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도들에게 호소합니다-

태고종 제23교구 대구 경북 종무원 부원장 일도스님이 집무를 보고 있다.
태고종 대구 경북 종무원 부원장 일도스님이 집무를 보고 있다.

 

작금의 종단상황을 보면서 정말 착잡한 심정을 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종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일이다. 전부가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의견이나 하는 일은 그르다고만 하면 과연 누구만이 옳다는 것인지 도대체 점점 혼란만 가중 될 뿐이다.

우리 스스로 이렇게 종단을 흠집을 내고 상처에 소금을 뿌려도 되는 것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 종단이 내홍에 휩싸이고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조금 지켜보면서 종단이 수습되어가는 과정에 협조는 못할지언정 침묵으로라도 성원을 해야 하는데, 앞에 나서서 선동을 하고 떠들고 언론에 까발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속담에 녹은 쇠에서 나와서 스스로 자신을 망치고 파멸로 이르게 한다. 아무리 강한 쇠도 녹이 슬면 사그라지는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우리 승가가 왜 존재하는가. 일차적으로 자신이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자신의 본래 성품을 찾아서 무상의 진리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구도의 열정을 지닌 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렇다면 총림에 살거나 설령 사설사암에서 혼자 살면서 포교활동을 하더라도 이런 기본 정신을 갖고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우리가 입문하면 《사미율의》를 배우고 《초발심자경문》을 배우고 익히면서 습의(習儀)를 통해서 사문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종단은 이 부분이 너무 약해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나마 총림에서 몇 개월이라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마저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입문한다면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종단에 큰 누가 될 뿐이다. 이제 우리 종단도 승려입문 자격과 준비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치문(緇門)》에 보면 “승려가 행실이 바르고 무거우면 불법도 그에 따라 존중을 받고 승려가 업신여김을 받으면 불법도 세간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 불법을 높이고 낮추는 것이지 세간 사람들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작금의 종단 사태를 보면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 풍전등화와 같은 꼴이다. 집행부 무너뜨린다고 종단풍토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초가집까지 태우는 극단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이슬람주의 탈레반처럼 종교를 초월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한 그들의 만행을 보라! 결국 남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 불교는 자비문중이다. 집행부에서는 무엇인가 종단을 한번 바로 세워 보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몰아치면서 ‘무조건 아니다’라고만 한다면 누군들 종단을 제대로 이끌 것인가. 자신들이 하면 잘할 것 같지만, 해보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이상일 뿐이다.

 

종도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지도자적인 품격을 갖추면서 성장해야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면서 세력을 규합해서 판을 뒤집으려는 속이 뻔히 보이는 행보를 취한다면 되겠는가. 누구라고 지칭은 하지 않겠지만, 일련의 과정과 행보를 보면 판을 뒤집어서 종권을 쟁취하여 꿀맛만 보겠다는 것이지, 종단의 미래나 발전을 위한 아무런 비전도 계획도 방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세몰이만 한다면 종단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지 정말 통탄스럽다.

우리 종단은 지금 무신경적 통증에 걸려 있는 것처럼 중병을 앓고 있다. 병을 스스로 치유해야지 외부의 언론에 의지해서 오히려 분란을 더 조장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출가자 감소, 신도의 고령화로 교세가 약해지면서 존립 그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인데 운동권적 데모나 시위로 판을 바꾸려는 혁명적 행위나 생각은 옳지 않다고 본다. 종단자정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하고 오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하지, 시위나 선동으로 되는 일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일단은 독을 깨지 말자는 이야기다.

 

 

법장 일도 합장구배

대구.경북 교구 종무원 부원장(현)

대구 여래사 주지(현)

경상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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