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종정예하
혜초종정예하

종단에서는 기해년을 맞이하여 1월 10일 오전11시 태고총림 선암사에서 혜초 종정예하 배알법회를 봉행한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을 비롯한 3원장 및 종단 각급기관장, 각 시도교구 종무원장 종회의원 비구니회 등, 종단의 중진대덕 지도자들이 선암사로 집결, 종정예하 배알법회에 참가한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종단의 정신적 지주이시면서 종통과 법통 계승자로서의 상징적 존재이신 종정예하께 배알하고 법체강령을 기원하는 것은 종도의 도리”라고 하면서, 종단 지도자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혜초 종정 예하께서는 종정 법좌에 취임하신이후,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종정원에 주석하시면서 종정직과 방장직을 함께 수행해 오고 계신다.

 9순을 바라보는 노구임에도 조석예불에 빠지지 않고 안거 기간 동안에는 납자들을 제접, 선기(禪機)를 드날리고 계신다. 종단의 정신적 상징으로서의 종정예하께 배알하는 것은 태고종도의 당연한 도리이면서 의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월 10일 오전 11시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전에서 종정예하께 정중하게 배알하여 태고종통과 법통을 계계승승하는 종정예하의 법체 강건함을 축원하는 법석에 동참하자.

<해설>

한국불교는 1천7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긴 연륜만큼이나 불교를 지탱해온 승가의 역사도 쌓이고 있다. 한반도인 한민족의 영역인 고구려에 불교가 수용된 이래, 백제, 신라를 거치면서 또 삼국통일이후 불교는 이 땅의 종교로 정착하였고, 우리민족의 지성사에 피와 살이 되는 정신적 영양분을 제공해 왔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더 확장되고 국교의 지위에서 번성했었으나,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탄압을 받고 유생들에게 놀림감이 된 적도 있었지만, 한국불교의 선조사님들은 이런 수모를 견디면서 승가를 지켜왔다. 조선조 임진란 때는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고 백성이 도탄에 빠져드는 지경에 이르자, 선실(禪室)에서 화두공안을 들고 면벽좌선에 집중하던 서산 사명 기허 대사 등은 산문을 박차고 석장을 무기삼아 가사를 잠시 벗어 놓고 의승병을 모집하여, 왜적을 무찌르는데 선봉에 서서 구국의 전공을 세웠다. 나라를 잃고 백성이 노예가 되는 불교가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하는 호국정신에서 분연히 일어나서,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데 일조를 한 것은 산중에서 핍박받으면서도 불도를 닦던 공문(空門) 의 빈도(貧道)들이었다.

 지금의 시대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불교는 여러 면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교인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도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1950년대 승가의 내분이다. 온건적이면서 점진적 개혁을 했더라면 우리 불교는 오늘날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터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태고종으로서는 할 말이 많고 사연도 많지만, 일언이폐지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 종단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그나마 분규사찰 가운데 본사로서는 조계산 선암사만이 태고종의 총본산으로서 수호해 가고 있다. 선암사 재적승려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태고종도들의 노력과 염려로 선암사는 앞으로도 영원무궁하게 태고종의 총본산으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맥락에서 태고총림선암사는 태고종도의 수행도량으로 성역화 되어야 하고 모든 종도들의 정신적 선불장(選佛場)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태고종도들 가운데 화두공안을 들고 수행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태고총림선암사 칠전선원에 방부를 드려서 한철 나는 납자의 본분을 지키는 것도 태고법손의 자랑이 아니리요.

 혜초 종정 예하께서는 종정원에 주석하시면서 칠전선원에서 정진하는 납자들을 제접하는 방장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계신다. 종도들은 자주는 못가더라도 일 년에 한번 정도는 친견을 하는 것은 종도의 도리라고 본다. 거론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종정원 앞마당에 까지 와서도 종정예하께 예를 표하지 않는 종단 고위층이 있다면 종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불경을 지켜보는 방관자들도 문제이지만, 직계문도들은 어떤 분들인지 모르겠다. 종정예하가 은사요 법사라고 자랑은 하면서 자기 방에 건당사진만 걸어 놓고 신도방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얄팍한 자세는 정말 고쳐야 하겠다. 이런 종단 고위직에 있는 분과 직계 은법문도들은 이번 종정배알법회 때는 많은 종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로참회의 절을 올렸으면 한다.

원응<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