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작법은 세간서 행해지는 火葬처럼 단순히 유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일개 망자였던 영가를 단번에 성불의 경지로 안내하는 ‘지침서’ 역할

정명스님(영산불교문화원 선임연구원)은 2월 23일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2017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불교문예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한국불교 다비작법에 관한 연구(韓國佛敎 茶毘作法에 관한 硏究)’이다

정명스님은 이 논문에서 한국불교의 다비작법(茶毘作法)의 우월성을 설파하였다. 다비작법이야말로 세간에서 행해지는 화장(火葬)처럼 단순히 유체(遺體)를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일개 망자(亡者)였던 영가를 단번에 성불의 경지로 안내하는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죽음을 끝으로 보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불교에서는 생(生)과 사(死)를 둘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고 생은 사로, 또 사는 생으로 연결되는 윤회의 범위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삼계화택에 윤회하는 삶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비작법의 의식문에는 망자로 하여금 윤회가 아닌 열반을 향하도록 제 경전을 통해 보이신 부처님의 말씀이나 역대조사의 어록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만큼 망자에게는 일분일초가 아쉬운 매우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정명스님은 이 논문에서 다비작법이 유위법의 존재인 망자가 짧은 시간에 무상대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편집자 주>



금세기 들어 망자(亡者)의 주검처리가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화장이 뛰어난 장법이라는 판단에서가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주검의 처리를 마치 폐기물 처리하듯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생존해 있는 동안 유기체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불가에서는 일찍부터 장례법으로 화장을 택했고 이를 다비(茶毘)라 불렀다. 주검을 불에 태워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화장과 다비는 동의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자가 단순히 시신의 처리방법을 가리키는 데 비해 후자는 불교의 존재이유 즉, 열반에 이르는 문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생과 사는 유위법인 존재에게 있어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일도 임하는 자세에 따라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본 논문의 주제인 ‘다비’ 역시 그렇다. 화장을 단순히 유체를 처리하는 장법의 하나로 생각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화엄경> ‘정행품’에서 보듯 일체처 일체사(一切處 一切事)를 모두 공부거리로 삼는 불교의 경우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더구나 ‘무상(無常)’을 열반의 문으로 삼는 불교이기에 일생을 마감하는 절차로서의 ‘장사(葬事)’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무상계의 첫 대목 ‘부무상계자 입열반지요문 월고해지자항(夫無常戒者 入涅槃之要門 越苦海之慈航)’이라는 말씀을 생각하면, 일생에 단 한번 맞이하는 이 순간은 오히려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몇날 며칠을 두고 설명을 해도 실감하기 어려운 ‘무상’의 이치다. 그러나 친지 가운데 누군가 타계하면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 불가에서 수용한 화장 즉, ‘다비’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가운데 ‘화장’이 장법으로 등장한 것은 불교의 영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발부를 중요시하는 유교가 국교였던 조선조, 또 부활의 나팔소리를 기다리는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장법이기도 했다. 근세기에 들어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화장이 재조명되며 그간의 관습이나 교리와 관계없이 수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가 없는 이런 행위는 일종의 폐기처분에 지나지 않는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치열했던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나 그 결과가 비참하다. 이런 장법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예비 당사자를 위해서도 재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바람직한 장법이 있다면 당사자인 망인이나 예비당사자인 유가족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논자는 불교에서 취택하여 그간 교육의 장으로 삼아온 ‘다비작법(茶毘作法)’이 다름 아닌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답임을 본 논문을 통해 살펴보았다. 아전인수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망인이나 유가족 모두를 위한 장법이기 때문이다.

순천 조계산 선암사에서 봉행된 큰스님의 다비모습.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순천 조계산 선암사에서 봉행된 큰스님의 다비모습.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본 논문에서는 그간의 다비작법을 정리하여 6개의 편으로 나누었다. 이제 각 편의 내용을 정리하면,

첫째, 목욕편(沐浴篇)은 시신을 수습하는 절차로서 염습에 따른 일련의 법요를 말하며, <1.삭발- 영가의 머리털을 깎아 근본무명을 제거하는 절차>을 위시해 <2.목욕 - 영가의 신업(身業)을 청정토록 목욕시키는 절차> <3.세수- 영가의 손을 씻기며 영가로 하여금 불법의 이치를 얻게 하려는 절차> <4.세족- 영가의 발을 씻기며 영가로 하여금 제10 법운지에 이르게 하려는 절차> <5. 착군- 장삼(長衫)을 입히며 중생스러움을 거부토록 하는 절차> <6. 착의- 여래인욕의인 가사로 장엄하여 청정심을 회복케 하려는 절차> <7. 착관- 비로관을 씌워 수능엄삼매를 얻게 하려는 절차> <8.정좌 - 영가를 바로 앉혀 등각위에 이르게 하려는 절차> <9. 시식- 등각위에 이른 영가를 찬탄하며 향연을 베푸는 절차> <10. 표백- ‘목욕편’ 및 ‘시식’의 원만회향과 영가에게 당부할 내용을 포함> 등의 총10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10개 항을 ‘목욕편’이라 이름 한 것은, 선림(禪林)에서 목욕 시 행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항(項)의 절차 역시 목욕의 순서에 준해 정해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때의 순서가 보살계위 및 성불의 차제에 배대되어 점층적인 구조를 지닌 유기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4. 세족>에서의 ‘초등법운(超登法雲)’은 「다비설」에서도 ‘법운제십지명(法雲第十地名)’이라 하였듯 보살 십지에 이른 것이고, 이어 <8. 정좌>에서 망자가 앉는 자리를 ‘법공’이라 하고 제불보살께서 이로써 굴택을 삼으셨다 함에서 아직은 이적(理的)이기는 하지만 등각위(等覺位)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어서 거행하는 <9. 시식>은 일반적인 회식이 그렇듯 축하의 메시지가 담겨있고, 특히 <10. 표백>의 내용을 보면 망자의 성불을 이미 기정화 하고 있다 하겠다.

둘째, 입감편(入龕篇)은 여타의 편과 달리 <11. 입감 - 묘각위(妙覺位>에 이른 영가를 감(龕)에 모시는 절차)항과 입감 후 거행하는 시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욕편의 전 8항이 보살수행 계위 가운데 제 십지와 등각위에 해당함을 볼 수 있었듯 ‘입감’은 묘각위(妙覺位)에 해당하는데 등각은 일생보처보살의 위(位)임에 비추어 묘각은 구경각(究竟覺)이니 곧 불(佛)의 대각위(大覺位)이기 때문이다.

입감에서 ‘감(龕)’은 본래 암벽을 파서 불보살님의 상을 안치하는 장소나 불보살의 상을 안치하는 주자(廚子)를 의미한다. 그런데 선종에서는 망승의 시신을 수습하여 모시는 관을 그와 같이 부른다. 일본의 불교학자 미찌바다 료오슈(道端良秀)는 그의 저서 <중국불교와 유교의 선조숭배>에서 ‘감이란 용어가 선종에서 왜 관(棺)의 의미로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 답은 한국불교 다비작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셋째, 기감편(起龕篇)은 발인에 따른 절차로서 빈소에 안치된 감을 사유소(闍維所)까지 옮겨 모시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12. 발인송- 발인할 시점이 되었음을 알리는 게송)을 위시해 <13. 삼성축원 - 왕생하여 수행하게 되기를 극락삼성께 발원하는 절차> <14. 공덕게- 지금까지의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여 성불의 계기가 되기를 발원하는 게송> <15. 영사게- 영가에게 사바세계를 떠나 극락으로 향할 것을 알리는 게송> <16. 보례삼보- 시방에 항상 상주하는 삼보께 예를 올리는 게송> <17. 행보게- 성현들을 본받아 영가에게 극락정토로 향할 것을 알리는 게송> <18. 산화락- 제위성중과 영가의 극락행을 환송하는 의식> <19. 거인로- 인로왕보살께 안내를 부탁하며 귀의하는 절차> <20. 기감- 빈소에 모셔진 감을 사유소로 이운하는 절차> <21. 장엄염불- 불․보살님과 역대조사의 게송으로 영가의 앞길을 장엄하는 절차> <22. 노제- 영결(永訣)에 앞서 지인(知人)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절차> <23. 창혼- 영가에게 색신을 떠나 마련된 단에 자리할 것을 알리는 절차> <24. 반혼착어- 별도의 단에 자리한 영가에게 법어를 내리는 절차> <25. 수위안좌진언- 삼보님의 가지력으로 영가를 영단에 안좌케 하는 절차> <26. 다게- 영가에게 재자의 정성과 불법의 요체가 담긴 ‘다(茶)’를 올리는 게송>까지 모두 15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편의 의의를 사적(事的)인 면에서 살피면, 감(龕)을 사유소로 옮겨 모시기에 앞서 극락사성께 다시 한 번 왕생극락을 발원하고, 지금까지 수행처였고 의지처였던 본사 삼보님께 하직인사를 올린 후 지인들의 전송을 받으며 사유소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적(理的)인 면에서 보면, 우선 ≪1. 목욕편≫과 ≪2. 입감편≫을 거치며 묘각위에 이른 영가가 극락사성과 제불께 예를 올리는 것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지인의 축하를 받으며 완전한 열반 즉, 업신을 살라 무여열반에 이르기 위해 사유소를 향하는 일련의 절차이다.

넷째, 다비편(茶毘篇)은 시신의 처리 방법의 일환으로 불교에서 채택한 화장으로 장사(葬事)를 거행하는 일련의 법요로서 <27. 오방불청- 왕생을 도와줄 오방불을 정단으로 청하는 절차>을 위시해 <28. 가영- 오방불의 공덕을 찬탄한 게송> <29. 수경게- 영가의 왕생을 돕기 위해 봉독하던 경(經)을 거두는 게송> <30. 축원- 소원을 아뢰고, 아뢴 내용의 성취를 발원하는 절차> <31. 거화- 점화의 도구인 ‘홰’에 불을 붙여 다비를 준비하는 절차> <32. 하화- 점화된 횃불로 감이 안치된 적신대 에 불을 붙이는 절차>의 6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비작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절차다. 특히 석존께서 도입하신 화장(火葬)이 단순히 시신의 처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열반에 이르는 문으로서의 역할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편에서의 주안점은 일차적으로 영가를 무상대열반(無上大涅槃)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서 <31. 거화>와 <32. 하화>에 있다 하겠다. 그러나 자칫 회신멸지(灰身滅智)에 그칠 위험성을 대승적 차원에서 <27. 오방불청> 등 일련의 절차로 크게 보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섯째, 봉송편(奉送篇)은 다비를 계기로 왕생극락 내지 열반에 드실 영가를 전송하는 일련의 절차로서 <33. 봉송- 이미 유체를 떠나 열반으로 향하는 영가를 전송하는 절차> <34.표백- 다비의식을 일단 마무리하였음을 내외에 알리는 절차> <35. 창의- 사찰로 돌아와 망승의 생전의 법구를 경매에 붙이는 절차> 등 3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거행한 작법의 내용대로라면 영가의 왕생이나 열반은 더 이상 의심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의식문에는 이적인 면보다는 재자 등 참석대중의 정적인 면이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성취해야할 일대사인연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본 편에서 특히 주목해 볼 것은 <35. 창의>에 관한 것이다. 망승(亡僧)이 생전에 소유하였던 법구 즉, 의발(衣鉢)과 자구(資具) 등을 경매에 붙이는 절차로서 사유소가 아닌 사찰에서 거행한다.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서도 절차만큼은 유지시키는 것은 그 정신만이라도 계승하려는 것이라 사료된다.

다비 중 습골 장면.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다비 중 습골 장면. 사진=선암스님 사진집 '출가'

여섯째, 산골편(散骨篇)은 다비작법 전체의 종반부 즉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다비를 마친 후 남은 유골을 수습하는 <36. 습골- 유골을 수습하여 자루에 담는 절차>로부터 <37. 기골- 수습한 유골을 제2의 다비소로 이운하는 절차> <38. 쇄골- 수습된 유골을 분말로 만드는 절차> <39. 산골- 분말형태의 유골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절차> <40. 산좌송- 산골 후 무주처 열반을 기원하는 의미의 게송>까지 5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편의 제목이 ‘산골’임에서 알 수 있듯, 일차적 목표 역시 ‘회신멸지’ 즉, 공(空)에 철저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36. 습골>과 <37. 기골>의 순서에 관한 것이다. ‘기골’에서 ‘기’가 기경작법 등에서 보듯 장소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면 그 순서는 자연히 정리가 된다. 외에 산골에 앞서 거행하는 제 2, 제 3의 다비는 완전히 옛 법이 된 것이다. 한편, 요즘 유행처럼 건립하는 유골안치소 역시 언젠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임을 또, 보다 다비작법에서 추구하는 여법한 산골을 이해한다면 본 다비작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산골의 구체적 방법을 거듭 살펴야 할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 위에서 본다면 죽음은 곧 다음 생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사변적이기는 하지만 죽음으로부터의 공포나 절망감에서 다소간의 안위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 정작 권하는 것은 이런 안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이상향인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다비작법의 의문(儀文)에는 망자로 하여금 윤회가 아닌 열반을 향하도록 제 경전을 통해 보이신 금구소설(金口所說)이나 선조사의 가르침으로써 길을 안내하고 독려하고 있다.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살피다보면 죽음의 공포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련된 이 순간이 망자는 물론 주변의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보배처럼 여기는 그 육신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직접 보고 체험하는 일 이상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되는 애착이 바로 육신을 말미암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취택한 화장 즉, 다비작법은 여타의 장법(葬法)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에 유위법인 자신의 모습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훌륭한 교재다. 또한 망자나 유가족 모두가 진정한 행복에 들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유일무이의 장법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다비작법은 부처님께서 사바에 출현하신 일대사인연에 관한 내용은 물론 역대조사 스님들의 엄중하고도 주옥같은 말씀으로 점철된 불법의 보고(寶庫)라고 생각한다. 

        정명스님 약력

 ㆍ옥천범음대학 각배반 수료

 ㆍ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졸업(불교문예학 박사)

 ㆍ영산불교문화원 선임연구원

 ㆍ김포 관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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