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불교의 거사들
김진무 지음
운주사 刊, 값 15,000원


불교가 중국에 뿌리내리게 하고 역사 속에서 화려하게 꽃피우도록 뛰어난 활약을 한 재가 거사 69명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김진무 교수(중국 절강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겸임교수)가 펴낸 <중국불교의 거사들- 거사로 보는 중국불교사>는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거사들이 당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불교를 위해 헌신하였고,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개괄하였다.

책 서론에서는 ‘거사’ 의 개념 및 거사불교와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했고, 중국의 거사불교가 담당해 온 역할을 호법활동, 사찰의 건립과 유지 보수 등의 재물 보시, 교학적인 활동 등으로 분류했다. 이어 본문을 7장으로 나누어 거사들의 행적과 사상, 역할을 통해 중국 거사들의 불교인생과 거사불교의 역사를 고찰해 놓았다.

제1장에서는 먼저 중국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유교와 도교의 반발, 그리고 배타적 중화사상에 직면하여 3교융합에 힘쓴 모융(牟融)으로부터 시작, 중국 초기 불경번역의 선구자인 안현과 지겸, 중국 최초의 결사모임인 백련결사에 참여한 사령운, 류유민 등의 행적과 수행을 자세히 수록하였다. 제2장에서는 불교가 중국에 통치사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남북조 시대의 불교 상황과 당시 활약한 거사들을 다루고 있는데, ‘황제보살’ 로 유명한 양 무제의 불교 부흥과 남조를 대표하는 거사로서 후대 중국불교, 특히 선종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방 거사의 행적과 사상을 고찰했다.

제3장에서는 양대 황제보살 중 한 명인 수문제(隋文帝)의 불교정책과 불교사상의 통일작업, 유불도 3교정립에 크게 기여한 이사겸과 왕통의 사상, 최초의 불교역사서이자 목록서인 <역대삼보기>를 편찬한 비장방, 가장 전형적인 호법 논서를 펴낸 이사정, <신화엄경론>을 저술, 거사로서 새로운 교의를 제창하여 중국과 한국의 선종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이통현, 유불회통을 주창한 이고·류종원·류우석, 그리고 당대에 흥기한 선종의 각 종파에 귀의한 방 거사·배휴·백거이 등 큰 봉우리와 같은 거사들의 전기와 일화를 실었다.

제4장에서는 오대십국과 송나라 때 활동한 거사들을 다루었다. 송대에는 사대부들이 유학을 바탕으로 하여 불교를 아우르는 이른바 사대부 거사불교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중 대표적 인물은 조사선을 중심으로 천태·화엄·정토까지 섭렵한 소동파, 재상으로서 <호법론>을 저술하여 거사들의 책임을 강조한 장상영, 그리고 <용서정토문>을 지어 기존의 선불교적인 유심정토로부터 서방정토로의 전환을 확립한 왕일휴 등이다. 제5장에서는 요·금·원 대 제왕들의 불교정책을 살펴본 다음, 이어 송대 이학가들의 배불론에 반박하여 화엄의 원융사상에 입각한 3교일치를 주장한 <명도집설>의 저자 이순보, 원 제국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조동선의 선풍을 밝힌 <종용록> 편찬에 공헌한 야율초재, 3교일치를 지향하면서도 불교의 우의를 천명한 류밀의 <삼교평심론>을 자세히 고찰하였다.

제6장에서는 명·청대 황제들의 불교정책과 불교계 상황을 언급하고, 이와 관련된 희대의 기승이자 거사인 도연 요광효를 소개하였다. 이어 양명학의 좌파로서 쇠퇴하던 명말 불교계에 거사불교 부흥의 계기를 마련한 이탁오, 조사선을 선양하다가 정토로 귀의하여 <서방합론>을 저술하고 선정일치를 제창한 원굉도를 조명했고, 명대 양명학의 흥기와 불교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또한 명대 사대고승 문하의 거사들의 행적, 그리고 <거사전>의 찬술자이자 쇠락해가는 청대불교에 새로운 중흥의 바람을 일으킨 팽제청의 업적과 사상을 거론하였다.

마지막 제7장에서는 근대 중국불교의 거사들을 다루었다. 먼저 금릉각경처를 설립하여 불교전적의 보급과 민족불교를 주창하여 중국 근대불교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양문회, 그의 영향을 받아 중국불교의 산실이라 불리는 지나내학원을 설립하여 법상유식학을 부흥시킴으로써 중국불교뿐 아니라 근대 중국사상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 구양경무, 그의 수제자이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불교학을 이끌었던 어학의 천재 여징, 해외 유학을 통해 새로운 방법론을 받아들여 중국불교를 본격적인 현대불교학으로 정초(定礎)한 탕용동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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