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륜 대종사의 정신 훼손 안 되기를”

보경스님
보경스님

불이성 법륜사 현관 입구에는 아직도 ‘대본산 금강산 유점사 서울 포교소’란 현판 글씨가 걸려 있다. 금강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금강산 유점사의 명성은 팔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남북이 분단되고 나서 유점사는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금강산 유점사의 분신인 불이성 법륜사는 현재도 묵묵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은 남북이 가로 막혀 금강산 유점사는 역사 속에서나 존재하지만, 금강산 유점사는 불이성 법륜사에 살아남아 있다. 언젠가는 금강산 유점사는 우리 앞에 다시 그 모습을 재현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하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금강산을 가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 스럽다. 한때 금강산 관광이 가능했었고, 내금강은 못 갔지만, 외금강 신계사는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금강산에는 많은 사찰들이 있었다. 유점사는 금강산에서의 유일한 대본산 사찰이었다. 산하 말사가 61개 사찰이었고, 대부분의 사찰들은 유점사에 소속되는 말사들이었다.

금강산 유점사하면 한국불교의 대표 사찰이었으며, 그 영향력은 대단했었다. 지금 말해 무엇하리요.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서울에 대본산 금강산 유점사의 서울 포교소인 불이성 법륜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정말 기쁘고 항상 마음속에는 금강산 유점사가 자리하고 있다.

희미한 실 날 같은 희망은 유점사 출신이면서 유점사 주지를 역임한 대륜 대종사의 혼적과 정신이 이곳 불이성에 서려 있어서이다. 나는 금강산과 유점사는 못 가봤지만, 대륜 노사의 문하에서 중이 되었고, 훈도를 받았기에 노스님의 정신과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도 남는다.

불이성 법륜사는 태고종의 산실이다. 대륜 노사는 한국불교를 지키려고 했고, 전통과 역사와 종조를 보존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으며 피 눈물을 흘리면서 정법당간을 붙들고 골육이 찌들어 문드러지도록 불철주야 노력하셨던가. 나는 옆에서 지켜봤다. 태고종을 창종하여 법통을 이어가려는 그 정신은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싸우지 말자!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카드를 던졌지 않는가. 재신임 물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만나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는 미덕을 발휘해야지, 서로 대치하고 갈등해서 무슨 좋은 결과가 오겠는가. 종단을 생각하고 종도를 생각하는 종단 지도자가 되어야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욕심대로만 하면 된다는 오기와 자존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다. 같은 종도끼리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떠나서 남는 것은 상처밖에 더 있으리오.

간청하건대 불이성 법륜사에 상처를 남기지 말기를 부탁한다. 대륜, 덕암, 동산, 남허, 정암, 인공 노사 등 헤아릴 수 없는 큰 스님들이 두렵지 않는가?

보경스님<불이성 법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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