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산 / 연인M&B / 10.000원‘원각스님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깊고 아늑한 곳으로 한없이 빨려드는 꿈속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꿈에서 깨고 보니 허탈했다. 아아, 차라리 깨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원각은 입맛을 다셨다. 꿈속에서 원각은 소를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이 책은 베스트셀러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다’의 저자 백련사 설산스님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담아둔 것이 바로 심우도(尋牛圖)였습니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서, 소를 만나 보고, 소를 잡아 끌어서, 마침내 소를 나와 소가 하나가 되어 공적(空寂)이 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과정을 차례로 그리는 심우도. 이를 통해 저를 포함한 모든 수행자들이 항상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본래의 자기를 되찾는 일에 정진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자는 의미랄까요.” 평생을 수행정진하노라 힘써 온 수행자이지만 삶에 대한 대답을 쉽게 들려줄 수 없었다고. 삶이란 이처럼 어려운 것이라고. 그래서 소설이라는 문학적 양식을 통해 신기루 같고 그림자 같은 삶의 허무를 이야기하고, 동시에 이 허무를 메우는 일은 바로 깨달음의 여정이었노라고. 잃어버린 소는 어디에 있었을까.깨달음의 길이란 인간의 야성을 잠재우는 일. 야성의 소에게 고삐와 채찍을 들이대는 것처럼 자신에게 채찍을 들이밀어야 하는 것. “깨달음에 목말라 이 글을 썼습니다. 어디로 가는 길이 깨달음의 길인지 몰라 글을 쓰고 읽고 또한 글을 썼습니다. 만물이 항상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길 위에서 중생을 회향코자 다시 원고지를 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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