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재보존회장 일운스님지난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영산재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적으로는 물론 불교계로서도 큰 개가다. 봉원사 영산재보존회(회장 일운스님)가 등재신청 발의단계부터 지정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지대하고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영산재보존회는 11월 11일 케나다에서 영산재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후 첫 해외시연을 봉행하고 돌아왔다. 회장 일운스님에게 몇 말씀을 들어본다.종단은 백년대계로 영산재 교육도량을 활성화해 젊은 스님들을 종단 인재로 양성해야 합니다.=다시 한 번 영산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가 한국과 불교 뿐 아니라 세계인류의 공동 문화유산이 된 것입니다. 그동안 숱한 역경 속에서도 영산재 전수 계승에 힘써온 선조사 스님들은 물론 영산재 관계자 모두의 공덕입니다. 저희 영산재보존회도 영산재의 예술성과 종교적 숭고함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지난해와 올해 중점적으로 프랑스 벨기에 일본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초청을 받아 영산재 시연을 펼쳐 왔습니다. 이제 인류공동유산으로 공인받은 만큼 영산재 계승발전에 더욱 노력함과 동시에 세계와 공유하는 마당도 활발히 펼칠 계획입니다. =이번 캐나다 공연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영산재 가치를 널리 알리고, 또 영산재를 통해 한국전 전몰 캐나다 참전 영령들을 추모하고자 캐나다의 현충일(Rememberance Day)인 11일에 맞춰 시연을 펼쳤습니다. 공연에 앞서 우리 영산재보존회 스님들은 토론토 브람톤 캐나다한국전참전용사 묘역에서 캐나다 한국전 전몰 영령에 대한 한국불교계 최초의 공식적인 영령천도재도 봉행했지요. 이번 캐나다 방문은 캐나다 한국무용연구회 초청으로 이뤄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연구회 김미영 회장이 10여 년 전 부친상을 당해 한국에 와서 49재를 지냈는데, 그때 제가 49재를 집전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번 해외공연은 정말 성황리에 회향하곤 했는데, 이번도 반응들이 좋았겠지요.현지인들의 반응은 ‘이 먼 곳까지 와서 이렇게 장엄한 공연을 펼치고, 특히 평화를 위해 전장에서 한 몸을 바친 영령들을 잊지 않고 추모하니 고맙고도 훌륭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산재 시연장 한 쪽에는 공연 내내 한국전 당시 전투장면 등 그때를 회고할 수 있는 기록물들이 상영돼 이해를 돕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전 참전 59주년을 맞아 캐나다 재향군인회 소속 참전용사들도 많이 눈에 띄더군요. 현지 우리 교민은 물론 캐나다 참전용사들을 위해서도 부처님 가피로 뜻한 바가 이뤄지고, 연로한 이들의 편안한 임종을 바라는 기도를 올린다고 하자 큰 박수를 보내주더군요. 영산재보존회의 고산, 기봉, 고담, 현성, 효성, 지허, 청산, 혜월, 현수, 수민, 지수, 도경, 세정, 보정스님 등 함께 한 스님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캐나다 한국무용연구회 단원 여러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영산재 시연 사이사이에 이들의 살풀이, 지전무, 오고무 등을 시연해 공연이 더 빛났다고 봅니다. 이들은 일반 국악 춤사위에는 정통하지만 불교의식인 바라나 착복에 대해서는 많이 접해본 일이 없는지라 우리 스님들이 워크숍을 통해 실기 위주로 불교 춤사위를 전해주었지요. 이역만리에서도 우리 고유문화를 잊지 않고 전승하려는 노력들이 참 가상했습니다. =토론토 현지 교민들도 고국 영산재 시연단의 방문을 무척 반가와 했겠습니다.현재 토론토에만 교민이 10만 명이라 합니다. 이번 시연에도 주 토론토 홍지인 총영사, 토론토 한인회 백경락 회장, 한국 재향군인회 캐나다 동부지회 등에서 대거 동참했습니다. 홍지인 총영사는 우리 보존회에 아낌없는 감사를 표했고, 백경락 한인회장도 절제된 소리와 몸짓이 어우러진 춤의 향연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직접 소감을 밝히더군요. 김미영 회장도 고국의 영산재보존회와 현지의 한국무용단이 함께 펼치는 공연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에술을 캐네디언들에게 선보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감격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현재 토론토에는 한인 사찰이 서너 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영산재 시연이 태고종 행사라는 편견에 타 종단 소속 사찰들의 협조나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나라 밖에서까지 ‘한국불교’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내 종단 네 종단을 따지는 풍토가 옥에 티라면 티였습니다.=앞으로 활동영역이 더 증대하리라 기대합니다. 내년 계획이 있으시다면.사실 11월 26일 봉원사 삼동결제일에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 영산재를 시연하려 했는데 사정상 내년 현충일 정기시연에서 본격 무대를 펼칠 생각입니다. 이번에 같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강수월래나 처용무, 남사당놀이 등과 함께 사나흘 일정으로 연합무대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서로 교류하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무대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조계종과의 현안이 마무리되면 봉원사 경내에 송암스님, 만봉스님 박물관 건립과 함께, 영산재 전수회관도 건립해서 영산재를 원형 그대로 전수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또 내년에는 해외시연에 더 박차를 가해, 대만 불광산사와 미얀마 세라곤 대탑 등에서 영산재 시연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과 관련, 종단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합니다. 요새 젊은 출가자들이 수계 이후 수행사찰을 정하지 못해 타 종단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종단은 교육도량을 활성화해 이들을 종단 인재로 양성해야 합니다. 특히 영산재는 젊은 나이에 배워야 합니다. 종단과 종도들의 영산재에 대한 사랑이 지금부터 더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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