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연수 등 교육 시스템 구축“권리는 의무와 동행”인사원칙종단은 무자년 올 한해의 종무행정 화두를 ‘문화와 교육’으로 설정했다. 총무원장 운산스님은 “임기 후반기를 앞두고 종단 모든 역량을 종단의 문화창달과 교육강화에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새해 벽두 포부를 밝혔다. 제도개혁과 종단중흥이라는 당면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화와 교육’이라는 모티브를 어떻게 작동시켜 개혁과 중흥을 이뤄나갈 지 총무원장 운산스님을 만나 올해 종무행정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지난 정해년도 종단 안팎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보람되거나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의 종무행정 화두로 문화와 교육을 말씀하셨는데 그 배경도 함께 설명해주시죠. 종단은 지난해 한국불교 전통문화 전승관 시대를 개막함으로써 종단 중흥의 원년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전승관 건립은 종단 중흥의 하드웨어를 만든 일이었습니다. 중흥 의지를 담을 그릇을 구워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 전승관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즉 내용물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실상부 종단 증흥의 진정성이 확보되는 것이죠. 소프트웨어의 성공 여부는 문화와 교육에 달려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종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불교 전통종단 태고종 종도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사회적 대승보살정신을 발휘해 나가야 진정한 종단의 개혁과 중흥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러자면 결국 문화와 교육을 통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종도들의 일부는 아직 전통을 계승한 정통종단으로서의 태고종에 대한 믿음과 자긍심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열악한 현실 여건들로 인해 미처 이를 돌아보지 못한 까닭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의 전통과 정통성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충분히 누릴 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자랑하자는 게 아닙니다. 정체성 확립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구상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제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자 문화와 교육을 강조한 것입니다.-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이 되는 대목입니다. 이를 실현할 방안이 필요할 텐데,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계시는지요.먼저 관혼상제(冠婚喪祭) 집전에 필요한 의례집을 표준화 하려고 합니다. 불교문화가 실생활 속에 자리잡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생활불교를 위하여 태고종 불교의식을 우리의 미풍양속의 표준문화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작업이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권 내에서도 각 지역, 각 전통 등에 따라 관혼상제 의례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 나름의 의미를 지닌 것이겠지만 종단은 이를 표준화해서 통일된 방식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과 엄격한 근거 확보 및 고증을 거쳐 표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종도들의 정체성 확립 기반이 더욱 공고히 되리라 믿습니다.다음으로는 모든 불교경전과 의식문을 한글화 하는 작업입니다. 의식문을 한자말로 염송 봉독하는 것도 전통과 격식에 따른다는 의미가 충분히 있습니다만 상당수 신도들에게는 정확한 내용전달이 되지 않는 탓에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젊은층 포교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부처님 뜻을 제대로 전하는 일이 형식갖추기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불교의 미래도 더 확실해진다고 봅니다.한국전통불교문화 계승자로서 태고종 위상은 선명합니다. 많은 불자들이 태고종 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범패를 비롯한 전통불교문화 아닙니까. 특히 태고종 영산재는 중국에서도 독보적으로 인정하는 바입니다. 현재 세계는 무력 전쟁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창달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올해는 봉원사 영산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불교문화 명인을 지속적으로 발굴, 지정하여 장기적으로 문화를 통한 불교의 세계화에 한국불교 태고종이 앞장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생각입니다.지난해 연말 중국과 불교문화교류협정을 맺었지요. 올해는 중국에서 영산재 시연이 펼쳐집니다. 3월에는 프랑스 세계문화의 집 초청으로 파리 등 프랑스 3개 도시에서도 영산재가 시연됩니다. 벨기에 시연도 이뤄질 것입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글로벌 차원의 홍포라 하겠지요. 옥천범음대를 종립대학으로 승격시켜 영산재 교육 전수에 더욱 진력할 계획입니다. - 요새는 세간에서도 평생교육을 이야기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제 때 읽고 삶과 수행과 교화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려면 승가에서도 교육은 필수이리라 짐작됩니다. 원장스님께서는 늘 배움을 강조해 오셨는데, 특히 올해에는 교육강화를 더 강조하시는 듯합니다.그렇습니다. 사람은 평생 배워도 모자랍니다. 특히 시대의 사표요 정신적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성직자의 경우, 공부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항상 자신을 갈고 닦아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존경받기도 어렵고, 좋은 의미의 권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늘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겸손한 생각을 가져야 공부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법입니다.예부터 우리 선조사들은 교육과 수행을 나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해스님도 일찍이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교육이 보급되면 문명이 발달하고 교육이 보급되지 못하면 문명이 쇠미해지는 것이니, 교육이 없다는 것은 야만과 금수가 되는 길’이라 지적한 바 있지요.우리 종도들도 이제는 공부할 여건들이 상당히 구족된 형편입니다. 다만 뜻을 세워야 합니다. 전국 교구별, 사찰 단위별, 지역사암연합회별 등등을 통해 공부와 연수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운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합니다. 종단 차원에서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사회와 글로벌시대에 적합한 교육내용을 정립하는 일입니다. 기존 종도들을 위한 평생교육제도를 혁신적으로 재정립하는 작업입니다. 승려연수 프로그램을 우선 강화할 계획입니다. 정기적인 연수 실시, 외부전문강사 초청, 연수 프로그램 내실화, 포교 교화 현장과 직결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종도들 간에 ‘역시 공부하고 연마한 사람이 뭘 해도 낫구나’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특히 교육 및 연수와 관련해, 교임 전법사 교육과 본종 입종 승려 교육도 중점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일부에서는 교임과 전법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승교화종단이라는 종단 정체성에 비추어 볼 때, 교임 전법사 제도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종단의 제도 입법 취지를 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육으로 능력향상과 자질함양을 기한다면 사격(寺格)과 저들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전종자의 경우도 종도 정체성 확립이 필수적입니다. 또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중앙승가전문강원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중앙강원은 종단의 중진 중견 스님들의 보습을 위해 최고지도자 과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종단을 이끌 핵심인재를 확충하는 일입니다. 성공적으로 첫발을 디딘 여세를 몰아 명실공히 백년대계 인재산실로서 우뚝 서도록 종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입니다. -종립 동방불교대학이 마침내 지난해 말 교사를 확보하고 새출발을 했습니다. 종단에서도 여러 모로 수고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무행정 최고 책임자로서 동방대의 비전을 어떻게 갖고 계시는지요.동방불교대학은 설립 이래 종단의 인재양성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여 현재는 종도의 교육과 승려득도 부분은 동방불교대학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새로 매입한 교사는 임시교사로, 앞으로 교육여건을 구비한 교사를 추가 확보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새 교사 마련으로 학사행정은 물론 학생들의 학업증진에도 더욱 분발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장스님을 위시한 교직원들이 잘 꾸려갈 것이고, 다만 종단으로서는 동방불교대의 종단 내 비중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하도록 종책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교육 문화 부문을 올해 핵심사업으로 설정하셨더라도 기본적인 종무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특히 대승교화종단으로서 대사회적 기능을 강조해 오셨는데...불교는 산문 닫아 걸고 나 혼자 해탈하려는 종교가 아닙니다. 삼라만상이 인연 그물로 얽혀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남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임을 아는 것입니다. 고통도 기쁨도 재물도 마음도 다 나누어야 합니다. 보시란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입니다. 세간이 없으면 출세간도 없는 법이지요. 그동안 추진해 온 1사찰 1선행 (一寺刹 一善行) 운동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종도들의 더욱 많은 관심과 동참을 당부합니다. 사실 이해하기 편하라고 ‘선행’이라 명명했지만, 엄밀히 말해 선행이 아니라 승가의 본분입니다. 우리 종단 사찰이 3천 곳이 넘습니다. 한 사찰에서 매달 한 명씩 만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돌본다면 매달 3천 명에게 온정이 돌아갑니다. 복지란 게, 가진 사람은 삶의 질을 더 고양시키고, 덜 가진 사람은 우선 생활경제를 해결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도우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종단은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업에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전문 복지사업단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기존의 종단 사찰의 복지시설을 일제히 조사하여 전문화 및 활성화 시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복지시설을 확충할 생각입니다. 각 사찰에는 뜻을 같이 하는 신도들로 구성된 선행봉사단을 조직하는 문제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이런 말이 있더군요. 나누지 않으면 나뉜다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 질시의 이면에는 이처럼 나누지 않으려는 마음,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봤습니다. 종교의 진면목은 결국 세간을 제도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만, 종단 인사행정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좀 더 선명한 원칙을 천명하셨는데.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어떤 사회나 조직에도 적용되는 원칙을 다시 강조한 것일 뿐입니다. 즉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간다는 원칙입니다. 무임승차는 없습니다. 이는 그 누군가 다른 사람의 공덕을 빼앗아 가는 일입니다. 해선 안 될 일이지요. 종도로서 기본인 애종심과 의무이행이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권리주장이나 참견도 성립될 수 없습니다. 기여하고 헌신한 만큼 애정이 생기는 법입니다. 이 원칙은 총무원장 개인을 위한 원칙이 아닙니다. 종단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분명히 바로 세워야 할 원칙입니다.종단 발전을 위해서는 종도 화합이 선결과제입니다. 제도나 행정이 아닌 대화를 통해 종도들의 마음을 열고 대통합의 기틀을 다지렵니다. 불신과 부정적 생각을 불식하고 긍정적이고도 실용적인 생각들로 채워 나가겠습니다. 안된다, 틀렸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개인적 친소관계도 떠나 모든 일을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합리적이고도 원만하게 구려 나가는 풍토를 조성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종도들에게 당부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말을 좀 빌려 보겠습니다. ‘종단이 나에게 뭘 해줄 것인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종단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주십사’하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애종심을 바탕으로 종단 중흥 불사에 동참해 달라는 말입니다. 종단발전의 원력불사에 힘을 합해 주시고 지혜의 힘을 빌려 주시면 현 집행부도 결코 물러섬이 없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한국불교 태고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동안 총무원을 믿고 따라주신 종도 여러분과 사찰, 그리고 함께하시는 모든 권속과 사부대중에게 불보살님의 가피가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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