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힐링(healing) 열풍이다. 이 힐링 열풍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과 과제 및 앞으로의 방안 등을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5월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미산스님(중앙승가대학 총장 대행)의 ‘불교힐링의 오늘과 내일’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김응철교수(중앙승가대학 포교사회학과) 의 ‘불교힐링 열풍의 원인과 사회적 파급효과’ 서광스님의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명상과 심리치료 현황’ 인경스님(동방대학원대학 명상심리학과 교수)의 명상상담이 우울정서에 미친 영향을 사례로 한 ‘불교명상의 치유적 효과’를 비롯하여 김재성 교수(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현대 불교힐링 프로그램의 유형과 전망’ 및 위빠사나 성공사례와 비교를 통한 임승택 교수(경북대 철학과)의 ‘한국 선불교와 힐링, 그 가능성에 대한 고찰’ 등이 발표 되었다. 이날 발표되었던 논문들 중 4편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불교힐링의 오늘과 내일                         

미 산 (중앙승가대학 총장 대행)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 치유담론으로 발전해야


최근 우리사회에서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서구를 중심으로 불교수행을 응용한 명상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이 보급되고 있다. 이러한 힐링열풍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물질적 욕망만을 추구했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동시에 정신적 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특히 불교의 명상을 주목하기 시작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빠른 성장으로 물질적으로 급성장을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다. 스트레스, 우울증, 자살지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힐링열풍은 이처럼 사회구조적 모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는 재테크 열풍과 웰빙 >붐이 일어났었다. 이는 외부적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정신적 갈증을 충족시키려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행복 열풍이 시작됐다. 행복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으나 행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책 속에서도 어떻게 행복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고통을 먼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에 대한 치유 욕구가 바로 힐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서구에서 불교힐링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일까.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논문 가운데 40% 이상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알아차림)를 주제로 한 것일 정도로 ‘마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연구결과 마인드풀니스는 심리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일상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보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현실에 닥친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훈련이 계속되다 보면 마음의 근육이 생기고 나중에는 저절로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결국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는 정도가 줄어들게 되고 스트레스도 점차 감소하게 되는 원리이다.

사실 불교는 힐링의 종교이고 부처님은 최고의 힐링 멘토다. 따라서 불교가 힐링의 종교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불교수행을 전담, 운영 할 수 있는 지도사 양성도 필요하다. 불교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지도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전통 간화선을 힐링 프로그램으로 접목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불교명상은 산업적인 측면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불교의 이상을 실현 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명상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불교계는 최근 일고 있는 힐링 열풍이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인 치유담론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불교명상의 치유적 효과                      


인 경 (동방대학원대학 명상심리학과 교수)



            명상상담은 치료와 치유적인 측면을 함께 공유
           증상 심한 환자뿐 아니라 일상 스트레스까지 적용


전통적으로 명상은 종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깨달음이나 영적 체험을 위한 수행적 의미가 강조되었다. 최근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전문적인 수행자만이 아니라 상담이나 심리치료에도 활용된다. 명상은 병원에 입원한 증상이 심한 환자 뿐만 아니라 일상의 가벼운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하는 외연의 폭이 넓혀지고 있다.

명상상담이란 ‘특정한 증상에 대해서 치료(치유)적 목적으로 명상에 기초한 상담적 개입’이라고 정의 한다. 이것은 상담자에 의해서 명상을 치료적 개입의 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도 일상에서 연구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명상 수행 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에 명상상담은 치료와 치유적인 측면을 함께 공유한다.

국내에서 우울증 치료에 대한 또 다른 명상적 접근은 유식불교의 영상관법에 의한 개입 전략이다. 이론적 기반은 ‘모든 경험은 잠재의식(제 8식)에 저장 된다’는 유식불교적 관점에 기초한다. 영상관법의 중요한 특징은 우울이나 불안 혹은 분노와 같은 심한 증상을 불러 일으키는 문제가 되는 의식에 잠재 된 기억 장면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인지적 자각이나 통찰을 얻게 하고 결과적으로 집착 된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기중심으로부터 타인 혹은 상황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게 한다.

영상관법의 절차는 첫째 주요한 사건을 경청하고 둘째 잠재의식에 저장 된 그것을 면전에 떠올려서 재경험하고 관찰하면서 셋째는 느낌 그 신체적 반응에 충분하게 머물게 하고 마지막으로 호흡으로 돌아오게 한다.

명상상담의 4단계는 불교의 핵심교설인 ‘고집멸도’에 상응한다. 첫 번째의 공감과 지지적 단계는 고통(苦)에 대한 이해라면 둘째로 명료화 단계는 고통을 발생시킨 원인(集)에 대한 탐색이다. 셋째의 반복적인 증상을 노출하여 관찰하는 영상관법은 문제에 대한 통찰과 점진적인 고통의 소멸(滅)을 이루고 넷째는 앞으로의 실천과제(八正道)를 다룬 점에서 도(道)에 해당된다.

불교명상이 어떤 치유적 효과를 가진다면 그것은 어떤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것을 필자는 현재의 경험내용에 대해서 ‘알아차리고(sati, 念)’, 충분하게 ‘머물러(samatha, 止)’, 그 변화를 ‘지켜보는 (vipassana, 觀)’것으로 정의한다. 이들의 관계는 독립된 명상수행이나 치료적 기술로서 사용되기도 하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하나의 과정, 혹은 체계로서 운영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독립적으로 활용할 때 ‘알아차림’의 경우는 호흡명상으로, 충분하게 ‘머물기’는 느낌명상으로, 변화에 대한 ‘지켜보기’는 영상관법으로 한다.

유기적인 체계로서는 호흡명상과 느낌명상을 영상관법에 통합하여 하나의 체계로서 활용한다. 하지만 우울정서를 가진 연구 참여자의 사례결과 명상과 상담적인 요소가 통합적으로 개입한 부분이 있기에 어느 한쪽에 대한 정확한 영향관계를 파악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가족치료나 인지적인 측면 애착의 측면을 의도적으로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관점과 명상적 개입을 어떻게 통합 할지가 연구의 과제이다.

한편 대인관계와 진로탐색, 가치작업 부분에 대한 영향 및 연구 참여자, 관찰자와 상담자에 대한 치료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이러한 영역들이 여전히 명상상담의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하였다.



이시대 키워드인 힐링열풍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힐링 열풍 현상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불교힐링 열풍의 원인과 사회적 파급효과              

김 응 철 (중앙승가대학 포교사회학과 교수)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각과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는 실천이 불교적 힐링의 완성


2000년대 초반 웰빙이 건강한 삶의 대명사가 되고 있을 무렵 사회일각에서는 ‘힐링’이라는 새로운 단어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이면에는 웰빙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만으로는 이미 상처받은 영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환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복지사회에서 행복한 생활과 평안한 삶을 추구하던 사람들조차도 가족이 해체되고 관계가 깨지고 거대한 사회의 벽에 갇혀 버리는 고독감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극심한 경쟁사회로 내몰린 현대인들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근심, 걱정, 우울, 슬픔, 불안, 초조 등의 심리적 요인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며 힐링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번다한 세속의 마음을 내려 놓고 온전한 휴식과 관조 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이 힐링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특히 대중적 지지가 높은 스님들의 저술이 힐링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불교힐링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개별적인 스님들의 사회적 지지도나 관심, 저술능력 등에 의존하는 데서 발생한다. 힐링에 관심을 갖는 스님들이 적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은 커졌으나 깊이 들어가 보면 불교적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힐링은  더 이상 불교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웃 종교계에서도 영성 훈련방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행동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힐링은 사회적 확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2011년도 이후 150여종 이상의 힐링 관련 출판물이 발간되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힐링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와 같은 현상들을 종합해 보면 상업주의와 결합한 힐링은 곧 소멸의 위기에 직면 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다. 또한 충분한 경험적 연구와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실행 프로그램이 뒷받침 되지 못할 경우에도 힐링은 대중으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불교힐링은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방법과 지혜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사찰에서 실천될 때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생을 고통에서부터 구제하려는 대자대비심의 원력에서 출발했다. 이 원력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교 힐링의 사상적 근원이며 실천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시작부터 힐링의 의미를 내포한 가르침을 전해왔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구성원들의 근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에 힐링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불교힐링은 일시적인 선풍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발전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치유방법으로 기능할 때 앞으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사회의 다른 한쪽에서는 힐링에서 콜링(calling)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콜링은 ‘천직(天職) 혹은 소명(召命)’ 등으로 번역 하기도 하는데 불교적으로는 ‘지혜로운 실천’을 의미하는 ‘지행(智行)’으로 표현 할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에서 자가 치유를 촉진하는 힐링으로, 그리고 앞으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콜링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즐겁게 그리고 지혜롭게 실천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웰빙과 힐링을 넘어 선 콜링, 즉 신·구·의(身口意) 삼업행을 조화롭게 하는 지혜로운 행동을 성취하는 길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각과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는 실천이 불교적 힐링의 완성이다.
 
        한국 선불교와 힐링, 그 가능성에 대한 고찰                 

임 승 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간화선이 지니는 힐링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서는 실천방식의 다원성에 주목할 필요 있어


초기불교 이래로 불교명상은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계승되어 왔다. 그러나 각각의 방법들은 ‘견해에 의존하는 상태(見依)’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략 일치한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는 “과거에 관련하여 ‘견해에 의존하는 상태’를 제거하고 초월하기 위해 나는 이 사념처(四念處)를 가르쳤고 선언하였다”라고 회고한다. 이러한 언급을 간화선에 적용시키면 간화선이야말로 불교명상의 본래 취지를 올곧게 계승한다고 할 수 있다.

간화선의 화두는 애초부터 분별망상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견해와 망상의 제거는 어떻게 해서 힐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가. 견해와 망상은 있는 그대로를 왜곡시킨다. 경험하는 일체의 현상을 고착화 하고 거기에 ‘나의 것’ 혹은 ‘나’라는 관념을 투사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괴로움이 있다‘라거나 ’나의 이 괴로움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라는 따위의 상황이 전개된다. 견해와 망상의 제거는 이러한 심리적, 인식적 뒤엉킴과 부풀림의 상태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준다. 다만 ’이것이 괴로움이다‘라는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를 일깨운다. 이러한 일깨움은 괴로움을 짊어진 존재로서의 ’나‘를 해소한다. 바로 이것이 간화선을 통해 얻게되는 힐링의 효과이다.

그러나 간화선이라는 수행법 자체가 과연 대중적인가의 문제이다. 또한 이것이 현대인의 정서에 얼마만큼 부합하는지, 나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작업은 간화선이 지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간화선이 다양한 방식을 용인하는 가운데 전문적인 출가자에게 적합한 방식과 일반 재가자에게 적합한 방식을 적절히 구분한다면 전통의 고수와 대중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천방식의 다양성은 이미 붓다 당시부터 용인되고 있었다. 필자의 기존 연구에 따르면 붓다가 직접 걸었던 해탈의 길은 네 번째 선정(第四禪)을 통한 삼명(三明)의 획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외도의 길을 걷다가 불교로 전향해 온 일부의 제자들은 멸진정 (滅盡定)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번뇌의 단절을 이루었던 듯하다. 또한 애초부터 붓다의 제자로서 입문한 이들은 오직 지혜의 성취에 의해 갈망과 번뇌로부터 해탈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점은 500명의 아라한 가운데 삼명과 육신통을 갖춘 아라한은 소수에 불과했고 나머지 다수는 지혜에 의한 해탈로써 아라한을 성취했다고 기술하는 <방기사상윳따>의 언급과도 일치한다. 이러한 사실은 불교의 실천방식이 원래부터 다원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간화선이 지니는 힐링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실천방식의 다원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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