하려는 욕망은 성취될 수도 있고 좌절될 수도 있다. 좌절되면 불만족이 발생한다. 좌절이 반복되면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이 낙수와 고수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면 불만족과 괴로움은 상존하게 된다. 반면 촉을 연으로 하여 낙수와 고수가 발생하더라도 수 자체가 무상함을 알고 담담하게 반응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낙수와 고수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여 애와 증, 탐심과 진심이 생겼을 경우에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괴로움이 커질 수도 있고 평정심을 회복할 수도 있다. 애와 증, 탐심과 진심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여 취(집착)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도, 의지에 따라 선한 삼업을 지을 수도 있고 불선한 삼업을 지을 수도 있다. 요컨대 ‘촉 → 수 → 애 → 취 → 유’ 과정에서 행복과 불행으로 갈리는 세 번의 기로가 있으며, 이는 이고득락 할 수 있는 세 차례의 기회이다.

 

초기경전에서 번뇌를 의미하는 용어로는 āsava(번뇌, 漏), akusala(不善, 좋지 않음), kilesa(오염원, 번뇌), upakkilesa(오염원, 부수번뇌), mala(더러움), anusaya(잠재성향 번뇌), nīvaraṇa(덮개), saṃyojana(족쇄), māra(-sena)(마, 마군), bandhana(속박), ogha(폭류), micchatta(삿됨) 등이 있지만, 이러한 용어에 포섭되는 번뇌들은 서로 중복되는 것들이 많다. 초기불교에서 가장 대표적인 번뇌는 12연기에서 제1지, 제8지에 해당하는 무명과 갈애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무명인가? 비구들이여, 괴로움에 대한 무지, 괴로움의 일어남에 대한 무지,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무지,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에 대한 무지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무명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괴로움의 일어남의 성스러운 진리이다. 그것은 바로 갈애이니, 다시 태어남을 가져오고 즐김과 탐욕이 함께 하며 여기저기서 즐기는 것이다. 즉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 존재에 대한 갈애(有愛),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無有愛)가 그것이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kāma-taṇhā, 慾愛)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의 대상에서 감각적 쾌락을 얻고자 하는 갈망을 말한다. 존재에 대한 갈애(bhāva-taṇhā, 有愛)는 주로 섬세한 물질의 세계(色界)나 물질 없는 순수한 정신적인 세계(無色界)에 대한 갈망으로 행복한 상태로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죽은 후에도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과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견(常見)과 관련이 있다. 비존재에 대한 갈애(vibhāva-taṇhā, 無有愛)는 죽은 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단견(斷見)이라는 사견에서 나온 갈망으로, 자아와 육체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유물론에 근거하여 죽음에 의해 세상은 끝이라고 하여 괴로움에 처해 있는 자신을 비관하여 파괴하고, 영원히 죽고자 하는 갈망을 말한다.

번뇌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신현상, 심리현상이다. 심리현상은 마음에 의지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부수라고 한다. Abhidhammattha Saṅggaha에서는 해로운 마음부수(akusala-cetasika)를 14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어리석음(moho, 痴), 양심 없음(ahirika, 無慚), 수치심 없음(anottappa, 無愧), 들뜸(uddhacca, 掉擧), 탐욕(lobha, 貪), 사견(diṭṭhi, 邪見), 자만(māna, 慢), 성냄(dosa, 嗔), 질투(issā, 嫉), 인색(macchariya, 慳), 후회(kukucca, 惡作), 해태(thīna, 懈怠), 혼침(middha, 昏沈), 의심(vicikicchā, 疑)이다. 이 14가지 해로운 마음부수들은 다시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즉 어리석음, 양심 없음, 수치심 없음, 들뜸 네 가지는 모든 경우의 해로운 마음이 일어날 때 항상 따라서 일어나는 마음부수들이며, 탐욕, 사견, 자만 세 가지는 탐욕에 관계된다. 성냄, 질투, 인색, 후회 네 가지는 성냄과 관계되며, 해태와 혼침은 해태와 관계된다.

한편 인간은 일상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행위 하며 삶을 전개한다. 반복되는 행위는 습관과 경향성(성격, 인격)을 형성한다. 결국 삶의 내용은 업과 습인 것이다. 불교 입장에서 업은 윤회, 해탈과 직결되지만, 불교상담 차원에서는 ‘지금 여기’에서의 행위 문제이다. 불교상담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와 습관을 알아차리는 능력, 자신의 경험에 반응하는 방식, 선ㆍ불선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 유익한 행위를 선택하는 의지와 노력 등이다. 우리의 행위를 ‘행복’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나와 남의 행복에 동시에 도움 되는 행위가 최선이고, 나와 남을 함께 불행하게 만드는 행위가 최악일 것이다.

 

(3) 불교상담의 행복관

 

필자는 앞에서 불교상담을 ‘불교의 교학과 수행 그리고 상담심리학에 근거하여 심신의 평화와 행복을 증진하는 다자간의 협동행위’라고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불교상담의 목표를 모색하기 위하여, 불교에서 추구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교상담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행복에 대한 불교의 주요 관점들은 깨달음, 해탈, 열반, 견성성불 등을 들 수 있다.

불교는 붓다의 깨달음과 전법 결심으로 시작되었다. 붓다의 깨달음 내용이 불교의 핵심이므로 붓다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후 최초의 법문인 Dhammacakkappavattana-sutta(초전법륜경)에 의하면, 붓다는 세 가지 양상과 열두 가지 형태를 갖추어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봄으로써, 전에 들어보지 못한 법들에 대한 눈(眼)과 지혜(智)와 통찰지(慧)와 명지(明)와 광명(光)이 생겼다. 세 가지 양상이란 진리에 대한 지혜, 역할에 대한 지혜, 성취된 지혜를 말한다. 즉 첫 번째는 사성제 각각에 대한 여실한 지혜이고, 두 번째는 철저히 알아야 하고 버려야 하고 실현해야 하고 닦아야 하는 사성제 각각에 대해서 행해져야 하는 역할을 아는 지혜이며, 세 번째는 이러한 역할이 성취된 상태를 아는 지혜이다. 열두 가지 형태란 사성제 각각에 대해서 위의 세 가지 지혜를 곱하면 열두 가지 형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비구들이여, 내가 이와 같이 세 가지 양상과 열두 가지 형태를 갖추어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 지극히 청정하게 되지 못하였다면 나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실현하였다고 신과 마라와 범천을 포함한 세상에서, 사문 ․ 바라문과 신과 사람을 포함한 무리 가운데에서 스스로 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와 같이 붓다의 깨달음을 사성제 통찰에 의한 모든 번뇌의 멸진이라고 한다면, 불교상담도 번뇌의 소멸을 지향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불교의 궁극적 목표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윤회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는 해탈(vimutti, vimokkha)도 자주 언급된다. 초기불전에는 다양한 해탈이 설해지고 있다. 심해탈(心解脫), 혜해탈(慧解脫), 양분해탈(兩分解脫)이 논해지고 있으며, 공해탈(空解脫), 무상해탈(無相解脫), 무원해탈(無願解脫)의 세 가지 해탈, 세간적(육체적)인 해탈, 출세간적(정신적)인 해탈, 그보다 더 출세간적(정신적)인 해탈의 세 단계의 해탈, 그리고 팔해탈(八解脫)이 설해지기도 한다.

심해탈, 혜해탈, 양분해탈을 살펴보면, 심해탈(cetovimutti)은 일반적으로 ‘마음의 풀려남’을 의미하고, 혜해탈(paññāvimutti)은 ‘지혜를 통한 풀려남’ 그리고 양분해탈(ubhatobhāgavimutti)은 ‘양쪽 길의 풀려남’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해탈 가운데 혜해탈과 양분해탈은 불교수행의 최종목표인 열반을 의미하지만, 모든 심해탈이 열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혜탈은 혜해탈과 함께 성취되었을 경우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해탈(akuppā cetovimutti, 부동심해탈)’을 얻은 경우에만 열반을 나타낸다.

 

비구들이여, 이들 오백 명의 비구들 가운데 60명의 비구들은 삼명을 갖추었고, 60명의 비구들은 육신통을 갖추었고, 60명의 비구들은 양면으로 해탈하였고, 나머지는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을 하였다.

 

Suññatasamādhi Sutta(공한 삼매 경)에서는 무위에 이르는 길로서 공한 삼매(空三昧), 표상 없는 삼매(無相三昧), 원함 없는 삼매(無願三昧)를 설하고 있는데, 삼매(samādhi)라는 술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상 위빠사나를 뜻한다. 즉 위빠사나를 통하여 무상ㆍ고ㆍ무아를 통찰해서 각각 무상ㆍ무원ㆍ공의 해탈을 실현할 수도 있다. 또한 해탈을 세 단계로 나누어 색계와 무색계 선정 그리고 탐진치의 완전한 소멸상태인 열반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Mahānidāna Sutta(대인연경)에서는 아래와 같은 여덟 가지 해탈이 설해지기도 한다.

 

아난다여, 참으로 여덟 가지 해탈이 있다. 무엇이 여덟인가? ①여기 비구는 (안으로) 색계에 속하는 (禪에 들어) 밖으로 물질들을 본다. 이것이 첫 번째 해탈이다. ②안으로 물질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서 밖으로 물질들을 본다. 이것이 두 번째 해탈이다. ③깨끗하다(淨)고 확신한다. 이것이 세 번째 해탈이다. ④물질(色)에 대한 인식(산냐)을 완전히 초월하고 부딪힘의 인식을 소멸하고 갖가지 인식을 마음에 잡도리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한 허공’이라고 하면서 공무변처를 구족하여 머문다. 이것이 네 번째 해탈이다. ⑤공무변처를 완전히 초월하여 ‘무한한 알음알이(識)’라고 하면서 식무변처를 구족하여 머문다. 이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다. ⑥식무변처를 완전히 초월하여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면서 무소유처를 구족하여 머문다. 이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다. ⑦무소유처를 완전히 초월하여 비상비비상처를 구족하여 머문다. 이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다. ⑧일체 비상비비상처를 완전히 초월하여 상수멸을 구족하여 머문다. 이것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아난다여, 이것이 여덟 가지 해탈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탈은 전문적인 수행과 깊은 체험을 통하여 성취되며, 다양한 수준이 있다. 불교상담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수행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지를 목표로 삼을 수는 없어 보인다. 불교상담의 목표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함으로써 유익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돕고, 짧지만 반복적인 명상 훈련을 통하여 몸과 마음 현상을 보다 잘 알아차리고 수용할 수 있는 힘을 함양함으로써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지 않도록 돕는 수준일 것이다. 불교상담 프로그램을 통하여, 내담자들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안목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수행을 원할 경우 내담자의 성향과 근기에 맞는 수행 프로그램을 권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경제, 정치, 문화, 철학, 의술, 종교 등 인간의 모든 행위는 행복을 지향하고 있다. 불교 또한 행복을 추구한다. 초기경전에는 다양한 행복이 언급되고 있다. Vibhaṅga-sutta(분석경)는 육체적 즐거움의 기능, 육체적 괴로움의 기능, 정신적 즐거움의 기능, 정신적 괴로움의 기능, 평온의 기능 등 다섯 가지 기능을 언급하면서, 육체적 즐거움은 “육체적인 즐거움, 육체적인 편안함, 몸에 닿아서 생긴 즐겁고 편안한 느낌”, 정신적 즐거움은 “정신적인 즐거움, 정신적인 편안함, 마노(意)에 닿아서 생긴 즐겁고 편안한 느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행복을 인간의 행복(manussa-sukha, 금생의 행복), 천상의 행복(dibba-sukha, 내생의 행복), 열반의 행복(nibbāna-sukha, 궁극적인 행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Nirāmisa-sutta(출세간 경)은 세간적 행복, 출세간적 행복, 출세간보다 더 큰 출세간적 행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이 세간적 행복인가? 비구들이여, 눈으로 인식되는 형색들이 있으니,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욕망을 짝하고 매혹적인 것들이다. 귀로 인식되는 소리들이 있으니, …… 비구들이여, 이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즐거움을 세간적 행복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이 출세간적 행복인가?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감각적 욕망들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해로운 법(不善法)들을 떨쳐버린 뒤, 일으킨 생각(尋)과 지속적인 고찰(伺)이 있고, 떨쳐버렸음에서 생긴 희열(喜)과 행복(樂)이 있는 초선에 들어 머문다. …… 3선에 들어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출세간적 행복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출세간보다 더 큰 출세간적 행복인가? 여기 번뇌가 다한 비구가 있어, 탐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성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어리석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할 때 육체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이 생겨난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출세간보다 더 큰 출세간적 행복이라 한다.

 

붓다는 Pañcakaṅga-sutta(빤짜깡가 경)에서 인간이 금생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열 가지 층위로 분류하였는데, 감각적 욕망의 즐거움과 초선부터 상수멸정까지의 아홉 가지 선정이다. 특히 인식과 느낌이 소멸한 상수멸정에서의 즐거움도 천명하고 있다. Nandana-sutta(난다나 경)은 제행의 가라앉음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하고 있으며, 상윳따니까야 주석서는 형성된 것들의 가라앉음이라 불리는 열반(nibbāna)이 행복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궁극적 행복인 열반은 “탐욕의 멸진, 성냄의 멸진, 어리석음의 멸진”이라고 Nibbāna-suttādi(열반 경 등)에 명시되어 있다. 디가니까야 주석서에서는 “열반은 하나이지만 그 이름은 모든 형성된 것들의 이름과 반대되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이다.”라고 한 후, 열반의 26개 동의어를 열거하고 있다. 또한 Dhammakathika-sutta(설법자 경)에서는 12연기의 각지(各支)를 “염오하고 빛바래고 소멸하여 취착 없이 해탈하면 그를 ‘지금 ․ 여기에서 열반을 실현하는 비구’라 부르기에 적당하다.”라고 하고 있으며, 또 다른 Dhammakathika-sutta(설법자 경)에서는 오온 각각을 염오하고 오온 각각에 대한 탐욕을 빛바래고 오온 각각을 소멸하였기 때문에 취착 없이 해탈하였다면 그를 “‘지금ㆍ여기에서 열반을 증득한 비구’라 부르기에 적당하다.”고 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교에서 추구하는 궁극적 행복은 지고하다. 그러나 범부들은 여섯 가지 감각접촉을 통한 감각적 욕망의 즐거움을 추구하여 괴로움의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Adantāgutta-sutta(길들이지 않고 보호하지 않음 경)은 삶 속에서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들을 길들이지 않고 보호하지 않고 제어하지 않고 단속하지 않으면 괴로움을 실어 나르게 되고,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들을 길들이고 보호하고 제어하고 단속하면 행복을 실어 나르게 된다고 설파한다.

 

비구들이여, 여섯 감각접촉의 장소들을 단속하지 못하면 괴로움을 만나도다. 그러나 이들의 단속을 잘 아는 자들은 믿음을 동반자 삼아 타락하지 않고 지내도다.

마음에 드는 형색들을 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되면, 마음에 드는 것에 대한 애욕의 길은 없애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을 더럽혀서는 안 되리.

사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소리를 듣고, 사랑스런 소리에 혹해서는 안 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증오를 없애야 하나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을 더럽혀서는 안 되리.

향기롭고 마음을 끄는 냄새를 맡거나 불결하고 악취 나는 냄새를 맡고, 악취 나는 것에 대해서는 저항을 없애야 하고 향기로운 것에 대해 욕망을 일으켜서는 안 되리.

달콤하고 감미로운 맛을 즐기거나 때로는 맛없는 음식을 먹더라도, 감미로운 맛에 탐착하지 말고 먹어야 하며 맛없는 음식들을 혐오해서는 안 되리.

즐거운 감촉에 닿더라도 홀리지 않고 괴로운 것에 닿더라도 동요하지 않으면, 즐겁고 괴로운 두 가지 감촉에 평온하여 어떤 것에도 끌리거나 거부하지 않으리.

사량분별하는 인식을 가진 이런저런 인간들은 인식하면서 사량분별하는 데 빠져 지내지만, 세속에 의지한 모든 정신적 상태를 몰아내고 출리에 의지한 (길을) 걸어가야 하리.

이와 같이 마음이 여섯 가지를 잘 닦으면 닿더라도 마음은 어디서건 동요하지 않으리니,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탐욕과 성냄을 지배하여 태어남과 죽음의 피안에 이른 자가 될지어다.

 

결국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열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감각적 좋은 느낌으로서의 행복을 넘어, 탐진치 삼독심이 멸진한 상태로서의 지고(至高)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상담도 내담자가 그러한 높은 수준의 존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즉 인지적, 행위적, 정서적 차원에서 윤회로부터의 자유가 증진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유의 정도에 따라 환자, 범부, 현인, 성자 등으로 대별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성숙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불교상담은 내담자의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 성취를 추구하는 무한 성장의 길을 추구한다. 결과에 집착하면 즉시 괴로움을 경험하게 되므로, 결과에 집착함 없이 불보살과 같은 성자의 삶을 닮아가기를 지향하여야 한다. 실제 불교상담 과정에서 불교상담자는 관찰과 대화를 통해 내담자의 오온의 상태와 내용에 대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면서,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행위와 습관을 보다 더 잘 알아차리고 유익한 선택과 실천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위에서 살펴 본 바에 따르면, 불교의 최종 목표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모든 번뇌가 멸진한 상태인 열반으로 볼 수 있다. 출가 수행자는 열반의 성취를 목표로 수행(修行)에 전념할 수 있겠지만, 일상의 과제와 책무를 수행(遂行)하여야 하는 재가자에게 열반은 아득한 목표일 수 있다. 붓다는 유일한 행복이 아닌 두 가지 행복을 가르쳤다. 재가의 행복과 출가의 행복이 그것이다. 즉 감각적 욕망에서 오는 행복과 출리(出離)에서 오는 행복이다. 붓다는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속세에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붓다는 단지 영적인 행복이 속세의 행복보다 더 좋다고 말했을 뿐이다.

경제적 안정과 번영은 자본주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일 것이다. 붓다는 성공을 향한 신도들의 노력을 제한하기 보다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도록 격려했다. 금생의 이익과 행복을 주는 법에 대하여 질문한 재가자에게 생계를 위한 재물을 모으기 위하여 직업과 기술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으며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검증을 거쳐 충분히 실행할 수 있고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자가 되라고 설하고 있다. 붓다는 재가자가 얻어야 할 네 가지 행복으로, 소유하는 행복, 재물을 누리는 행복, 빚 없는 행복, 비난받을 일이 없는 행복을 설하였다. 그중 소유하는 행복에 대한 붓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장자여, 그러면 어떤 것이 소유하는 행복인가? 장자여, 여기 선남자에게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이 있다. 그는 ‘내게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이 있다.’라고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를 일러 소유하는 행복이라 한다.

 

붓다는 얻은 재물을 사등분 하여 첫 번째 몫의 재물은 생활에 사용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몫은 사업하는데 쓰고, 네 번째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하여 저축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모은 재물의 현명한 사용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대왕이여, 그러나 참된 사람은 막대한 재물을 얻어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부모를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아들과 아내와 하인과 일꾼들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친구와 동료들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하고 신성한 결말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익게 하고 천상에 태어나게 하는 보시를 합니다. ……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가 재물을 얻으면 즐기기도 하고, 해야 할 바를 다하기도 하나니 비난받지 않으며 일가친척 부양한 뒤 그 영웅은 천상의 보금자리로 가도다.

 

붓다는 부귀영화란 중생이 속세에서 이룰 수 있는 커다란 성취라고 생각했다. 그는 신도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스로 부과한 한계’는 영적 성장뿐만 아니라 세속적 성공에도 큰 장애물이므로,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고 의지하여 정신적인 장벽들을 제거하라고 가르쳤다. 붓다는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를 바탕으로 하여 그저 열심히 힘쓰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행동과 현명한 판단을 할 때 비로소 신도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불교는 세간적인 부귀나 성공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붓다는 출가 수행자에게는 출세간적 행복을, 재가 신도들에게는 세간적인 행복을 가르쳤다. 불교의 특징과 장점은 상대방의 근기에 맞는 가르침과 방편을 펼친다는 점이다. 불교상담도 내담자의 문제와 관심에 맞는 접근법을 사용하여야 한다. 사회적ㆍ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는 내담자의 경우, 바른 마음가짐과 현명한 노력을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4) 불교상담의 치유론

 

불교는 번뇌를 경감 내지 멸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수행법을 발견하거나 고안하였다. 따라서 불교상담과 접목할 수 있는 불교의 수행법은 무궁무진하다. 당면한 현실을 직면하고 과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기를 추구하는 불교상담 입장에서 다양한 수행 방편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즉 초기불교의 삼법인, 삼학, 팔정도, 오정심관(五停心觀), 사무량심(四無量心) 등에서부터 대승불교의 육파라밀, 사섭법(四攝法), 관상명상(觀想瞑想), 절수행 등과 선불교 논서인 이입사행론(理入四行論)에서 제시하는 이입과 사행, 간화선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수증(修證) 방법들에서 불교상담의 도구들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불교상담 도구인 명상, 성찰, 소통을 중심으로 약술하고자 한다.

 

① 명상

 

명상은 불교상담에서 유용한 도구이다. 정념(正念), 각찰(覺察)을 중심으로 하여 수식관(數息觀), 자비명상(慈悲瞑想), 백골관(白骨觀), 가피명상(加被瞑想), 이완명상, 치유명상(治癒瞑想), 시각화(視覺化) 등 다양한 명상법을 활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상담자(촉진자)의 안내에 따라 내담자(참가자)가 명상을 익히도록 하며, 일상에서 스스로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명상을 통하여 불선심소가 줄어들고 선심소가 증장될 수 있으며, 나아가 불선심소든 선심소든 그 성품이 무아요 공임을 체득하게 되면, 불선심소가 일어나더라도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고, 선심소가 일어나더라도 담담하게 경험할 수 있다. 즉 모든 마음현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마음현상들을 담담하게 알아차리고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개인상담의 경우, 내담자가 겪고 있는 괴로움의 원인으로 파악되는 과거의 상황을 시각화한 후, 그 상황에서의 마음을 상담하여, 그 상황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거나, 그 상황에서 원했던 또는 원하는 경험을 상상 속에서 체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

 

② 소통

 

소통은 크게 두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개인 내적 차원에서 오온 간의 소통, 타인과의 소통이다.

인간이 겪는 괴로움 중에는 개인 차원의 여러 요소들이 잘 소통하지 못하여 상호 모순적인 방향으로 에너지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것들이 있다. 욕구는 있으나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싫어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의 경우처럼, 자신 안에 있는 요소들이 잘 소통하지 못하여 부조화를 겪을 때 괴로움을 경험한다. 따라서 불교상담은 생각, 관점, 신념, 욕구, 열망, 기대, 의도, 언행 등이 잘 소통하고 잘 조정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욕심, 갈망, 불안, 걱정, 미움, 화, 두려움, 후회 등의 불선심소로 인하여 개인 심리 차원의 괴로움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인간관계 속에서도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 나와 타인 간에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 신념, 기대, 욕구, 열망 등을 잘 교류하고 적절히 조정한다면 괴로움을 크게 경감할 수 있다. 따라서 불교상담은 타인과 마음을 잘 소통할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불교상담 프로그램에서는 마음 현상 중 느낌, 기분, 감정, 정서를 중심으로 소통하며, 그 배경이 되는 생각, 관점, 신념, 욕구, 기대, 의도, 열망 등은 간략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소통 훈련을 통하여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음현상을 있는 그대로 잘 알아차리게 되며, 불선심소를 알아차리고 말함으로써 불선심소가 약화 내지 소멸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선심소를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함으로써 본인의 마음에서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선심소가 증장됨을 경험할 수 있다.

 

③ 성찰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사성제이다. 즉 괴로움의 인과, 행복의 인과를 밝히신 것이다. 인간이 겪는 괴로움은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인과 연의 결과이다. 인간의 심리적 고통은 색온인 사대의 부실과 부조화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있고, 행온의 해로운 마음현상들이 순간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창궐함으로써 발생된다고 볼 수 있다. 불편한 마음현상의 원인과 조건은 개인 차원에서 발견될 수도 있지만, 가족 등 주변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기인할 수도 있으며, 부모 혹은 조상으로부터 세습되는 습과 관련 있을 수도 있고, 지역의 문화 특성 또는 시대적 사회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개인이 경험하는 괴로움의 연기 과정을 다양한 층위에서 성찰하여 원인과 조건에 변화를 줌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구체적인 성찰 내용으로는 몸과 마음의 상관성을 살펴보기, 마음 요소들 간의 상관성을 탐색하기, 가족역동과 가족의 습을 발견하기, 자신과 외부 자극과의 역동을 이해하기, 지금의 괴로움과 관련 있는 과거의 경험 추적하기, 이고득락에 도움 되는 대안 모색하기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삶의 경험들은 본질적으로 괴로움이든 즐거움이든 무상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수(감각적 느낌)에 반응하면서 경(대상)을 실체시하고 우열시하여 집착함으로써 괴로움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모든 현상의 본성적 성질을 통찰하지 않는 한 괴로움의 뿌리는 뽑히지 않는다. 삼법인, 공성, 불성, 자성 등으로 표현되는 본성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타 상담이론과 차별화되는 불교상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 경험되는 모든 현상을 여실지견(如實知見) 할 수 있는 지혜가 증장되는 만큼 마음의 여유와 평안이 지속되므로, 불교상담은 괴로움의 연기성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본성에 대한 통찰을 강조한다.

 

4. 불교상담의 효과

 

불교상담을 통하여 내담자(참가자)는 다섯 가지 방면에서 얻는 효과만큼 이고득락 한다. 첫째, 연기를 볼 수 있는 힘이다. 현재 경험하는 괴로움의 원인과 전개과정을 살필 수 있는 힘이 강해지면 질수록 괴로움을 야기하는 구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이고득락을 위하여 도움 되는 행위와 방해 되는 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분명해지고, 방해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도움 되는 행위를 실천할수록 괴로움을 경감할 수 있다. 셋째, 몸과 마음 현상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힘이 커질수록 마음의 평화가 증진된다. 넷째, 자존감과 자신감이 향상되고 삶의 목표가 명료해져서 적절한 정도의 의욕을 유지하면 삶을 활기차게 살 수 있다. 다섯째, 인간관계에서 과거를 용서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미래에 대하여 희망을 갖게 되면, 평온과 자비가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위와 같은 효과가 증진되는 만큼 탐진치 등 번뇌에서 비롯된 각종 괴로움은 경감될 것이며, 사무량심(四無量心)은 증진할 것이다.

 

5. 불교상담의 특징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불교상담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교상담은 무한성장을 지향한다. 정신치료와 심리치료는 이상 행동, 부적응적 심리들 을 정상 범주 내의 상태로 호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상담심리의 경우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의사소통훈련, 부모역할훈련 등 정상인의 성장을 돕는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불교상담은 정신치료와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기여할 수 있겠지만, 범부가 현인이 되도 록 돕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현자라할지라도 지혜의 깊이와 크기 는 천차만별이므로 불교상담은 무한성장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불교상담은 전인적(全人的) 치유(治癒)를 추구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정신과 의사가 심리적 치료(psychological treatment 혹은 psychotherapy)와 생물의학적 치료(biomedical therapy)를 동시에 실시하기도 하지 만, 의학적 처치를 할 수 없는 임상심리사나 상담심리사는 주로 심리현상에 관심을 집 중한다. 반면 불교상담은 인간을 오온무아로 보기 때문에, 몸(색온)과 마음(수온, 상온, 행온, 식온)에 대한 유기적,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즉 불교상담은 심신상관적(心身 相關的) 관점을 견지함으로써 심리 치유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전인적 치 유를 추구한다.

 

셋째, 불교상담은 근원적인 해결을 지향한다.

서양에서 발달된 기존의 접근법들은 병증 치료, 기능 습득 등을 통하여 잘 적응하고 잘 기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반면 불교상담은 적응문제와 지혜롭게 생활하기 위한 기능 습득에도 관심을 갖지만, 병증과 기능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탐진치 등 모 든 번뇌의 치유, 인간의 고통에 대한 근원적 해결을 지향한다.

넷째, 불교상담은 출세간적 행복, 세간적 행복 둘 다를 강조한다.

서양의 상담은 대체적으로 출세간적 가치보다는 세간적 과제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불 교는 깨달음, 해탈, 열반 등의 출세간적인 가치를 보다 더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불교상 담은 양 쪽 모두에 관심을 갖는다. 내담자의 관심사에 따라 접근법과 강조점이 다를 뿐 이다. 붓다 재세 당시 불교 교단은 출가제자와 재가신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두 그룹 모두를 중시했던 붓다는 출가제자들이 가장 높은 경지까지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끄는 한편 재가자들에게는 경제적 번영과 지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따라서 불교에 입각한 상담인 불교상담도 출세간적 행복과 세간적 행복을 공히 강조한다.

다섯째, 불교상담은 명상, 성찰, 소통을 공히 중시한다.

인간이 행복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에서의 심신의 안녕 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 서의 평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불교는 성찰과 명상수행, 서양의 상담은 성찰과 소통을 강조하는 반면, 불교상담은 성찰, 소통, 명상 모두를 주요 기제로 삼는다. 불교상담에서 는 개인적, 관계적 사건을 연기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인ㆍ연ㆍ과를 통찰하고, 새로운 선 인(善因)의 실천을 강조한다. 개인 안에서, 관계 속에서의 갈등과 불화는 지혜로운 소통 을 통한 조화의 회복으로 해결한다. 또한 일상에서의 명상 실천을 통하여 심신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한다.

 

 

 

 

 

 

 

 

 

 

 

 

 

 

 

 

 

Ⅱ. 불교상담 프로그램

 

1. 불교상담 프로그램에 적용된 원리

 

(1) 각자의 삶이 주교재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참가자가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이 각자의 삶을 주교재로 삼아, 자기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와 상담학 등은 자기 성찰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며, 집단 활동과 소강의는 성찰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이다.

 

(2) 무상, 고, 무아에 대하여 이해(통찰)한다.

삼법인은 불교 교학의 핵심 중 하나이다. 제행무상은 형성된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이다. 무정물은 성주괴공(成住壞空) 하고, 유정물은 생로병사(生老病死) 하며, 심리현상 등은 생주이멸(生住異滅) 한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 쾌락, 행복감, 만족감도 지속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일체개고인 것이다. 또한 몸과 마음 어디에서도 불변의 실체를 찾을 수 없다. 제법무아이다. 삼법인의 이치를 이해(통찰)하면, 외부 대상, 본인의 몸과 마음 현상에 대한 탐진치 삼독심이 약화된다.

 

(3) ‘나’를 오온으로 해체하여 본다.

‘나’를 오온의 다섯 범주로 해체하여 봄으로써,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조하게 된다. 몸과 마음에서 발생하는 어떤 현상이든 ‘하나의 부분’으로 보게 됨에 따라, 그 어떤 현상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 대상과의 사이에 간격을 확인하게 되면, 부지불식간에 진행되는 습관적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대상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대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진다. 탐심과 진심이 약화되고 알아차리는 힘은 강화된다.

 

(4) 몸과 마음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한다.

모든 것은 변화 과정에 있는 일시적 현상임을 상기하면서 대상을 대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약화된다. 몸과 마음에서 자생하는 현상, 외부 대상(자극)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을 배양하여야 한다. 즉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쏘지 않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삼독심이 경감하게 한다. 집착과 두려움 등의 불선심소가 일어나도 수용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장한다.

 

(5) 선 ․ 불선에 대한 안목을 갖는다.

범부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의식적, 무의식적 행위를 지속한다. 행위는 영향력을 낳는다. 나와 타인의 행복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행위가 최선이며, 쌍방 모두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가 최악이다. 행위의 선 ․ 불선(유익 ․ 유해)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의도가 행위에 선행하므로 의도를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능력이 커질수록 치심은 경감한다.

 

(6) 생각은 새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은 보듬고, 욕망은 조절한다.

심소(心所) 중 생각(관점, 견해, 신념, 가치관, 사상, 철학 등), 느낌(기분, 감정, 정서 등), 욕망(욕구, 기대, 충동, 의욕 등), 의도, 의지 등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다룬다. 생각, 관점, 의견 등은 새로운 선택을 통하여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바꾸려는 마음은 진심과 탐심이므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보듬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필요에 따라 자애심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거나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욕망은 조절한다. 욕망을 조절함으로써 만족감이 증가한다. 선한 의도를 추구하며, 방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기 위하여 의지를 사용한다.

 

(7) 유익한 의욕을 일으키고 노력한다.

선 ․ 불선에 대한 안목을 갖고, 선한 행위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의욕(열정)이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게 조절한다. 의욕 또한 변하므로, 방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불선한 행위를 줄이고 선한 행위를 늘릴 수 있도록 의지를 내야 한다.

 

(8) 궁극지향, 과정목표, 실천계획을 명료화한다.

목표가 없는 삶은 공허할 수 있고, 지향점이 선명하지 못하면 갈등한다. 성찰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확인하고, 성취하여야 할 과정목표를 세분하며, 당장 실천할 단기계획을 구체화한다.

 

(9) 소통과 교류의 순기능을 활용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 중에 많은 부분이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이고득락을 촉진한다. 대화와 활동을 통하여 프로그램 참가자 간의 친밀감과 신뢰감이 조성되면, 내면세계를 안심하고 개방할 수 있게 된다. 진솔하고 진지한 상호피드백을 통하여, 신뢰감은 증대되고 성찰은 촉진된다.

 

(10) 입출식념(入出息念)을 배우고 익힌다.

사람은 살아있는 한 호흡한다. 호흡은 언제 어디서나 명상의 주제로 삼을 수 있다. 호흡을 대상으로 하는 정념 수행을 배우고 습득함으로써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정념 수행을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번뇌가 경감되며, 알아차리는 힘이 강화된다.

 

(11) 자비심을 일으키고 증장(增長)한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비심 내도록 연습함으로써, 긍정적인 심소(心所)를 생장(生長)한다. 자기에 대한 자비심이 커지면 번뇌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하여도 너그러워진다. 또한 자비명상 대상을 가족, 지인, 화해가 필요한 사람, 불특정인, 모든 중생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자비심을 함양한다.

 

(12) 실용적인 명상법을 습득한다.

가피명상, 치유명상, 시각화명상 등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개인이 겪고 있는 괴로움을 경감하고, 삶을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한다.

2.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반구조화 집단상담

 

(1) 프로그램의 목표

 

본 프로그램의 목표는 탐진치 삼독심의 치유이며, 그 효과로서 암 환우들의 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적대감 및 신체화가 감소하고,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즉 갈망하는 대상과 갈망하는 마음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집착을 내려놓고, 두려움을 직면하고 통찰함으로써 현실을 담담하게 수용하고, 암 치유에 유해한 행위를 줄이고 유익한 행위를 많이 실천할 수 있도록 알아차리는 힘을 증진하는 것을 과정 목표로 삼는다.

 

(2) 프로그램의 구성

 

프로그램은 총 19개 마당으로 구성하였으며, 3박4일 동안 산사에서 집중적으로 실시하였다. 19개 마당 중 12개 마당은 연구자가 고안한 활동지를 사용하였고, 7개 마당은 활동지 없이 진행하였다. 매 마당 시작할 때 5-10분 정도 명상하였으며, 명상 후 구조화된 집단상담을 진행하였고, 다시 5-10분 명상으로 마당을 마무리하였다. 입출식념, 몸과 마음 현상 알아차리기, 자애명상을 습득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으며, 하루의 프로그램을 마칠 때 이완명상을 실시하여 숙면을 도왔다. 또한 웃음명상을 통하여 간단한 행위 하나로 심신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를 체험하도록 하였다.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스트레칭 또는 서로 안마해 주기 등을 통하여 피로도 풀고 친밀감을 증장시켰으며, 하루 한 번 주변 산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심신을 이완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3박4일 프로그램 종료 후, 매일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돌아보기’ 4주 분량을 제본하여 배부하였다. 프로그램 전체 구도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

 

구분

해당 마당

목 표

도입

1~4

오리엔테이션, 친밀감과 신뢰감 형성

5,기타 마당 나누기

빈발하는 괴로움에 대한 수평적 분석

6, 기타 마당 나누기

암 발병 원인에 대한 수직적 분석

빈발하는 괴로움에 대한 수직적 분석

12, 기타 마당 나누기

궁극적 소망 확인

7~11, 13~18,

기타 마당 명상,

기타 마당 나누기

사성체, 연기, 삼법인, 선․불선, 업․습, 원, 불성 등에 대한 정견 확립

정사유, 정어, 정업, 정정진, 정념 체득

종결

19

주의사항 전달, 추후 모임 협의

<표1> 프로그램 개요

 

각 마당의 내용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제1마당에는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의 취지와 간략한 이론적 배경, 프로그램 촉진자의 공부 이력을 소개하며, 집단규칙에 대하여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마련하였다. 제2~3마당에는 참가자 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자발적 참여를 고무하는 활동을 배치하였다. 제4마당에서는 참가목적과 행동목표를 명료화하고 서로 공유함으로써 상호작용을 촉진하고자 하였다. 제5마당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괴로움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수평적으로 분석하게 함으로써, 육경(六境)에 대한 반응을 오온 차원에서 성찰하게 하고, 자기개방을 촉진하는 내용을 배치하였다. 제6마당에서는 암이 발병한 인과를 생활습관, 환경, 유전의 측면에서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으로 구분하여 수직적으로 추정해 봄으로써, 지난 삶을 삼업 차원에서 성찰하고 암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제7~8마당에서는 암 치료 내지 행복한 삶에 유해한 행위/습관을 찾아보고 유익한 행위/습관을 선별해보도록 함으로써, 선․불선에 대한 개념과 안목을 갖도록 돕는 활동을 편성하였다. 제9마당에서는 그동안 프로그램 시작과 마지막에 익혔던 마음챙김을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정리하고 연습을 통해 습득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제10~11마당에서는 암 환우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을 직면한다. 임종 직전이라고 상정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 봄으로써,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가치들과 미해결과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였다. 또한 본인이 죽은 후 남은 사람들이 조문와서 해주었으면 하는 말들을 정리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role play함으로써, 응어리진 감정을 정화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제12마당에서는 각자가 삶 속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성찰함으로써, 행복과 만족의 크기는 성취의 양에도 좌우되지만 욕망 조절을 통하여 가능함을 확인하고자 한다. 제13마당에서는 현 상황에서 감사할 수 있는 관점을 갖는 연습을 하였다. 제14마당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교류의 경우를 나․너, 선․불선 차원에서 정리하고 performance를 통하여 실제 사과하고 용서해 봄으로써, 불선심소를 정화하는 효과와 함께 프로그램 이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웠다. 제15마당에서는 지금까지의 활동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원을 확인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중간목표와 실천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마련하였다. 제16마당에서는 삼배(三拜) 주고받기를 통하여, 3박4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미안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만남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며, 상대방의 원이 원만하게 성취되기를 기원해 주는 회향의 시간을 배치하였다. 또한 상대방의 불성을 인정하고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배하는 경험과 상대방으로부터 삼배를 받아보는 체험을 통하여 상호 존중하는 삶의 묘미를 맛보게 하였다. 제17마당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통찰을 이성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원리를 터득하고 다음에 필요할 때 상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두도록 하였다. 또한 체험한 감동들도 정리해 놓음으로써, 필요할 때 그 감동을 재현할 수 있는 단초를 장치하도록 하였다. 제18마당에서는 직전 마당에서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다른 사람의 경험 청취를 통하여 서로 공감하고 각자의 수확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마당에서는 3박4일 동안 들은 다른 사람의 개인사에 대한 비밀 준수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주의할 사항을 환기하며, 추후 모임에 대하여 협의한다.

 

(3)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에서 2009년 9월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하여 참가자를 모집하였다. 응모 자격은 첫째 암 진단을 받은 사람, 둘째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력과 3박4일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사람, 셋째 전체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신청자 47명을 대상으로 개별 전화면접을 실시하여 실험집단 15명과 통제집단 17명을 구성하였다.

2009년 10월 29일 13:00부터 11월 1일 15:30까지 경기도 양주시 소재 육지장사에서 실험집단 15명을 대상으로 3박4일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통제집단 역할을 한 대기자들은 2009년 11월 26일 13:00부터 29일 15:30까지 같은 장소에서 실시한 3박4일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결과, 본 프로그램 실험집단은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마음챙김, 수용 행동 및 집착 수준에서 기대했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마음챙김과 수용 행동에서 유의한 증진 효과를 보였고, 이러한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후 4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유지되었다. 실험집단의 집착 수준은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서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추후 시점에서도 이러한 감소 경향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집단이 대기자 집단과 비교하여 과정변인으로 가정했던 마음챙김, 수용 행동 및 집착 수준에서 유의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본 연구의 연구가설1이 지지되었다.

본 프로그램은 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및 적대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들의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적대감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심리적 증상들의 감소는 추후 시점에서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주관적 삶의 질 개선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직후에는 유의하였으나, 추후 시점에서는 통제집단과 비교했을 때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체화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프로그램 종료 시점 및 추후 시점 모두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본 프로그램이 신체적, 심리적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설2는 부분적으로 지지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사에서의 명상과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심리적 고통의 완화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으나, 신체화의 개선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 프로그램이 암 환우의 신체적 고통을 줄임으로써 심리적인 안녕을 가져 왔다기보다는, 신체적 고통의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움으로써, 다양한 심리증상의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순간에 대한 비판단적인 자각을 강조하는 마음챙김과 현실적인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의미 있는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용 행동의 증가가 실험집단에서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점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다. 집착 척도에서도 실험집단에서 유의한 감소를 보인 하위 요인들은 현재의 당면과제에 전념하지 못하는 현재결여성,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있는 과거중심성, 미래에 닥쳐 올 걱정 속에 빠져 있는 미래중심성 등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현재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들을 자각하고, 이를 수용하며, 현실의 의미 있는 당면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신체적 고통은 유지될지라도 심리적인 고통을 덜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이나 수용, 혹은 집착의 감소가 심리증상들을 완화시킨다는 보다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이 명상과 집단상담을 혼합한 형태였던 점, 3박4일 합숙하는 동안 참가자들 사이의 私的 교류가 활성화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명상과 상담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하여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나아가 프로그램 효과가 참여자들이 대부분 불교신자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도 유사한 효과가 도출될 것인지도 앞으로의 연구에서 밝혀져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암 환우를 위한 산사에서의 명상과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유구한 불교 교학과 수행을 현대 상담심리학과 접목한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구 심리학계에서는 동양의 명상을 심리치료에 활용하려는 과학적인 시도가 활발하다. 그러나 대개의 명상 심리치료 프로그램들은 명상 특히 초기불교에서 강조하는 마음챙김을 주의 조절의 기법으로 제한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 고통에 대한 불교적 관점이나 철학에 근거하고 있기보다는 명상의 일부분을 기법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본 프로그램은 불교의 사성체를 근간으로 하여, 암 환우들의 관심이 병증의 완화, 심리적 고통의 경감에 머물지 않고, 육근과 육경이 무상하고 괴롭고 무아임을 철견하고, 그것들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촉진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실제 암 투병이라는 극한 상황에 있는 환우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서 보듯, 이 프로그램은 신체화의 개선과 같은 측면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심리적 측면에서의 고통 완화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구조화 집단상담

 

(1) 프로그램의 목적

 

본 프로그램의 목적은 성찰, 집단상담, 명상, 중도적 실천을 통하여 프로그램 참가자들 삶에 유익한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탐진치 삼독심의 경감과 자애심의 증장을 통하여 심신을 치유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2) 프로그램의 기대효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 과정변인으로 가정한 마음챙김이나 수용행동 및 자기에 대한 자비심은 증진되고 집착심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위와 같은 과정변인들에서의 변화를 통해 정신병리(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및 적대감) 수준이 낮아지고, 주관적 삶의 질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3) 프로그램 개요

 

프로그램을 총 23개 마당으로 구성하였으며, 3박4일 동안 산사에서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23개 마당 중 17개 마당은 연구자가 고안한 활동지를 사용하였고, 6개 마당은 활동지 없이 진행한다. 각 마당은 명상과 구조화된 집단상담으로 구성되었다. 마당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5-10분 동안 입출식념, 몸과 마음 현상 알아차리기, 자애명상을 반복한다. 나머지 시간 동안 준비한 활동을 통하여 성찰하고 집단상담을 한다. 그리고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스트레칭 또는 서로 안마해 주기 등을 통하여 피로도 풀고 친밀감을 증장할 수 있도록 한다. 하루 한 번 주변 산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심신을 이완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로그램 전체 구도를 요약하면 <표2>와 같다.

<표2> 프로그램 전체 구도

구분

해당 마당

주요 내용

1

오리엔테이션

2-3

친밀감과 신뢰감 형성

4

참가목적, 행동목표 명료화

5

빈발하는 괴로움에 대한 수평적 분석, 괴로움 발견

기타 마당 ‘나누기’

자기개방, 성찰, 괴로움 발견

6

빈발하는 괴로움에 대한 수직적 분석

괴로움의 원인에 대한 이해 증진

기타 마당 ‘나누기’

자기개방, 성찰, 괴로움의 원인 통찰

7-8, 14-15

업 ․ 습, 선 ․ 불선에 대한 안목 배양

9, 13

알아차림, 의욕, 의도, 의지, 노력

10

욕망(욕구) 확인, 조절

11-12,

기타 마당 ‘나누기’

궁극지향 확인, 과정목표 세분, 실천계획 구체화

16-17

선(유익)한 행위 실천

18-20

긍정 사고 함양

21-22

갈무리하기

기타 마당 ‘명상’

입출식념, 몸과 마음 현상 알아차리기, 자애수행 습득

기타 마당 ‘나누기’

수용 ․ 공감, 인정 ․ 칭찬 등을 통한 괴로움 경감

괴로움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

종결

23

주의사항 전달, 추후 모임 협의 등 마무리

※ 무상 ․ 고 ․ 무아 통찰과 탐진치 삼독심 경감은 도입, 종결을 제외한 모든 과정

에서 이루어짐.

 

(4) 프로그램의 구성

<표3> 마당별 주제와 배정시간 시간 단위: 분

마당

주 제

시간

비 고

1

오리엔테이션

30

제1일 오후

2

만남

30

3

별칭 짓고 소개하기

60

4

참가목적 그리고 행동목표 명료화하기

100

5

단골손님 명단

120

제1일 저녁

6

단골손님이 생긴 원인과 조건 생각해 보기

50

7

단골손님 대하는 유익하지 않은 행위/습관 찾아보기

110

제2일 오전

8

단골손님 대하는 유익한 행위/습관 선별하기

110

9

대상과 떨어지기 그리고 주제에 열중하기

120

제2일 오후

10

나의 컵

100

11

나의 묘비명

80

제2일 저녁

12

지향 확인하기, 목표 정하기

80

13

알아차리기, 선택하기 그리고 실천하기

100

제3일 오전

14

목표 달성하기 위한 유익한 행위 선별하기

60

15

목표 달성하기 위한 유익하지 않은 행위 선별하기

60

16

관점 바꾸기 그리고 감사하기

60

제3일 오후

17

사과하기 그리고 용서하기

80

18

나의 장점

80

19

너의 장점

180

제3일 저녁

20

삼배하기

120

제4일 오전

21

갈무리하기

100

22

소감 나누기

120

제4일 오후

23

마무리

40

※ 마당 시작할 때와 끝날 때 5-10분 동안, 몸과 마음 현상 알아차리기,

입출식념, 자애 명상 중 한 가지를 실시함.

※ 제2일 점심식사부터 알아차림을 하면서 식사 하도록 안내함.

 

(5)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불교집단상담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서울 소재 D대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집단원 28명을 모집하였다.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 무선(無選)으로 각 14명을 배정한 후, 실험집단을 대상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봉인사에서 3박4일 동안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프로그램 실시 전, 실시 후 및 프로그램 종료 4주후 등 세 차례에 걸쳐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게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검사를 실시하였다. 28명이 답한 설문지는 다변량공분산분석(Multivariate Analysis of Covariance; MANCOVA)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불교집단상담 프로그램은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마음챙김, 수용행동, 자기-자비 및 집착 수준에서 가설에서 예측했던 바와 같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집단 참여자들은 마음챙김, 수용행동 및 자기-자비의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후 4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유지되거나 향상되었다. 집착수준은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서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추후 시점에서도 이러한 감소 경향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실험집단이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과정변인으로 가정했던, 마음챙김, 수용행동, 자기-자비 및 집착 수준에서 유의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연구가설 1을 지지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음챙김의 하위 요인 중 특히 탈중심적 주의의 효과 크기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탈중심적 주의란 자신의 내적 경험들(부정적 사고나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이를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준영과 박성현은 마음챙김의 나머지 하위 요인들인 집중, 현재자각 및 비판단적 태도 등은 사띠의 협의적 의미와 가까우며, 이러한 요인들이 성숙되었을 경우 내적 경험에 대한 탈중심화 능력이 나타난다고 제안했다. 탈중심적 주의 능력은 자신의 사고나 감정을 자기나 실재에 대한 반영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의 장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mental event)으로 지각함으로써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의 경험을 촉발하게 된다. Teasdale이나 Safran 등은 탈중심화가 인지치료의 핵심적인 치료기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치료에서 치료 효과를 매개하는 중심적인 요소임을 제안한 바 있다. 본 프로그램의 마음챙김 명상, 몸과 마음 현상을 알아차리는 명상, 몸과 마음 현상에 대한 무상 ․ 고 ․ 무아 통찰훈련 등이 탈중심적 능력을 키우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본 프로그램은 자기-자비 척도의 하위 요인들 중에서 자기-친절 및 자기-판단 경향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친절의 증가와 자기-판단의 감소는 자신의 취약함이나 부정적인 정서 경험에 대해 비판 혹은 비난하지 않고, 연민과 따뜻함을 갖고 수용하는 능력이 증진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연약한 측면을 허용하는 태도의 증진은 수용행동 척도 점수에서의 유의한 증가를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Hayes 등은 부정적 경험을 회피하거나 투쟁하고자 하는 통제 시도가 모든 정신 병리의 공통적인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단골손님을 탐색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연기적 현상(사건)으로 다루도록 훈련하였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내적 경험과의 불필요한 싸움을 멈추고, 오히려 이러한 내적 경험을 환영하고, 따뜻한 태도로 접촉하게 함으로써 내적 경험을 수용하는 것이 고통의 확대를 예방하는 것임을 체험적으로 학습하도록 시도하였다.

집착의 경우 본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인 하위 요인은 시각고정과 욕구집착이었다. 고정된 시각에 변화가 생김으로써 의식을 점유하고 있었던 경직된 지각 ․ 생각 ․ 감정 ․ 의도가 유연해졌고, 당면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보다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태도나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욕구집착에서의 변화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거나 성취되지 않을 때, 감정이 덜 흔들리고 담담할 수 있는 초연성이 함양되었음을 의미한다. 유연성과 초연성이 증가함에 따라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탐심과 진심은 약화되고 수용하는 마음은 증가되어 삶이 보다 여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신의 욕구(욕망)에 대한 검토, 삶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사색,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사과하기, 용서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가능하였다고 추정된다.

또한 불교집단상담 프로그램은 효과변인으로 가정한 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및 적대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들의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인예민성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심리적 증상들의 감소는 추후 시점에서도 유지되었다.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삶의 질 또한 프로그램 사후 및 추후시점에서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본 프로그램이 정신 병리의 완화와 주관적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연구가설 2를 지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4. 대학교 교양과목에 적용한 사례

 

(1) 강의 개요

 

불교와 상담심리학에 근거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수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째, 강의를 통하여 개념과 이론을 이해한다. 둘째, 구조화된 집단상담활동을 통하여 자기를 성찰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셋째,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활명상법을 배우고 익힌다.

 

(2) 강의 목표

 

자기를 보다 잘 이해하고, 삶의 가치와 목표를 명료화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익힌다.

타인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기법을 배우고 익힌다.

지혜와 사랑을 함양한다.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산다.

 

(3) 주별 강의 계획

 

1주: 불교와 상담심리학을 통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이치를 살펴보고, 한 학기 동안 공부할 방향을 제시한다.

2주: 불교의 무아(無我)와 심리학의 자아(自我)의 관점을 이해한다. 진공묘유(眞空妙有)의 관점을 이해한다.

3주: 인드라망, 연기(緣起),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을 이해한다. 자애명상을 배운다.

4주: 업(業)과 습(習), 선(善)과 불선(不善)을 이해한다.

5주: 말의 중요성과 긍정심리학을 이해한다. 인정, 칭찬, 공감, 수용, 지지, 격려 등의 대화법을 습득한다.

6주: 타인의 말과 마음을 경청하는 법, 교감을 학습한다.

7주: 웃음, 감사 등 긍정 강화 기법에 대하여 학습한다.

8주: 보시, 감사, 사과, 용서 등을 학습한다.

9주: 중간시험

10주: 생각, 신념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11주: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12주: 불편함, 괴로움을 발견하고 직면한다.

13주: 불편함, 괴로움의 원인과 전개과정을 탐색한다.

14주: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해한다.

15주: 욕망을 이해하고, 조절한다.

16주: 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삶의 목표를 정립한다.

17주: 한 학기 동안 배운 바를 갈무리한다,

18주: 기말시험

 

(4) 교재

 

주교재 : 자신의 삶

참고도서 :

화해, 내안의 아이 치유하기 / 틱낫한 / 진우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 바스나고다 라훌라 지음 / 이나경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 김정호 / 불광출판사 / 2011

붓다브레인: 행복 사랑 지혜를 계발하는 뇌과학 / 릭 핸슨 등 지음 / 장현갑 등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 / 이현경 지음 / 샨티 / 2010

달라이라마의 마음공부 / 달라이 라마 지음 / 니콜라스 브릴랜드 엮음 / 이현주 옮김 / 해냄 / 2002

마음으로 몸을 고친다 / 데비 샤피로 지음 / 송순봉 옮김 / 도솔 / 2006

 

(5) 강의방법

 

강의, 구조화 집단상담 프로그램, 대화, 동영상 시청, 명상, 발표 등

 

(6) 과제

 

긍정일기 쓰기 과제: 2012.9.11(화)~10.21(일)까지 41일 중 30일 동안 자기자신의 긍정적인 부분 1일 3가지를 찾아서 일기 쓰기. 매주 일요일 e-class에 제출.

긍정일기 쓰기 소감문 과제: 긍정일기 쓰기 과제를 통하여 통찰한 내용, 느낀 소감, 행동 변화를 기술하기. 중간고사 기간인 10.22(월)~10.28(일)에 e-class에 제출.

감사일기 쓰기 과제: 11.1(목)~12.9(일)까지 39일 중 30일 동안 삶 속에서 발견하는 감사거리를 1일 3가지를 찾아서 일기 쓰기. 매주 일요일 e-class에 제출.

감사일기 쓰기 소감문 과제: 감사일기 쓰기 과제를 통하여 통찰한 내용, 느낀 소감, 행동 변화를 기술하기. 기말고사 시작 전주인 12.10(월)~12.16(일)에 e-class에 제출.

수업 전체 소감 쓰기 과제: 한 학기 수업을 통하여 통찰한 내용, 느낀 소감, 행동 변화를 기술하기. 기말고사 시작 전주인 12.13(목)~12.17(월)에 e-class에 제출.

 

(7) 심리검사

 

학기 초 수강정정 기간이 끝난 직후 첫 수업에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학기말 마지막 수업에서 같은 문항의 심리검사를 실시하여 변화를 측정해 볼 예정이다.

 

 

 

(8) 수강생 평가

 

학교 당국에서 udrims를 통하여 실시하는 수강평가 뿐만 아니라, 필자가 만든 강의평가 양식으로 한 학기에 두 차례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자체 평가를 통하여 수업에 대한 수강생의 만족도, 유익성, 건의사항을 수렴하여, 강의 내용을 개선하고 있다.

<표4> 동국대 수강생 평가 시스템을 통하여 실시한 ‘심리치료와 불교’ 강의평가 결과

학기

학점

수강인원

참여율

점수

석차

수상(受賞)

11-1

3

67

92.04

194.95

2/1173

최우수강사상

11-2

3

67

88.06

197.13

2/1168

최우수강사상

12-1

3

57

86.84

193.56

6/1179

최우수강사상

12-2

3

68

99.11

195.55

2/1167

최우수강사상

13-1

3

67

98.50

190.17

9/1183

최우수강사상

13-2

2

66

95.45

189.01

20/1164

최우수강사상

 

 

 

5. 기타 프로그램

 

불교상담 이론과 기존의 각종 T-Group, 비구조화 집단상담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상담 Training Group 모델, 명상에 기반한 의사소통훈련 모델, 비구조화 집단상담 모델 등을 실시하고 있다.

 

 

 

 

 

 

 

 

 

 

 

 

 

 

 

 

 

Ⅲ. 불교상담을 통한 이고득락 촉진, 포교 활성화

 

불교상담에서는 인간을 오온의 다섯 범주로 성찰한다. 상담 장면에서 불교상담자는 내담자의 가장 두드러진 면인 몸의 상태, 안색,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 등 색온을 우선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런 다음 대화를 진행하면서 내담자가 경험하는 즉각적인 느낌인 수온, 내담자가 대상을 지각하는 내용인 상온, 그리고 다양한 감정, 생각, 욕구, 의도 등의 마음현상들인 행온을 알아차리고 탐색하면서, 내담자의 개별적인 경험세계와 경향성을 이해하게 된다. 오온의 내용은 각 개인의 고유한 경험세계이며, 오온의 조화와 평온의 수준은 각 개인의 삶의 질이 된다. 따라서 불교상담에서는 오온의 내용을 알아차리면서 탐색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의 경향성을 이해하면서, 오온의 무상 ․ 고 ․ 무상을 통찰하도록 돕는다.

서양 심리학과 의학에서 다루는 심리장애는 정상이라고 여기는 범주를 벗어나는 이상 증상들 위주이다. 반면 불교에서 주로 다루는 고(苦)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흔히 겪는 불만족, 괴로움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존재하는 者의 불가피한 괴로움이며,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는 범부들의 일상이다. 오음성고(五陰盛苦)는 욕망과 잘못된 견해를 버리지 못하는 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굴레이다. 불교상담에서는 12연기 중 ‘촉 → 수 → 애 → 취 → 유’로 발전하는 연결고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근 ․ 경 ․ 식 삼사화합인 촉을 통하여 세 가지 느낌이 발생하면, 범부의 마음에는 낙수에 끌리는 탐심, 고수에 저항하는 진심, 불고불낙수에 대한 치심이 일어난다. 낙수와 고수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면 불만족과 괴로움은 상존하게 된다. 낙수와 고수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여 애와 증, 탐심과 진심이 생겼을 경우에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괴로움이 커질 수도 있고 평정심을 회복할 수도 있다. 애와 증, 탐심과 진심에 대하여 지혜롭지 못하게 반응하여 취(집착)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도, 의지에 따라 선한 삼업을 지을 수도 있고 불선한 삼업을 지을 수도 있다. 요컨대 ‘촉 → 수 → 애 → 취 → 유’ 과정에는 행복과 불행으로 갈리는 세 번의 기로가 있다.

정신치료와 심리치료는 이상 행동, 부적응적 심리들을 정상 범주 내의 상태로 호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상담심리의 경우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의사소통훈련, 부모역할훈련 등 정상인의 성장을 돕는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반면 불교는 깨달음, 해탈, 열반 등의 출세간적인 가치를 보다 더 많이 강조한다. 불교상담은 정신치료와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기여할 수 있겠지만, 범부가 현인이 되도록 돕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붓다 재세 당시 불교 교단은 출가제자와 재가신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두 그룹 모두를 중시했던 붓다는 출가제자들이 가장 높은 경지까지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끄는 한편 재가자들에게 부귀영화와 지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따라서 불교에 입각한 상담인 불교상담도 출세간적 행복과 세간적 행복을 공히 강조한다.

불교상담의 주요 기제는 명상, 성찰, 소통이다. 입출식념을 통하여 마음챙김(정념)을 습득함으로써, 번뇌로부터 마음을 보호한다. 몸과 마음 현상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통하여 지금여기에서의 경험을 발견하는 능력을 계발하고 심화한다. 개인적, 관계적 사건을 연기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인 ․ 연 ․ 과를 통찰하고, 선 ․ 불선에 대한 안목과 열의를 갖고 새로운 선인을 실천한다. 개인 안에서, 관계 속에서의 갈등과 불화는 지혜로운 소통을 통하여 조화를 회복한다. 그리고 체험되는 감정, 생각, 욕구들을 드러내고 서로 나눔으로써 괴로움이 경감되고 새로운 통찰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오온 현상을 나의 경험의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증장됨으로써, 탈동일시(脫同一視)가 가속되고 자동적 사고의 진행이 완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 현상에 대한 탐진치 삼독심이 경감됨으로써, 당면 상황을 보다 담담하게 수용하게 되고, ‘지금여기’에서 자신의 행복 내지 관계된 타인의 행복을 위하여 보다 유익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불교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가르침이다. 불교 교학과 수행법은 괴로움의 발생 기제와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들에 대한 탐구 결과이다. 초기불교 이후 불교는 시대와 지역의 여건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붓다의 가르침을 새롭게 이해하는 이론체계와 다양한 방편들을 발전시켜 왔다. 이는 근기와 형편에 맞게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초기불교, 아비달마불교, 중관불교, 유식불교, 천태불교, 화엄불교, 선불교, 티베트밀교 등은 삶과 마음에 대한 정치(精致)한 관찰과 사유의 열매를 후대에 전승하였다. 그리고 많은 수행 전통들이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잘 계승되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한편으로 전통을 계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론체계와 방편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보다 잘 소화할 수 있는 방편을 개발하여 그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배가하여야 한다.

서구에서도 정신의 병을 고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신의학,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등이 발달되어 왔다. 특히 상담심리학은 상담 참여자의 삶을 소재로 하여 상담자와 내담자, 내담자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괴로움을 경감하고 행복을 증장하는 기법과 도구들을 발달시켜 왔다. 근래에는 불교의 명상법을 활용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대중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는 전문분야 간 교류가 활발한 시대이다. 불교 또한 현대인의 상황과 취향에 맞춰 그들에게 유익함을 줄 수 있는 수단을 풍성하게 하기 위하여, 관련 전문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여야 한다. 인간의 이고득락에 대하여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 온 불교와 상담심리학은 호혜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불교와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방법론을 조화롭고 지혜롭게 응용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참가자들이 각자의 삶을 성찰하고, 타인과 상생적으로 소통하며, 명상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현대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행복을 증장케 하는 훌륭한 시대적 방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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