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수 저작집 ‘奇想의 질문과 天外의 답변’발간혜안 서경수 선생이 생전에 남긴 글 가운데 미출판 원고를 중심으로 선별한 서경수 저작집이 출간되었다. 입적 25주년을 맞이하여 2권으로 발간된 이번 저서는 불교와 인도철학에 관한 백과사전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살아있는 도서관’이라 불린 서경수 선생의 진면목을 실감할 수 있다. 살아생전 당시 불교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의 지혜, 번뜩이는 불교적 체취와 감수성은 지금도 여전히 빛난다. 무엇보다 저자의 사고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흥미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자의 글을 통해 한국 불교학의 한 영역이 확장되었으면 하는 기대에서 이 책은 기획되었다. 1권『불교를 젊게 하는 길』에서는 신문, 잡지 등에 실렸던 기고문과 에세이를, 2권『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에서는 그의 학위논문 및 학술논문을 수록하였다.최고의 불교 지성(知性)답게 작가의 글은 친절하다. 대부분의 기고문들은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편안하고 비록 논문의 형식을 취했을지라도 불교와 사상적인 것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산스크리트, 한문 경전 용어들을 쉽게 풀어쓰고 가급적 글속에서 모든 설명이 다 되어 읽는 이들이 불교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글은 ‘에세이적 논문’또는 ‘논문적 에세이’라고 불린다. 소재 역시 묵직한 종교적인 얘기만 다루지 않았다. 삶을 통찰하고 되돌아보는 방법이나 사유로 세상을 뚫고 나가는 방법을 일러주면서 개인과 불교, 그리고 인도철학과 불교의 교감 접경을 넓혀준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사람들이 모른다고 해서 당장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다. 그러나 만약에 알게 되면 사람들 머릿속에 변화의 작은 불씨를 일으킬 것들,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가슴까지 뒤덮은 은백색 수염과 뿔테 안경 너머로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慧眼) 혜안 서경수 교수는 특이한 외모만큼 행적도 남달랐다. 국내 최초로 <인도불교사>를 출간했으며 영어와 산스크리트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인도에서 5년 동안 한국의 언어 역사 문화 등을 가르친 인도철학자로 인도 네루대학 최초의 한국학 교수이기도 하다. 동서양 종교 비교연구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기독교에서 개종한 경력은 불교와 기독교간의 대화를 시도하게 만들었다. 인도 네루대학을 거쳐 동국대학 인도철학과 교수로 활동하던 1970~80년대, 그는 불교학 연구풍토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기독교와 불교비교,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본 불교 등의 논문을 발표해 불교학 연구의 지평을 확대한 것이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초대교수를 지낸 그의 저서로는 불교와 인도에 대해 수필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세속의 길 열반의 길』『길에서 길로』『불교적 인생』『인도 그 사회와 문화』등이 있다. 『한국 근대 불교 100년사 자료집』을 편찬하였으며, 이기영 선생과 함께 불교연구원을 창설하기도 하는 등 불교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1986년 10월 14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가가 보여준 난숙한 문장과 현실에 대한 혜안이 빛을 보기까지는 서경수 저작집 간행위원회와 서경수 사람모임, 대한불교진흥원이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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