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식은 선 조사스님들의 지혜와 후학을 위한 자비의 결정체이자 한국불교의식의 우수성을 상징
올바른 수행이 거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존 · 복원 · 전승 돼야

정훈스님(서울 봉원사, 영산불교문화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2월 23일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2017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불교의례 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정훈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한국불교 수행의식에 관한 연구-순당ㆍ간당ㆍ설법ㆍ송주의 구성과 의미를 중심으로’이다.

정훈스님의 이번 논문은 불교의례와 수행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국불교 수행의식이 이미 멸실되었거나 혹은 그러한 지경에 처해있다는 현실을 미루어 볼 때, 수행의식의 거행 절차 및 그 의미를 밝히고 있는 이번 논문은 수행의식의 복원 및 한국불교문화 전통의 계승과 발전에 있어서 지대한 의미를 가진다.

정훈스님에 의하면 한국불교 수행의식은 수행자의 보다 원활한 수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거행되는 의식으로서 순당(巡堂)ㆍ간당(看堂)ㆍ설법(說法)ㆍ송주(誦呪) 등이 있으며, 그 용도에 따라 선행의식과 본의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智)와 행(行)을 기본 덕목으로 삼고 있는 불교수행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행의식 가운데 순당은 선행의식이자 지(智)에 해당하고, 간당ㆍ설법ㆍ송주 등 3가지는 본의식이며 행(行)에 해당한다.

선행의식인 순당은 수행자의 정신자세를 점검하고, 수행의 여건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당내를 돌며 거행하는 정형화된 작법절차를 뜻한다. 본의식인 간당은 입선과 방선을 위해 거행하는 일련의 작법을 뜻하며, 설법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중생교화를 위해 사용되어온 일관된 방편으로 원융불교라는 한국불교의 특징속에서 선(禪)ㆍ교(敎)ㆍ정토(淨土)가 잘 어우러져 하나의 정형화된 형태의 작법을 뜻한다. 송주는 염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염불수행 전후로 게송과 다라니를 보충하여 체계를 갖춘 의식을 말한다. 

정훈스님은 “이 논문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한국불교의 전통의식이자 한반도의 무형문화인 수행의식의 우수성을 공감하고, 이를 통해서 수행의식이 복원 · 보존 · 전승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지목행족(智目行足)! 불교는 합리적인 성격으로 인해서 종교라기보다 철학이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는 단순히 학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로서 인류 최고의 이상향과 함께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이러한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행을 제시하고 있다. 불교의 수행이란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인 진리체득을 통해서 성불을 이루기 위해 거행하는 실천적인 행의(行儀)로 ‘지(智)’와 ‘행(行)’을 기본덕목으로 하고 있다.

본 논문의 연구주제인 한국불교 수행의식은 「순당(巡堂)」 · 「간당(看堂)」 · 「설법(說法)」 · 「송주(誦呪)」 등 4종류이며, 이 가운데 선행의식에 해당하는 「순당」이 ‘지(智)’에 해당한다면, 본의식에 해당하는 「간당」 「설법」 「송주」 등 3가지 의식은 ‘행(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불교는 본래 ‘보화응동(普化應同)’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전파되는 지역마다의 문화적 특성을 수용하고, 역사의 굴곡을 함께하며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발전되어 오늘에 이른다. 한국불교 역시 신라시대에 오교구산(五敎九山)이던 것이 고려조로 내려오면서 천태종을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그리고 무신의 난을 계기로 선종이 한국불교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이 땅의 불교는 ‘원융’이라는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다.

특히, 수행의 방법 역시도 원융이란 차원에서 다양한 양태를 지니게 되었으니, 오늘날 총림에 선원 ․ 강원 ․ 율원 ․ 염불원 등이 갖추어져 있는 이유다. 선원에서는 간당으로, 율원이나 강원에서는 설법으로, 염불원에서는 송주로써 수행의 방법을 삼는다. 또, 총림이 아닌 여타의 사찰에서는 아침 예불 후, 입승이 간당․설법․송주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여 수행에 임하도록 종두에게 명한다. 이는 원융불교(=通佛敎)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들 수행의식은 1700년이라는 한국불교의 역사 가운데 선 조사 스님들의 지혜와 후학을 살피려는 자비로 빚어진 것으로 여타 불교국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전절후의 명품이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수행의식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그 기준을 수행의식이 수록된 의식집, 그 가운데서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식집의 내용을 기준하였다. 수행의식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의식집을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는 의식문은 의식을 거행하는데 있어서 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목판이나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어 책을 찍어야 했던 당시의 인쇄기술과 당대의 선지식들로부터 감수 및 인가를 받은 후에만 비로소 유통 가능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글자 한자 한자에 신중을 기하였을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식집은 당시의 보편적인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의식집을 제외하면 수행의식을 언급하고 있는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오늘날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의식집은 수행의식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자료이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서 살펴본 수행의식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순당(巡堂)」은 선종사원에서 주지가 대중의 행의를 살피기 위해 승당을 순회하는 것을 뜻하며 ‘순안(巡案)’이라고도 한다.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에는 이러한 순당의 종류를 ‘주지지순당(住持之巡堂)’을 위시하여 모두 9종류로 구분하고 있으며, 점검(點檢) ・ 고보(告報) ・ 진사(陳謝)・ 축하(祝賀) 등을 위해서 승당내의 대중이 앉는 선상(禪床)을 일잡(一匝)하는 것을 목적으로 거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본의식 거행에 앞서 보다 원활한 수행에 들기 위한 목적으로 거행하는 한국불교의 수행의식인 순당을 주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칙수백장청규>에서 언급하고 있는 순당과는 거행 목적과 의미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순당의 연구 범위와 자료를 한국불교의 수행의식인 순당과 그러한 순당이 수록된 한국불교의 의식집으로 한정하였다.

본 논문에서 설정한 순당이 수록된 대표적인 의식집은 <제반문(諸般文)> ‧ <묵언작법(默言作法)> ‧ <작법귀감(作法龜鑑)> ‧ <요집(要集)> ‧ <석문의범(釋門儀範)>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으니 각 의식집마다 순당의 제목과 거행절차 그리고 거행시점과 거행횟수까지 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본 논문의 목적인 의식의 복원 및 거행과 전승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연구자는 ⑴의식의 제목, ⑵의식의 거행시점, ⑶작법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표준안을 작성하였고, 이를 기준으로 순당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서 순당은 「간당」 등의 본의식에 앞서 거행하는 선행의식으로 수행의식 기초가 되는 의식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순당이 상구보리의 입장에서 거행하는 <석순(夕巡)>과 하화중생의 입장에서 거행하는 <조순(朝巡)>으로 구성되며, 매회 거행 될 때마다 ①출송은 참회를 주제로, ②송자는 입지를 주제로, ③입송은 발원을 주제로 거행되며, 마무리 절차로 ④귀명례가 거행됨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순당의 특징은 대부분 불교의식이 정적이며, 거행시간이 길어 뜻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느끼기 쉽다. 반면, 순당작법의 경우 당내를 돌면서 거행하기 때문에 여타의 불교의식에 비해서 동적이며, 거행시간 역시 약 30분 내외로 길지 않다. 특히, 거행시의 범음범패 소리는 매우 아름다워 참석대중들의 신심을 더욱 고취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간당(看堂)」은 선가에서 입선을 위해 거행하는 일련의 작법을 말하며, 일체의 언어가 없이 거행하므로 ‘묵언작법’이라고도 한다. ‘간당틀’, ‘선채(禪寨)’, ‘주장자(拄杖子)’, ‘죽비(竹篦)’, ‘장군죽비(將軍竹篦)’ 등의 법구를 사용하지만 ‘죽비’ 외에는 낯설다. 그래도 ‘간당간당’이라는 의태어가 여기서 온 말임을 생각하면 조금은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간당은 사장되어 현재 거행하고 있는 사찰이 없다. 따라서 원형의 보존 ・ 복원 ・ 전승은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현존하는 몇몇의 문헌을 통해서 간당의 거행의미와 거행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백파긍선(1767~1852)의 「간당론(看堂論)」이 대표적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백파긍선은 「간당론」을 연구의 기초자료로 설정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간당론」을 통해서 한국불교 수행의식인 간당작법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 ・ 이해하고자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등의 5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발단’은 기존 간당작법에 대한 고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백파긍선은 간당이 총림에서 거행되어 왔으며, 사미의 10통에 작법의 기준을 두고 있음을 밝히었다. 다만 언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전개’는 기존 간당작법에 대한 백파긍선의 평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백파긍선은 간당이 본래 교가에서 사용했던 것임을 밝히고, 간당의 의미를 삼취정계와 삼덕의 관점에서 정리 및 평가하였다.

‘위기’에서는 기존 간당작법의 문제점과 선가에로 원용하려는 백파긍선의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백파긍선은 간당에 대한 문제점으로 제방의 설이 모두 석존께서 설하신 가르침이 아니라는 점, 십악과 10통이 수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점, 교가의 개념인 삼학(三學)을 차용했다는 점, 그중에서도 계에 해당하는 삼취정계(三聚淨戒)만을 덕목으로 삼고 있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그리고 백파긍선은 본인의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해답으로 선을 심천에 따라 삼종선으로 정리하고, 이를 간당작법에 배대하여 해결하였다. 이는 곧 백파긍선의 선상판석이다.

‘절정’은 법구가 지니는 선적인 의미와 입선과 방선에 대한 방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간당을 법구를 사용해 거행하는 이유는 형이상적 개념인 마음을 형이하의 가시적 범위로 끌어들여 수행자로 하여금 보다 원만한 수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조치이다. 또 백파긍선은 간당에서 ‘간(看)’자를 간심(看心) 혹은 간화(看話), ‘당(堂)’자를 자심당(自心堂)으로 정의하여 간당이 사람의 본래 마음에 있는 말후일구(末後一句)를 나타낸 것이며, 선채 또한 동일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간당작법의 거행절차와 그에 대한 의미를 입선과 방선으로 구분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결말’은 삼구(三句) ・ 삼현(三玄) ・ 삼요(三要)와 일구(一句)의 관계와 백파긍선의 변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백파긍선은 삼구 ・ 삼현 ・ 삼요는 궁극에는 구분됨이 없으므로 모두 일구이다. 따라서 심천을 논하거나 본말(本末)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밝혔다. 또한 “비록 무명(無明)이 두텁더라도 방일하지 않고 수행・정진한다면 보고 들음이 훈습되어 반야의 바른 인(因)을 심게 되리라”고 하여 교가의 작법이던 간당을 선가에서 일용상규로 원용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진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부질없는 일임을 밝히고 있다.

이상과 같이 간당은 보다 원활한 입선을 위해 거행하는 수행의식이다. 따라서 선종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불교에서 간당은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의식임이 자명하다.

한국불교전통의식으로는 참선수행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입선 시와 방선 시 간당(看堂)작법을 실시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사진은 본 논문의 저자 정훈스님이 간당을 다루는 의식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한국불교전통의식으로는 참선수행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입선 시와 방선 시 간당(看堂)작법을 실시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사진은 본 논문의 저자 정훈스님이 간당을 다루는 의식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설법(說法)」은 석존께서 깨달으신 직후부터 열반에 이를 때까지 중생교화를 위해 사용했던 일관된 방편이다. 한국불교 설법의식이란 설법을 통해서 대중에게 보다 원활하게 진리가 전달되게 할 목적으로 거행되는 일련의 정형화된 의식절차이다.

이와 같은 설법의식은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한국불교에서 각종 권공의식에서 거행되는 것을 물론이고, 간당 ・ 송주와 더불어 수행의식의 일환으로 거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권공의식의 종류에 따라 거행절차에서 각각 차이를 보인다는 문제점을 발생하였다.

따라서 특정한 권공의식에서 거행되는 설법의식만이 한국불교의 전형적인 설법의식의 형태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본 논문에서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보다 효과적인 한국불교 설법의식의 고찰을 위해서 본 논문에서 선정한 설법의식이 수록된 대표적인 의식집과 前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보유자 故 박송암 스님의 증언 등을 토대로 표준안을 작성하였다.

본고에서 정리한 표준안을 중심으로 볼 때, 한국불교의 설법의식은 총19개 항이 ‘귀의(歸依)’ ‘결계(結界)’ ‘청법(請法)’ ‘설법(說法)’ ‘회향(回向)’ 등 모두 5단계의 절차로 구성돼 있다. 단계별로 중요한 항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단계 ≪귀의≫는 <1.연향게(燃香偈)> <2.삼정례(三頂禮)> <3.찬불게(讚佛偈)> 등 3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2.삼정례>에서는 청법에 앞서 지극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삼보님께 귀명례를 올린다. 제2단계 ≪결계≫는 <4.송주(誦呪)> 1개 항인데, 대비주를 지송하여 얻게 되는 공덕으로 설법과 청법의 장을 구획하여 도량의 청정화를 도모한다. 제3단계 ≪청법≫은 <5.십이불(十二佛)>로부터 <11.청법게(請法偈)> 까지 7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9.거량(擧揚)>은 참석 대중에게 고칙공안을 들어 불교의 진수를 보여 참석대중을 비롯한 영가에게 본 법회에 참예 가능한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4단계 ≪설법≫은 <12.입정(入定)> <13.설법(說法)> 등 2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다. <13.설법>에서는 대중의 근기에 맞는 방편설로 법의 요지를 전하는 것으로 가장 한국적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5단계 ≪회향≫은 <14.십념정근(十念精勤)>으로부터 <19.귀명례(歸命禮)> 까지 6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8.수경게(收經偈)>에서는 경이나 설법 등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경지에 이르렀음에 대한 환희로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곧 여기까지 이끌어준 법사를 향한 최고의 찬탄이기도 하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서 파악한 한국불교 설법의식의 특징은, 첫 번째 거행절차의 구성과 의미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다. 특히, <12.입정>에서부터 <13.설법>까지의 절차는 상 ・ 중 ・ 하 근기에 있는 중생들을 위한 절차로써 석존의 대기설법을 모범한 것이다.

또한, 설법의 전후로 게송과 나무아미타불을 읊는 거행 형태는 용암선사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설산동자의 구법행을 모범한 것이다. 즉, 석존의 대기설법과 설산동자의 구법행을 모범하여 거행되는 한국불교의 설법의식은 그 구성과 의미가 여타의 불교국가 설법의 형태와 비교하여 매우 우수하다.

두 번째는 가장 한국적인 불교의식이라는 것이다. 거행절차 가운데 <14.십념정근>에서부터 <19.귀명례>까지는 선 ・ 교 ・ 정토가 잘 어우러져 원융불교라는 한국불교의 특징과 우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곧,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한국적이고 우수한 불교의식이다.

이상 소개한 절차에서 가늠할 수 있듯 설법이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귀한 자리가 벌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청법자와 설법자는 모두가 설법이 베풀어지는 다행스러운 기회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며, 법도의 의미와 무게를 보다 더 할 필요가 있다.

「송주(誦呪)」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다라니의 지송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협의(俠義)로서의 송주이다. 광의(廣義)의 송주는 염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염불수행 전후로 게송과 다라니를 보충해 체계를 갖춘 의식이다. 이 가운데 광의의 송주가 바로 한국불교 수행의식으로의 송주이다.

수행의식으로 송주는 거행시점에 따라 ≪석송주(夕誦呪)≫와 ≪조송주(朝誦呪)≫로 구분되며, 거행절차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송주를 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석문의범>에 나타난 의식절차를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등의 5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서 ≪석송주≫와 ≪조송주≫의 차이점이 5단계 구성 가운데 전개에 해당하는 항목만이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곧, ≪석송주≫의 경우 거행 절차에 있어서 ‘전개’에 해당하는 항목이 대비주를 중심으로 한 ‘결계의식’이다. 반면, ≪조송주≫의 경우 사대주를 중심으로 한 ‘축원의식’이다. 이것은 ≪석송주≫와 ≪조송주≫가 각각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을 목적으로 거행되고 있음을 입증시켜주는 대목이다.

이상을 전제로 5단계로 구분한 송주를 살펴보면, ‘발단’은 앞으로 거행할 절차를 위한 준비의식으로 경전 봉독시에 거행하는 일반화된 절차로서 ‘송경의식’이라 한다. ‘전개’는 ≪석송주≫의 경우 대비주를 중심으로 송주를 거행할 도량[依報]과 행자의 몸[正報]을 청정히 하는 절차로서 ‘결계의식’이라 한다.

반면, ≪조송주≫의 경우 사대주를 중심으로 소례의 입장에서 능례를 위해 축원을 올리는 ‘축원의식’이다. 전체 절차 가운데 ‘위기’에 해당하는 ‘준제의식’은, 예토(穢土)의 중생인 능례(能禮)이기에 정토(淨土)에 계신 소례(所禮)인 여래를 친견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19.준제진언(准提眞言)>을 통해서 해결하는 절차이다.

‘절정’에 해당하는 ‘염불의식’은 송주의 핵심이 되는 절차이다. 곧, 수행의식으로써 송주를 거행하는 목적은 <29.미타정근(彌陀精勤)>을 원활하게 거행하는데 있으며, <29.미타정근>의 목적은 공덕을 조성하고, 조성한 공덕을 회향하는데 있다.

그리고 이후 <30.장엄염불(莊嚴念佛)>을 비롯한 각종 다라니 그리고 <31.총관상(總觀想)> 등은 염불의 공덕을 극대화하여 다시금 원만회향을 목적으로 거행되는 절차이다. ‘결말’인 ‘회향의식’은 자기 자신 가운데 계신 여래께 귀의를 표명하고 찬탄하는 <58.유심게(唯心偈)>를 통해, 앞서 거행한 의식절차를 선종의 입장에서 회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정토종의 수행방법인 ‘염불’과 선종의 수행방법인 ‘화두’를 매우 조화롭게 연계시킨 대목으로, 한국불교의 특징 및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다만 ‘결말’에 해당하는 절차는 <일용작법>과 <석문의범> 등 본 논문에서 송주를 위한 연구자료로 설정한 의식집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거행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의식의 구성과 내용 등으로 인해서 송주의 거행에 있어서 ‘회향의식’은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절차임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前 영산재 보유자 故 박송암 스님, 現 보유자이자 영산재보존회 총재 구해스님과 전수교육 조교 일운스님 등이 ‘회향의식’은 반드시 거행되어야 하는 절차임을 공히 증언하였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결말에 해당하는 절차를 송주의 표준안에 수록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서 본 논문에서는 송주가 밀교의 즉신성불과 정토교의 왕생정토를 위한 목적으로 거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종의 견성성불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곧, 선종을 중심으로 한 원융불교라는 특징이 매우 잘 드러나는 불교의식이 바로 송주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상과 같이 살펴 본 한국불교 수행의식인 순당 ・ 간당 ・ 설법 ・ 송주 등의 거행 형태는 석존 재세시에는 볼 수 없는 형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에서는 전통적 형태로 거행되어 왔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이유를 내적・외적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첫째, 내적인 요인으로는 수행의식의 효율성이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개인 스스로가 수행이란 방편의 문(門)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수행의식이 백파긍선을 비롯한 당대의 선조사들로부터 거행되어 오던 것임을 고려하면, 수행의식이 방편의 문으로 향하는 효율적인 구도의 길(道)로서 인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수행의식의 이와 같은 우수성은 한국불교에서 전통의식으로 거행되어 온 이유이다.

둘째, 외적인 요인으로는 한국불교가 원융불교(=통불교)라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 있다. 신라시대 오교구산이던 한국불교는 이후 세월의 조류로 인해서 선종만이 단일 교단으로 남게 되었다. 선종은 불교교단을 바로 세우고자 제종파(諸宗派)의 견해를 이장위종(理長爲宗)의 입장에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서 한국불교는 여타의 불교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원융불교라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으로 변해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종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수행의 방편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을 것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수행의식은 한국불교가 원융불교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행에 대한 불협화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순당작법을 기본으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라 할 수 있는 참선 ・ 설법 ・ 염불을 간당 ・ 설법 ・ 송주라는 의식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수행의식은 한국불교에서 수행자들을 성불의 門으로 인도하는 구도의 길(道)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 수행의식은 세월의 조류 곧, 일제의 국권침탈과 6 · 25전쟁 등에 의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로 인한 종교정책의 변화, 한글 교육정책으로 인한 문화적 단층현상 그리고 1954년 벌어진 법난과 같은 근 현대 한반도에서 벌어진 시대적 아픔들로 인해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반세기 전만 해도 연재소설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사람들에게 매우 친근한 의식이었던 순당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제방의 스님들조차 낯설어하게 되었다. 설사 순당작법을 아는 분이 있다 하여도 여법한 거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점에 있어서는 설법의식 역시 동일하다. 간당의 경우에는 한국불교 사원에서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어 남아있는 곳이 없으며, 송주 역시도 오늘날 거행하는 사찰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불교 수행의식의 전승이 단절되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로 인해서 수행의식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현재까지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오늘날 수행의식이 거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불교에서 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점이다. 한국불교의식 특히, 수행의식은 선조사들의 지혜와 후학들을 위한 자비의 결정체이자 한국불교의식의 우수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불교 전통문화의 멸실을 막고, 올바른 수행이 거행되기 위해서는 수행의식이 반드시 보존 ・ 복원 ・ 전승 되어야만 한다.

         정훈스님 약력

  • 태고종 제 28기 합동득도수계

  • 2007년 옥천범음대학 졸업

  • 2011년 중앙승가대학 졸업

  • 2018년 2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철학박사 학위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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