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집 ‘부루나의 노래’ 출간한 법현스님‘여행길에서 별 마음을 쓰지 않고 두었더니 일주일 넘게 자란 머리카락이 마음에 걸렸다. 이상하게도 긴 머리는 오래가도 별 티가 나지 않지만 짧은 머리는 조금만 자라도 어색해 보이고, 수염이라도 같이 자라면 핼쓱해 보이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않아서 목욕하는 김에 면도로 자르고 나갔다. 아홉 살바기 규리가 하는 말 “진짜 스님 같아요” 규리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진짜 스님 같은 게 아니고 진짜 스님이셔” 규리가 한 말도, 규리 어머니가 하신 말씀도 다 같은 말씀이어서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본문중 ‘진짜스님 같아요’)재래시장 한 켠에 선원을 열고 저잣거리 포교를 실천하고 있는 열린선원 법현스님이 법문집 ‘부루나의 노래’를 내놓았다. 수행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한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이들이 함께 느끼고 공유했으면 하는 내용의 글을 모아 엮었다고 한다. 여기에 눈과 마음에 휴식과 여운을 주는 사진들을 함께 싣고 있다. 전체 4부 70여 편의 글마다 육성법문의 공명과 함께 법향이 아련하다. 가령 그 향기는 이러하다. ‘이런 사람을 보면 누구든지 어느 곳에 사는 아무개는 계율이 청정하고 진실한 법을 성취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이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다. 이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고 거슬러서도 풍기며,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관계없이 풍기는 것이다’(바람과 관계없이 멀리 가는 향기)제1부 ‘내 발의 때를 바라보며’에서는 수행자로서 살며 느낀 여러 상념들을 마주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나 아버지에 대한 연민, 사제 이야기 등 수행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감회도 따뜻하다.제2부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선조사 이야기 등을 통해 인천(人天)의 스승이자 수행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 등을 되짚으며 스스로에 대한 경책의 등불을 밝힌다.제3부 ‘저잣거리에 선 부루나의 노래’는 주로 대중들의 삶과 신행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법문과 교리 설명 등으로 채워져 있고, 마지막 제4부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는 지금 여기 일상에서의 삶이 곧 수행이자 깨달음의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글을 모았다.“모든 일과 마음에는 틈이 있어야 세상에 평화와 사랑과 여유가 생기는 법이지요. 이 책이 현대인들의 각박해진 마음에서 틈을 찾는 계기가 되고, 자기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는 촉매가 되었으면 합니다”책 제명에 쓰인 ‘부루나’는 부처님 10대 제자 중 설법제일로 알려진 존자이다. 부처님을 따라 대중교화에 힘써 수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였다. 재래시장의 쌀집, 지물포, 떡집, 보일러집 등 다닥다닥 붙은 간판들 사이로 자리한 열린선원에 스며있는 법현스님의 삶과 수행과 지향이 시공을 건너 ‘부루나의 노래’로 오버랩된다. 그래서 “이 법문집을 법보시하겠다”는 이들도 심심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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