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종회의장 영우스님 지난 9월 16일 대전에서 열린 제103회 임시중앙종회는 영우스님을 신임 중앙종회의장으로 만장일치 선출했다. 종단 최대현안인 종단 위상회복 및 중흥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앞두고 중앙종회는 그 어떤 종단 기관 못잖게 그 소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신임 중앙종회 의장 영우스님을 만나 종단 발전 방안과 중앙종회의 역할 및 이에 따른 의장스님의 구상 및 비전을 들어본다. = 취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종단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종회의장에 취임하시게 됐습니다. 우선 종도들에 취임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종도 여러분들의 법체 청강하시기를 심축하옵니다. 먼저 이번 103회 임시 중앙종회에서 부족한 소납을 종회의장으로 선출해 주신데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변변치 못한 사람을 의장으로 뽑아 주신 것은 그동안의 종무 경험을 살려 심기일전하여 종단발전에 매진하라는 소명으로 생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현재 우리 태고종은 다시 한 번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느냐, 아니면 빛나는 과거의 그림자만 붙잡고 연명하느냐는 하는 중대한 종단사적 기로에 처해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비록 부족하고 무력한 소납이지만 재임기간 동안 종도들의 뜻을 받들어 대과 없이 직무를 수행하고자 하오니, 종도 제위의 적극적인 지도와 편달이 있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 시점에서 재차 우리의 현 좌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한국불교에 있어 태고종의 정체성 및 위상은 어떻데 규정될 수 있을까요. - 조금 원론적인 정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불교는 원시불교로서 소승적 비구(比丘) 불교와 발달불교로서 대승적 보살(菩薩)불교라는 두 가지 교리 체계를 갖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태고종이 이 가운데 인류완성(度衆)을 위한 전법(利他)을 위주로 하는 대승적 보살불교라는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수행은 지혜를 닦아 부처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며 불교가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최고의 이상과 가치는 중생구원에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지요.한마디로 태고종은 대승교화종단이라는 말입니다. 역사적 맥락을 잠시 살펴봅시다. 선사(先師)스님들은 개화기 이후 조선조의 극심했던 배불(排佛)의 압제를 극복하고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현대불교로의 발전을 모색하고자 산문을 박차고 도시로 나와 학교와 기업을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등 승려신분으로 교육계와 학계, 정계 등 사회 각계에 진출하여 승속불이(僧俗不異)와 진속일여(眞俗一如)의 살아 있는 생활불교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54년 위정자의 망집에 의하여 불교 분규가 발생함으로서 은둔적인 산중불교를 탈피하고 현대불교로의 발전을 모색해 왔던 선사(先師) 스님들의 의지와 노력이 왜색불교(倭色佛敎)로 매도되고 무지한 정치권력과 이에 동조하는 이반(離叛)세력의 준동(蠢動)으로 사찰과 학교 등 기성종단(태고종) 스님들이 이룩해 놓은 불교재산을 모두 강탈당하는 바람에 종단이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은 위기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이처럼 태고종은 한국불교 전통종단(傳統宗團)이자 적자(嫡子)종단임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종단현실은 아무런 사회적 역량도 발휘할 수 없는 중류(中流)종단으로 전락,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지난 60여 성상(星霜)을 불교분규의 피해자로서 불행한 고난의 세월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탓도 있었겠으나 종단구성원(종도)들의 무사안일한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의 미비가 가져온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태고종의 정체성(正體性)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우선 역사적으로는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한국불교를 중심에 서서 이끌어 온 주류(主流) 종단으로서 선조사의 법통(法統)과 법맥(法脈)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 한국불교 정통(正統) 종단입니다. 이에 따른 사상적 이념적 정체성으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불교(菩薩佛敎)를 지향하는 대승불교종단입니다. 따라서 태고종 승려는 자기수행(自利)과 중생구원(利他)의 사명을 동시에 수행(遂行)해야 하는 보살승(菩薩僧)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조직구조 상의 정체성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즉 태고종은 불교분규로 인해 기존의 전통사찰을 잃고 스님들의 신심에 의해 이룩된 사설사암을 중심으로 종단이 재창종되어 사찰의 재산 및 운영관리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협의체(協議體)성격의 종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모든 중흥발전 논의가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이같은 정통종단 태고종이 현재 발전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종단 현주소에 대해 진단해 주신다면.- 종교단체는 첫째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둘째 진리의 세계로 중생을 인도하는 포교사업, 셋째 불우한 이웃과 약자를 구호하는 사회복지사업이 기본입니다. 이는 종교의 보편적 가치이자 종교가 사회적으로 존재해야할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태고종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종단 3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태고종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무형의 자산이 적지 않으나 자성(自省)하는 입장에서 종단의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정리하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허다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출가의 본지(本旨)를 망각한 무사안일한 개인주의의 만연, 수행 소홀과 체계적인 교육 부재, 각종제도의 비효율성, 종단과 사찰간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 시대정신에 미치지 못하는 승려들의 사고방식, 승단(僧團)의 위계질서문란, 집권자의 일방적 독선과 독주 등 개선되고 청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입니다.이러한 종단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종단발전을 외쳐도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지금 태고종은 유구한 역사에 부합하여 수행승단의 전통성을 지키면서도 중생구원의 사명을 띤 보살불교를 실천하여 종단의 수준과 위상을 높이고 선사스님들이 이룩하고자 했던 거룩한 뜻을 계승하여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힘있는 성숙한 종단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따라서 재창종의 정신으로 태고종이 직면해 있는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발전 대책을 모색할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중앙종회의 역할에 대해 말씀을 들어봐야 겠군요. - 중앙종회는 종단의 입법기관으로 법을 만들며 행정부(총무원)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본래의 기능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유감스럽게도 중앙종회가 총무원에 종속되어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종단이 바로 서려면 종단의 핵심 중추기관인 중앙종회가 흔들림이 없이 굳건하게 바로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사유컨대 우리 종단은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되는 법령과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고 각자가 주인의 입장에서 종도 모두가 의식 개혁에 함께 나서야 합니다.= 향후 종단 현안 타개 방안과 중앙종회가 기여할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현대사회는 첨단정보산업사회로 다방면의 지식정보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 이는 정신문화를 중심 삼는 종교라고해서 예외는 아니지요. 이를 외면하면 종교도 시대에 도태되고 맙니다. 태고종이 한국불교정통종단이요 보살불교실천이라는 이념적 지표(指標)를 지향하는 종단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땅에 존재해야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제반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태고종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종도들이 종단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공생번영하는 승가공동체 실현을 지표로 삼고 개혁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네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첫째, 승가의 육화(六和)정신에 입각하여 종단과 사찰, 종도가 한 몸이고 불교재산은 개인 사유재산이 아니라 모두가 부처님 재산(三寶淨財)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불교(사찰) 재산의 공공성(公共性)을 확보해야 하고, 종단의 가장 취약 분야인 종단운영과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원확충방안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합니다.둘째로는, 보살승인 태고종 승려는 사회와 중생을 인도하는 스승이라는 자각하에 스승의 자질과 능력, 사명감을 고양하기 위한 성직자 양성과 기성승려의 재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체계적인 평생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셋째는, 불국정토 실현과 중생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보살승단의 위상에 맞도록 불우이웃 구휼과 재난구호 등 사회복지사업과, 인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활동기반을 구축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종단의 역사적 전통성과 정통성을 후대까지 길이 보전하기 위하여 승려의 수행종풍(修行宗風)을 진작(振作)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발심한 납자(衲子)들이 함께 모여 수행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을 늘려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종회는 전 의원들이 합심단결해 심모원려의 방책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종도들에 대한 당부 말씀이 있으시다면.- 종단의 근본적 변화없이는 종단 미래는 불투명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납은 종회의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것이 종단을 위하는 길인지를 깊이 궁구하고 성찰하여 원칙적으로 행정부가 하는 일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그러나 종도의 뜻에 반하는 일방독주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할 때는 과감히 나서 종도들이 종회에 부여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확실히 할 것입니다. 종도 여러분들의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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