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계의 세계편저 원영조계종출판사 刊, 값 28,000원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행하라.”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얻는다.”
흔히들 얘기하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지만 현재 우리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2000년 동안 내려온 이러한 경구들이 충분한 위로와 도움이 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깊고 높은 산속에서 울려 퍼지는 이런 불교의 가르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기 일쑤다.

<대승계의 세계> 저자 원영스님은 “이제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불교,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자비’가 있으며 ‘자비’야말로 구체적으로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대승계의 정신이라고 덧붙인다. 

대승경전에서 대승계는 보통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율의계(律儀戒)로, 살생하거나 훔치는 일, 잘못된 이성관계, 거짓말, 음주행위 등 금계(禁戒)의 측면이 강한 것을 말한다.
둘째 선법계(善法戒)로, 올바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각종 수행과 종교의식 등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중생계(衆生戒)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중생을 위하여 자비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말한다. 삼취정계(三聚淨戒)라고도 불리는 이 세 가지 대승계는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이 실천해야 하는 행위들이다.

<대승계의 세계>는 이러한 대승계 관련 내용을 추출해 한권으로 통합 정리한 책이다. 계율을 전공한 저자 원영스님이 대승경전과 논서에서 ‘계’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된 내용과 남을 돕는 윤리적 실천과 관련된 내용을 뽑아 대승보살의 실천행을 정리했다. 보살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행해야 하는 열 가지 착한 행이나 마음 쓰는 법, 참회할 수 있는 죄와 참회할 수 없는 죄, 한순간이라도 계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등 대승계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을 발췌해 일반인들이 읽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편역했다.

저자는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다시 한번 자비정신을 현대적 윤리관으로 재정립할 때라고 말한다. 대승경전에 나와 있는 대승계를 바탕으로 대승계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더 활성화되고, 그리하여 대승계의 정신이 현대사회 윤리영역의 다양한 문제들과 만나 현실에 유용하게 쓰여 정의로운 사회, 도덕 경제가 이끄는 사회 책임 자본주의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이 책은 계율이라는 것이 단순한 규칙체계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확연히 바꾸어준다.
결과적으로 자비실천은 승가율장과 대승계의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혼돈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어가는 불도수행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경숙 기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