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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2018)년 04월 22일 일요일
제668호 기고 -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자
제668호 기고 -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자
  • 한국불교신문
  • 승인 2017.11.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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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화 (서울북부교구종무원장, 미륵암 광덕사 주지)

 

석화스님
석화스님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이를 행하는 불자인 이상 가장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해야 하지 않을까. 부처님 가르침은 단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죽어서 극락 가는데만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생활에 최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불자들은 새삼 인식하고 어려움이 닥칠수록 지혜로써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한다.

내가 종무원장으로 있는 서울북부교구의 사찰과 주민들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연장공사로 인한 피해를 1년 가까이 받고 있다. 계속된 발파공사로 인해 물질적인 피해는 물론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까지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건물과 담벼락에는 금이 쩍쩍 갔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 대들보도 갈라졌다. 산신각과 용왕전의 샘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말랐다.

상계동 당고개역에서 남양주 진접읍 노선의 공사구간 14.8km, 공사기간은 2014~2020년으로 한국도시철도공단 수도권 본부가 발주하고 SK건설이 시행중인 지하철 발파공사로 현재 피해발생지역 주민과 사찰에 대한 사전 공청회 없이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재 공사 지역 주변에 태고종소속 사찰이 7개, 타종단 사찰이 4개가 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0일 첫 설명회가 개최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SK건설은 법적규정(75db)을 지켜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평균소음(67db)이라 하면서 앞으로 소음이 크면 사이렌을 울리겠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발파로 인한 집, 벽, 담벼락, 마당 등이 갈라지고 지하수와 샘물이 고갈돼 나오지 않고 불면증, 정신쇠약, 아이들경기, 어르신들 공포(전쟁세대 진동과 폭음) 동물유산(반려견 임신후 유산 및 출산후 죽은 사건 발생)이 일어나고 지하수와 샘물을 식수로 쓰던 사찰은 생수를 사다 생활하고 있다. SK건설과 발주기관 한국도시철도공단 수도권본부 입장은 소음 진동 기준치는 허용범위 안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사찰스님들은 주민과 합세하여 수차례에 걸쳐 시공사인 SK건설을 방문하여 항의하였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적 불안상태에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지금까지 여러 채널을 통한 항의와 하소연을 했으나 정치인이나 해당 관청 모두 피해 사찰, 주민들을 외면하였다. 국민권익위나 서울시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 SK건설과 합의하라는 말만 되풀이 되는 과정에서 사찰스님들과 주민들은 자괴감과 절망감에 한없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 국가인가?”하면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고 스님들과 주민들은 점점 더 단결하고 협력하면서 꼭 해결하고 말겠다는 각오가 커져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님들과 주민들은 지난 9월 7일 한국도시철도공단을 찾아 시위에 들어갔다. 시공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주민을 외면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 공사발주처인 공단이 직접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시위가 계속되었고 결국 주민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철도공단사업단장이 나와서 주민대표와 첫 면담을 가졌다. 면담결과 철도공단과 공사업체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어 지난 10월 23일 청와대와 광화문 거리로 나서 피켓 시위를 했다. 주민들은 답답한 가슴을 치며 10월 27일 다시 버스를 이용해 한국철도공단을 찾았다. 분을 참지 못한 한 주민은 신나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였으나 주변의 제지로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 시위도중 한국철도공사와 협의가 이루어져 본부장과 주민대표가 회의테이블에 마주앉아 2시간 넘게 회의가 진행돼 11월 2일까지 책임 있는 결과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 결과도 믿을 수가 없어 10월 28일부터 남양주방향(토우공사현장)에 가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현장에서 밤낮 교대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는 믿을만한 보수·보상 대책이 강구되어야 된다는 주민들의 호소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찰스님들과 주민들이 일심동체가 되었던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SK건설의 부도덕한 모습에 숨이 멎을 정도라고 한다. 피해상황을 번연히 눈으로 보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발파 작업장으로부터 거리길이를 이야기 하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발파 후 터널내에 있는 먼지를 아무 대책 없이 환기구를 통해 밖으로 배출하는 환경오염도 자행해, 뿌연 먼지 때문에 화재가 난 것으로 오인한 등산객이 신고를 하여 119소방차량이 출동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었다.

북부종무원 관내 송암사는 산신각 건물 뒤로 바위가 밀려 내려와 긴장상태로 대처하고 있고 전각이 뒤틀리고 금이 갔으며 지하수도 말라버리는 등 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

책임 있는 보상대책결과물이 나오는 11월 2일 사찰스님과 주민들이 결사항쟁을 계속하던 중 갑자기 송암사 조실 혜운스님(前 원로스님)이 KT통신 철탑으로 직접 올라가는 급박한 사태가 벌어졌다. 아파트 10층 정도 되는 높은 철탑인데 세수 80의 노스님이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을 하신 것이다.

혜운스님은 올라가서 우리가 요구하는 보상대책결과를 내놓으라고 하시면서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평생 부처님을 시봉해온 몸이니 내 이제 여기서 공양을 올리겠다”며 뛰어내리겠다고 하면서 빨리 대책안을 가지고 오라고 소리치셨다. 119사다리차 구급차가 동원됐고 모든 분들이 걱정되어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번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단결과 협동심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 수 있었고, 모든 일을 대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다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믿음이 신념이고 신념이 깊어지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