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心經)》은 왜 중요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실담문자(梵字=산스크리트)로 쓰여진 심경의 범자 원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실담문자(梵字=산스크리트)로 쓰여진 심경의 범자 원고.
그림판으로 해설고하 곁들여서 펴낸 심경(감숙인민미술출판사, 중국)
그림판으로 해설을 곁들여서 펴낸 심경(감숙인민미술출판사, 중국)

불교에는 무수한 이름의 경전들이 존재한다. 남방 북방 티베트권까지 합하여 말한다면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남방불교권에서는 빨리어 대장경으로 압축해서 경을 설명할 수 있고, 티베트권도 여러 판본이 있고 대장경은 경부(經部)인 깐쥬르와 논부(論部)인 텐규르로 구성되어 있다. 한역대장경(漢譯大藏經)은 후한(後漢)에서 원대(元代)에 이르는 약 1천년 동안에 걸쳐 산스크리트 원전(原典)으로부터, 때로는 서역(西域)의 여러 지방에서 번역된 경전이나 논서(論書)를 중심으로, 혹은 중국 불교인의 손으로 이루어진 주석서나 연구서 및 위경류(僞經類)를 포함해서 편집한 것으로서 대소승의 경률론(經律論)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분량도 가장 많으며 불교 연구에 있어서 불가결의 자료일 뿐만 아니라 인도불교와는 다른 독자적인 발전을 한 중국불교 연구의 근본자료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남북조(南北朝)·수(隋)·당(唐)의 각 시대를 통해 모두 수집되어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전목록(經典目錄)이 작성되었으나 경률론의 삼장이 일괄적으로 개판(開版)된 것은 971년 송(宋)의 태조에 의해 이루어진 송판(宋版)의 제1회 《촉판대장경(蜀版大藏經)》이 최초이며, 그 후 중국·한국·일본 등지에서 20여 회에 걸쳐 개판이 이루어져 그때마다 증광(增廣)되었다. 한역대장경은 중국· 한국·일본에서 불교 경전 또는 논서로 여겨지는 불교 문헌을 통칭한다.

이처럼 불교에는 남방 티베트 한역대장경에 이르기 까지 불전문헌은 방대하기가 이를데 없다. 특히 한역대장경은 그 수나 양에 있어서 방대하지만, 중국에서는 13경을 선호해서 주로 독경해온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 역사와 문화에서 유교 13경이 있듯이 불교에도 13경이 있다는 비교 대칭의 의미에서 불교 13경을 제시한 것이지 다른 경론을 도외시한다거나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선정한 불교 13경을 소개하면서 내용을 알아보자.

먼저 《심경》을 제시했다. 《심경》은 불과 260자 밖에 안 되지만, 대승불교의 공 철학이 압축되어 있다. 심경은 본래 당나라 현장 법사가 한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법사는 너무나 유명한 당 고승으로 인도로 구법하기 위하여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취경(取經)하러 갔다 중국으로 돌아와서 많은 경전을 번역 한 분이다.

당나라 현장 법사가 경을 구해서 당나라로 귀향하는 장면의 모습.
당나라 현장 법사가 경을 구해서 당나라로 귀향하는 장면의 모습.

현장(玄奘, 602~ 664) 법사는 당나라 초기 고승이자 번역가이며, 흔히 현장삼장(玄奘三藏)으로 불린다. 10세 때 형을 따라 낙양의 정토사에서 불경을 공부했고, 13세 때 승적에 이름을 올려 현장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그를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삼장법사인데, 삼장(三藏)이란 명칭은 경장(經藏)·율장(律藏)·논장(論藏)에 능해서 생긴 별칭이다.

현장은 당시의 한문 불교 경전의 내용과 계율에 대한 의문점을 빨리어와 산스크리트어 원전에 의거하여 연구하려고 629년에 천축(天竺, 인도)에 들어가 645년에 귀국하였다. 그는 귀국 후 사망할 때까지 만 19년에 걸쳐 자신이 가지고 돌아온 불교 경전의 한문 번역에 종사하였다. 그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며 당시 번역법이나 번역어에 커다란 개혁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종래 번역을 구역(舊譯)이라 부르고, 현장 이후 번역을 신역(新譯)이라고 부른다. 현장은 중국 불교의 법상종·구사종(俱舍宗)의 개조이다. 또 그는 자신의 천축 여행의 견문기를 《대당서역기》에 통합 정리하여 태종에게 진상하였다. 이 책은 당시 인도나 중앙아시아(서역)를 알기 위한 제1급의 사료다. 또한 문학적으로는 현장의 천축 여행을 모티브로 하여 명나라 시대에 《서유기》라는 소설이 생겼다.

<심경>은 260자에 불과하지만 본래는 《대반야경(大般若經)》에서 현장법사가 압축한 경이다. 특히 <학관품(學觀品)>에서 《심경》의 핵심을 구성한 것이다. 《대반야경》은 600권이란 방대한 분량이다. 《반야경》은 프라즈나파라미타 수트라(Prajñāpāramitā sūtra)라고 한다. 즉 ‘지혜’란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인도에서 기원전후에 《8천 송 반야경》으로 시작해서 수백년이 경과하면서 《반야경》으로 편찬되었다. 처음에는 지루가참에 의해서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이 한역(179년)되었고, <소품> 《마하반야바라밀경》은 구마라습에 의해서 408년에 한역되었다. 이후 현장법사가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経)》』 600余巻(660-663)을 한역한 것이다. 간단히 정리해 본다면 《심경》의 원조는 《대반야경》이고, 압축한 분은 현장법사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반야심경》은 구마라습에 의하여 한역된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大明呪經)》(402-412)을 거쳐서 7세기 현장법사에 의해서 《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압축된 것이다.

중국 신강 고차 키질 석국 앞에 있는 구마라지바 동상
중국 신강 고차 키질 석국 앞에 있는 구마라지바 동상

쿠마라지바(Kumārajīva) 구마라습 鳩摩羅什344~413)는 구자국(龜玆國: 현재의 신장 쿠차에 속함) 출신의 불교 사상가다. 한자 표기는 구마라시바(鳩摩羅時婆), 구마라기바(拘摩羅耆婆), 줄여서 나습(羅什), 습(什), 의역하여 동수(童壽)라고도 한다. 중국 후진(後秦) 시대 장안(長安)에 와서 약 300권 불교 경전을 한자로 번역한 게 유명하며, 그 불경 번역은 불교 보급에 공헌했을 뿐 아니라 삼론종(三論宗)・성실종(成実宗)의 기초가 되었다. 최초 삼장법사(三蔵法師)로 불리며, 훗날 현장(玄奘) 등 많은 삼장이 등장하였다. 쿠마라지바는 현장과 함께 2대 대역성(大訳聖)으로 불리며, 또한 진제(真諦), 불공금강(不空金剛)과 함께 4대 역경가(訳経家)로 꼽는다.

정현<불이성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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