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부파와 사분율

지도상에서 제일 윗부분의 회색 부분이 담마굽타카(법장부)이다.
지도상에서 제일 윗부분의 회색 부분이 담마굽타카(법장부)이다.

 21세기 한국불교의 주류는 중국 당.송시대의 선불교 전통이 압도적이다. 득도수계 전통은 법장부파의 소의 율장인 《사분율》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통종단인 태고종은 계율문제에 관한한 딜레마에 처해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장부파의 《사분율》 전통에 따라서 통과의례적인 사미.구족계를 설하고 있다. 태고종적 관점에서 득도수계에 대한 종법규정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종도들은 구족계의 역사성 전통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보살계와 혼동하는 듯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남.북방 불교의 전통을 망라해서 현실적으로 《율장》은 사문화 되다시피 한 지경이다. 태고종에서는 현실적으로 《사분율》에 의한 사미.구족계 수계를 승니(僧尼) 입문을 위한 통과의례(通過儀禮)로서 받아들이고, 율장은 윤리도덕의 전범(典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계불교는 남방 상좌부, 동아시아권의 대승불교, 밀교(금강승)권인 티베트-몽골 불교가 주류 불교이고, 서구의 프로테스탄트적인 신종교 개념인 신불교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 개념의 불교라고 할지라도, 계율에 의한 승가 운영과 질서유지는 이미 옛 날 이야기이고 신종교 개념의 프로테스트탄트적인 신불교 체제로 전환한지가 오래이다. 일본의 경우 99%의 승려가 결혼을 하고 있으며, 율장은 문헌상으로 남아 있으면서 학술연구 주제로서 존재할 뿐이다. 그런가하면 동아시아 대승불교권도 계율에 있어서 논란이 많으며, 결혼한 승려가 비일비재하고 티베트-몽골권의 불교도 독신과 결혼한 라마가 혼재하고 있으며, 티베트권도 마찬가지이다. 신불교를 지향하는 서구에서는 결혼유무를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보지 않고 있다.

 법장부는 18부파의 하나이다. 불교승가는 부처님 열반이후 승가가 서서히 나눠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교리상의 견해, 지도자간의 대립, 지리적 조건 등으로 인해서 심화되어 갔다. 붓다가 입멸한 후 200년 뒤에는 대주부 계통과 상좌부 계통으로부터 교단이 파생적인 분열이 촉진되었다. 서력기원전후, 18〜20부파 정도가 형성됐다.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 등의 북방불교의 자료에 따르면, 상좌부와 대중부 전부 총 18부로 나뉘었으며 이것을 지말분열(枝末分裂)이라고 한다. 근본이부와 지말 분열에 의한 18부를 합하여 총 20부의 부파를 소승20부(小乘二十部)라 한다. 그 후 기원 전후에 새로운 대승불교(大乘佛敎)가 일어나게 되자 대승불교도들은 그때까지의 부파불교를 소승불교(小乘佛敎)라고 폄하하여 통칭하게 됐다.

남방불교자료는 스리랑카의 편년체 역사서인 《도사》와 《대사》에 따라서 총 18부파로 분열되었다고 전한다.

담마굽타카(법장부)의 발원지인 아파란타(구자라트 주).
담마굽타카(법장부)의 발원지인 아파란타(구자라트 주).

 담마굽타카(법장부파)는 인도 북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됐다. 7세기 현장법사와 의정법사도 법장부(담마굽타카)는 인도 亞 대륙보다는 구자라트와 파키스탄의 스왓 계곡에 존재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의정법사((義淨, 635~713)
의정법사((義淨, 635~713)

 의정법사는 마히사사카(화지부), 담마굽타카(법장부), 카샤피야(음광부)는 설일체유부파의 지파라고 말하고 있다. 담마굽타카는 이란 지역과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확장되었으며, 나중에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전해졌으며, 이른바 동아시아불교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에서 득도수계의 의례체계는 법장부의 《사분율》에 의지하여 승가에 입문하게 되었다.

중앙아시아 승려가 중국승려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있는 그림이다. 9〜10세기 투르판 화염산 근처 절벽에 위치한 5세기에서 9세기에 걸친 불교 벽화가 있는 석굴 유적인 베제클리크 천불동.
중앙아시아 승려가 중국승려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있는 그림이다. 9〜10세기 투르판 화염산 근처 절벽에 위치한 5세기에서 9세기에 걸친 불교 벽화가 있는 석굴 유적인 베제클리크 천불동.

 불교가 전파되면서 어느 부파에 의해서 어떤 율장체계에 의하여 승려(비구, 빅슈)가 되느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것은 하나의 전통과 역사가 되었다. 어느 부파가 되던지 계본(戒本)이 정해지는데, 이것을 한역에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Prātimokṣa) 또는 목차(木叉)라하며 한문으로는 계본(戒本)이라 부른다. 승려가 지켜야할 계율에 관한 조항을 모아둔 것이 계본이다. 계본은 해탈(解脫)하게 만드는 지침(쁘라띠)이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말이다. 해탈하여 벗어난다는 뜻으로 별해탈(別解脫), 별해탈계(別解脫戒), 몸과 입으로 범한 허물을 하나하나 따로 해탈하게 한다는 뜻으로 처처해탈(處處解脫)이라고 의역하기도 한다.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면서 승려입문이 시작되었지만, 계본이 한역된 것은 5세기 초이다. 카시미르에서 온 법장부파 승려인 불타야사( Buddhayaśas)에 의해서 한역됐다.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사분율이라고 일컫는다.

 제1분은 제1권부터 제21권까지로 5언(言) 40송(頌)으로 된 원론과 비구의 구족계(具足戒)인 250계가 수록되어 있다. 250계는 죄를 범하면 교단에서 쫓겨나는 네 가지 바라이법(婆羅夷法), 죄를 범하면 20명 이상의 대중에게 참회해야만 승려로서 남을 수 있는 13승잔(僧殘), 계를 범하면 그 재물을 대중에게 내놓고 참회해야 하는 30가지 사타죄(捨墮罪), 죄를 범한 뒤 대중에게 참회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90가지 단타죄(單墮罪), 익히고 닦아야 할 100가지의 중학계(衆學戒), 서로의 다툼을 없애고 화합을 얻게 하는 일곱 가지 멸쟁법(滅諍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분은 제22권부터 제36권까지의 15권으로 되어 있으며 비구니 348계가 수록되어 있다. 비구의 250계와는 달리 바라이법이 8계, 승잔죄가 17계, 사타죄가 30계, 단타죄가 178계로서 비구보다 더 세분된 계율을 가지도록 되어 있고, 중학계와 멸쟁법은 같다.

 제3분은 제37권 중간부터 제49권까지이며, 내용은 수도정진기간인 안거(安居) 때에 지켜야 할 사항, 안거하는 동안에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자자(自恣)에 관한 것, 옷과 약에 관한 것, 악성비구(惡性比丘)를 꾸짖는 법, 죄를 짓고 숨기는 비구를 참회시키는 법, 비구니에 대한 특수한 위의(威儀) 등 16종의 편장으로 되어 있다.

 제4분은 제50권부터 제60권까지의 11권으로, 방에 머무는 방법이나 기타 잡법(雜法)에 관한 것, 경전 편찬에 관한 오백결집(五百結集)과 칠백결집 등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많은 주석서를 남겼고, 《범망경(梵網經)》과 함께 출가 승려들이 반드시 닦아 익혀야 할 근본계율서로 채택되어 널리 유통되었다. 즉 출가자들의 모든 규범과 생활이 이 책에 준하여 행해졌던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우리나라 고승들의 주석서로는 13종이 있다.

 지명(智明)이 지은 《사분율갈마기( 四分律羯磨記)》 1권, 신라에서 계율을 정립했던 자장(慈藏)의 《사분율갈마기》 1권과 《사분율목차기 四分律木叉記》 1권, 원승(圓勝)의 《사분율갈마기》 2권과 《사분율목차기》 1권, 원효(元曉)의 《사분율갈마소(四分律羯磨疏)》 4권과 《사분율소과(四分律疏科)》 3권, 《사분율종기(四分律宗記》) 8권, 《사분율제연기(四分律諸緣記)》 8권, 《율부종요(律部宗要)》 1권, 경흥(憬興)의 《사분율갈마기》 1권, 《사분율십비니요기(四分律拾毗尼要記)》 3권, 명효(明皛)의 《사분율결문(四分律決問)》 2권 등이다. 이들은 모두 신라시대 고승들의 주석서로서 신라시대에 이 책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승려 입문 득도수계가 사분율에 의해서 이루어졌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원응<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