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梵唄) 홋소리와 짓소리의 음악구조의 특징과 경제사회적 기능

이병원 교수 (미국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이병원 교수
이병원 교수

1. 들어가는 말

“음악의 시초는 무엇이었을가?”라는 질문은 그 동안 많은 음악학, 인류학 학자들의 가설이 있었지만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 주지 못하고 가설에서 끝났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고대의 음악은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근거있는 연구들이 나왔다. 그 중 가장 공감을 얻고 있는 이론을 Gustave Reese (1899~1977)가 그의 저서 Music in the Middle Ages (중세기 음악)에서 정리 해 놨다: 전형적 “고대의 작곡기법은 제한된 수량의 원형적 선율(stock melodies)들을 여러가지 순서로 섞거나 약간 변형시키면서 다양한 음악을 만들었는데, 음악의 제목만 달라졌지 내용자체는 거의 동일한 것들 이었다” (1940:10). 이 이론의 근거는 외래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은 음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오랜동안 외부로부터 고립 되었던 사하라 사막 남단의 아프리카 종족과 북미 대륙의 인디안의 음악, 15세기Russia교회의 Znamenny chant, Roman Catholic의Gregorian chant, 혹은 고대 한국의 불교 찬가 범패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음악은 발생 혹은 생성 과정에서 경제사회적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그 영향이 음악구조의 형성에 중요한 요건을 제시해 왔다.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1760~1840)이 서양고전음악의 변화에 준 영향을 쉬운 예로 들 수 있다. 오케스라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고, 공연 장소도 귀족들의 응접실로부터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대형 공연장이 생기게 되었다. 작곡자나 연주자도 개인의 후원보다는 작품료, 공연료를 협상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1) 이와같이 음악은 그 것이 속해있는 사회의 환경, 경제적 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적 대승불교의 재(齋)2) 의식음악, 특히 범패 홋소리와 짓소리가 어떠한 경제사회적 영향을 받아 어떠한 한국특유의 불교음악으로 되었는가를 짚어보고, 또 서양의 대표적 고대 음악인Roman Catholic의 Gregorian성가와 비교해서 고대 음악양식의 특징을 조명 해 보는 것이다.

 

2. 범패(梵唄) 홋소리와 짓소리의 음악적 구조

범패는 넓은 의미로는 안채비소리와 밭채비소리(일명 바깥채비소리)를 포함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홋소리와 짓소리만 포함하기도 한다.3) 필자가 1960년대 초 전등사주지를 엮임했던 유창열선생에게서 배웠을 때는 좁은 의미의 범패 즉, 범패 홋소리와 범패 짓소리에 한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 논문에서는 홋소리와 짓소리의 음악적 구조만 살펴보겠다.

기존 이병원(1974)과 한만영(1984)의 연구에서 밝혀 졌드시 범패의 가사가 홋소리와 짓소리로 노래 할 수 있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이 5가지로 방법이 있다 <표 1>. 아래의 도표에 제시된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5번이 제일 길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짓소리에서는 선율구성방법에 따라서 4번이 5번보다 더 길어 질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적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노래의 길이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범패 홋소리와 짓소리 선율의 특징은 <회향성>, <겹성>, <나팔성>의 “성(聲)” 혹은, <잦는 소리>, <자출이는 소리> 같이 “소리”라는 접미사를 수반하는 짧거나 긴 기존 선율들이 있는데 그 선율들을 어떠한 순서와 방식으로 재 배치, 즉, 편곡 하느냐에 따라 다른 제목이 붙여 졌다고 할 수 있다. 金耘空所藏 同音集 <표 2>을 살펴보면 같은 선율이 다른 범패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범패의 선율은 각 범패마다 새로운 선율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범패라는 음악세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동성 선율 (migratory melodies)들을 퍼다가 조립하는 것이다.4) 법현 김응기에 의하면 짓소리 레퍼토리는 과거에 75곡이 있었는데 현재는 15곡만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1997: 30), 필자가 짓소리 범패 중 普禮, 擧靈山, 食靈山 세곡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약 13가지의 migratory melody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Lee 1987: 62-96).

 

 

또, 범패가사 중 일부는 燈偈, 合掌偈같이 홋소리로만 노래하거나, 擧靈山, 食靈山같이 짓소리로만 노래하는 것들이 있고, 特賜加持, 普禮와 같이 홋소리나 짓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가사도 있다.5) 하나의 범패가사를 홋소리나 짓소리로 노래할 때, 같은 가사라도 다른 시간에 혹은 범패승들에 의해 노래되었을 때 소요시간은 <표 3>에서 보는 것 같이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선율적으로도 홋소리와 짓소리의 선율이 섞이지 않는다.

 

 

앞에서 나열한 음악적 구조를 살펴보면 한국 범패의 독특한 양식을 정의할 수 있다. 특기 할 만한 것은 같은 대승불교 국가이고 역사적으로 범패의 전통을 공통적으로 지녀 온 중국과 일본의6) 불교의식에서는 홋소리와 짓소리에 해당되는 불규칙하고 다양한 신축성이 있는 불교음악 양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식은 오히려 8, 9세기부터 전해오는 Byzantine church의 Enechamata, 러시아 정교도 성가인 Znamenny, Hebrew 성가의 Cabbala, Roman Catholic의 Mass, 티베트 Lama교의 노래 dbyang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Roman Catholic의 Gregorian chant는 8, 9세기부터 전해 오는 성가로 비슷한 시대에 시작된 한국의 범패와 비교하면 <표 4>에서 보는바와 같이 많은 유사점을 알 수 있게 된다.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Roman Catholic의 Gregorian chant는 8, 9세기부터 전해 오는 성가로 비슷한 시대에 시작된 한국의 범패와 비교하면 <표 4>에서 보는바와 같이 많은 유사점을 알 수 있게 된다.

 

 

3. 범패의 경제사회적 기능 (A Functional Structural Analysis)

John Blacking은 음악은 문화현상의 표현이고, 그 음악은 소리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그 것이 한 문화의 인위적 작품이라는 것을 배제한 소리만으로 즐긴다는 것은 별 의의가 없다고 했다 (1967: 195-196). 음악이 속해 있는 사회속에서 그 음악이 다른 유기적 현상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 의미부여에 중요한 역활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인류학적인 전제에서 범패의 음악구조는 어떠한 경제사회적 영향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 본다.

이 글의 초입에서 언급했드시 한 음악의 탄생은 창작ㆍ예술적동기만큼 사회적ㆍ경제적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불교의 범패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승불교는 동남아의 소승불교와는 대조적이다. 스리랑카, 태국같은 소승불교국가들은 대개 열대지방에 위치해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승불교국게에서는 생계나 가족부양의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 소년시절 사찰에 들어가 일정기간 수도를 하고 나오면 불교인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인정 받는다. 이 과정에서 종교의식은 부처의 말씀을 낭송하거나 명상을 하는 정도이고 대승불교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의식같이 복잡하고 화려하지는 않다.

대조적으로, 대승불교국가들은 4계절 구분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경제구조로 되어 있다. 4계절이 있는 농경사회에서 남성의 노동력은 생존과 가족부양을 위해 절대적이었다. 이들이 장기간 출가해서 불도를 닦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거나 드문 일이었다. 그러므로 극 소수만 출가하고, 스님이된 이들은 불교의 “전문가”가 되고, 일반 신도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다. 경제 사회적 관계에서 스님과 신도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스님의 위치는 불교의 모든 면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한국불교의식은 중국. 일본과 같은 대승불교의 나라이면서 불교의식은 상당히 다른 점이 있고, 오히려 티베트의 불교인 라마교의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불교의식에서 의식무용과 악대의 사용이 공통적이고 <사진 1. 2 참조>, 노래의 중간 중간에 의미가 없는 음절을 삽입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또한 비슷한 전통이다. 이러한 전통은 중국.일본의 불교의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중국. 일본의 불교의식과 노래는 대부분 표준화 되어서 경과시간을 대부분 예측할 수 있고 가사의 음절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齋 儀式, 가령 靈山齋 의식의 내용은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 의식거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항상 다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영산재는 3일이 소요되는 의식이지만 요즈음은 단 하루에 걸쳐서 거행된다. 이러한 의식의 신축적인 조정과정에서 범패 홋소리. 짓소리는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본다 <표 1 참조>. 이 것이 왜 한국범패만이 홋소리. 짓소리의 음악양식을 갖고 있는가를 답변해 준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불교의식만 시간적 신축성을 지니고 있을까? 이 물음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국적 종교역활의 문화인류학적 이해가 요구된다. 자연환경과 조건에 의존한 농경사회의 경제구조, 무속신앙으로부터 이어 온 기복신앙적 전통, 개인 혹은 한 집단의 사회적 지위의 재확인, 외적인 힘의 과시등이 복합적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 한국적 종교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의 불교의식, 특히 재의식이나 Roman Catholic교회의 특별미사와 공통점이 많다.

 

4. 맺는 말

범패 홋소리. 짓소리의 발생역사는 알 수 없으나, 범패가 고대의 중요한 음악양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8, 9세기 이전부터 전해오는 고대음악들은 그 음악적 내용이 한 사회집단에 이미 존재해 있는 음악소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 작곡한 것이라고 보겠다. 아프리카 종족 혹은 미국 인디안들이 16세기 이전 외부와 접촉없이 고립되어 있었을 때 그 들은 제한된 음악자료를 여러가지로 조립하면서 작.편곡을 해 왔던 것이다. 한국 불교의식의 시간적 신축성과 범패의 다양한 노래방법은 한국 특유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범패 음악양식의 다양화는 비음악적인 동기에서, 齋 儀式의 시간적 신축성은 사회적.경제적 여건때문에 비종교적인 동기에서 발생되었다고 보겠다.

“In the practice of Korean belief systems there exists a folk notion that a longer and more elaborate ritual assures a better spiritual and practical response. Psychologically, the sponsor(s) would earn or feel greater donor merit and well being than someone who sponsors the same ritual in a form that takes only a couple of hours and involves no elaborate preparation. The quantity of alms from the worshippers would be proportionate to the requisite duration and preparation of the ritual accordingly. The notion of "the more, the better" probably reflects a practical aspect of Mahayana Buddhism in Korea.

In conclusion, the pomp'ae plays the decisive role in accommodating the varied lengths of the ritual. The requisite duration of the ritual is closely connected to the amount of the alms contributed by the sponsor. Thus, the diversification of pomp'ae strongly suggests that it is a product of the socioeconomic condition, which governed the Buddhist rituals. Therefore, the musical variance of pomp'ae is not a musical one, but, a result of conformance to the socio-economic commitmen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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