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이다. 불갑사에서 가까운 우리 동네는 저수지를 따라가는 길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산에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끝나는 그 지점에 숨겨져 있다. 항상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산과 저수지가 문명을 차단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준 셈이었고,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주 가끔씩 갔었던 영광 읍내가 그 당시 내가 경험했던 것들 중에 가장 큰 세상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외부로 나가는 길은 두 군데 밖에 없다. 산을 넘어가는 질마제와 논밭으로 난 들길을 따라가다 보면 초등학교가 나오는 이십 리 학교 가는 길
《맛지마니까야》에는 사꺄무니 부처님이 답변을 회피한 제자 「만동자」의 질문이 있다. 그 질문 중에는 “세상은 영원히 존재하는가?”, “세계의 끝이 있는가?”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사고구조로는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만동자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기초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원’과 ‘무한’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떠나 있다. 3차원적 도구로는 그 이상의 차원을 측정할 수 없다. 오로지 상대적 개념이 끊어져야만 드러나는 세계이다.「마하리쉬」는 “진아만이 실재하며 현상계(우주)·개아·신 등은 진아 안에 나타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달 23일 밤 막을 올렸다. 2021년 7월인데 ‘2020 도쿄올림픽’이 2021년에 열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때문에 한 해 연기된 탓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슬로건은 ‘감동으로 하나되다(United by Emotion)’였다. 코로나19라는 비극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잊지 말고 하나로 연대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7월 23일 밤 8시부터 시작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환호도 박수도 없는
대만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17세기 중엽이다. 대만불교는 초기에 기복적인 신앙형태가 많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자층은 주로 기독교를 믿었고, 불교계는 기복신앙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대만불교가 1960년대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대만 인구의 80%가 신자로 돼 있고, 전 세계 200여 곳에 분원을 두고 있으며, 티베트불교와 함께 대승불교를 이끌어 가는 등 대외적 위상과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대됐다.이처럼 대만불교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초기 기복신앙 형태의 전통불교와는 다른 새로운 불교운동이 발생했기 때
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돈을 날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에 손을 댔다 재산을 날린 사람들 중 일부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으로 세계적 기업인 테슬라 최고 경영자다. 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3종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가상 화폐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이런 말을 공개한 영향은 컸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구입 붐이 일었다. 그러나 머스크의 말처럼 되지 않았다.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59세 여성 청소 노동자가 숨졌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에어컨 하나 없는 똑 같은 장소, 똑 같은 상황에서, 똑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이 많고 위상이 높다는 대학에서, 이처럼 수치스러운 비극이 또 일어난 것에 대해 서울대는 뭐라고 해명할까. 고인이 근무한 여학생 기숙사(925동)는 서울대에서 업무가 가장 고된 기숙사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그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어 모든 층에서 나오는 대형 쓰레기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하루 종일
중생심은 기호로 가득 차 있다. 중생심에 들어와 있는 기호들은 생명을 가지고 있어 생주이멸을 거듭한다. 기호는 언어·부호, 이미지, 숫자, 시그널, 표지(標識) 등 상징체계로 다른 것을 가리키거나(지향성, intentionality) 어떤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와 있는 세계는 세계 그 자체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기호로 환치되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어떤 기호로 채워져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결정된다.「데카르트」는 우리들의 의식이 그 외부에 있는 객관적 실재를 ‘거울이 물건을 비추는 것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줄 모른다. 벌써 네 번째 대유행이다. 1,615명. 7월 14일 하루 신규확진자 수도 최대점을 찍었다. 15일에도 1,600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해,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1,600명대를 기록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당국이 이달 말로 예측한 ‘1,400명’ 선도 이미 무너지고 만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월까지 4차 대유행을 막지 못할 경우 하루 신규확진자 수가 2,300명대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를
가로수는 나무다. 김현승 시인이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라고 노래했던 나무를 다른 시인은 동심으로 이렇게 읊었다.“나무들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다./ 초록빛 바람 쉬어 가라고/ 두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재재갈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의자를 만든다./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만든다./ 참 많이도 만든다.”-손광세의 「나무들이」나무는 목빛 고운 새들이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 부르며 떠들다 가라고, 순한 빗방울들이 쉬어가라고 ‘의자’
참여연대는 지난 7월 8일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철저한 경찰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의혹을 한 점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검사와 경찰, 언론인 등은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감시해 부패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이들 중 누구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선물과 접대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도입된 청탁금지법이 그들만의 리그에선 적용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스스로’를 강조한다. 그래서 종교학자들은 ‘자력종교’에 가깝다고 정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아함경』에 나오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에 관한 설법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그대들은 이제 스스로를 섬[洲]으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또한 진리를 섬으로 삼고 진리를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결코 다른 사람을 섬으로 삼거나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섬’[洲]은 다른 경전에서 ‘등’(燈)으로 표현하나 번역상의 차이일 뿐 뜻은 같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께서 유난히 ‘스스로
모든 순간은 첫 순간이자 마지막 순간이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과 같다. 지금 보고 있는 꽃은 어제 본 꽃이 아니고, 지금 듣고 있는 새 소리도 어제 들었던 새 소리가 아니다. 모든 보았던 것, 들었던 것, 냄새 맡았던 것, 맛보았던 것, 몸으로 느꼈던 것, 생각했던 것들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없으며 다만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보고 있는 꽃은 언제나 지금 보고 있는 꽃일 뿐이다. 나의 몸과 마음도, 당신의 몸과 마음도 어제의 것이 아니다. 저 하늘과 땅도, 일월성신도 이미 어제의 것들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부터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불교서적을 찾고, 수행처를 찾고 있다. 이것은 현재 속에 과거와 미래가 있고, 타(他)에 의한 삶인 아닌 인간 본래의 모습에 의해 삶을 갖고자 하는 간절함에서이다. 수행처(사찰)를 찾는 궁극적인 의미와 목적은 깨달음, 즉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지혜는 연륜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있다(有)·없다(無), 선(善)·악(惡), 옳고(正)·그름(邪)의 상대적인 개념(=의식)과 관념(=업)을 여읨에서 지혜가 발현되는 것이다.이른바 상대적인 유·무를 여의어 절대적인 제3의 무(無), 상대적인 선
지구 재앙을 막을 시간이, 앞으로, 겨우, 30년 남았다고 한다.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우리나라 크기의 북극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6월 15일 “2019년 지구의 태양 에너지 흡수율이 2005년보다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위성과 해양 관측 기구 등으로 지구의 태양열 흡수 및 우주로의 방출량 등을 측정한 결과, 지구 표면에 흡수되는 태양열이 14년 만에 곱절이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가 과열되면서 극지와 고산지대의 빙하는 급감하고
다른 게 아니다. 지난 6월 18일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진압을 하다 붕괴 위험에 빠지자 후배들을 먼저 내보낸 뒤 끝내 불길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도 광주소방서 김동식(53·소방경) 구조대장을 위해 부르는 ‘레퀴엠(Requiem·진혼곡)’이다.화재 당시 김 대장은 어깨 수술을 받고도 무거운 진압장비를 메고 인명구조를 위해 불길 속으로 맨 먼저 뛰어들었다고 한다. 동료들에 의하면 김 대장은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불길이 조금 잡히자 인명구조를 위해 후배 소방관 4명과 함께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지하 2층은 초기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가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위장질환 치료제를 특허 받는데 이용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대웅제약이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취득한 뒤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는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과징금 23억원을 부과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거짓을 진실인 양 위장해 사람을 속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패가망신의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한 교훈을 담은 일화를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선사에게 찾아본다.설봉의존 선사
시간은 강물처럼 곡선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검은 말 한 마리가 들창 너머 오른쪽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달려와서 나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가 왼쪽으로 가물가물 사라지는 직선상의 여행도 아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떡시루의 팥시루떡처럼 선명하게 구획된 경계로 이해되지 않는다. 시간은 영원히 샘솟는 현재의 연속일 뿐이다. 순간이 영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유일한 문이다. 공간과 물질도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현상이다. 지금 햇살에 반짝이는 미루나무 이파리는 우리의 인식과 동시에 사라지고 없다. 시간과 하나가 되어 시시
어처구니없다. 몸서리가 처진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지난 6월 9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중이던 5층 건물 붕괴사고로 인해 발생한 ‘광주(光州) 54번 버스’ 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그러고 보니 이런 날벼락은 이전에도 계속 있었다. △1993년 1월 충북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사고(사망 28명, 부상 48명), △1994년 10월 서울 성수대교 붕괴 사고(사망 32명, 부상 17명), △1995년 6월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2014
자발적 비혼모를 택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비혼을 부추긴다’는 비판부터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까지. 많은 논란 가운데서도 사유리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현상을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현행 민법에는 가족의 범위를 자기를 중심으로 자기의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모, 자식, 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져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다. 가족은 혈연 공동체이며 애정의 결합체이고 거주의 공동체이자
얼마 전 재미있는 뉴스를 접했다. 미국 뉴욕 교도소의 경우 수감자 1명 당 들어가는 연간 비용이 5억 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발표를 뒤져봤더니 우리나라 교도소에서는 수형자 1인 당 들어가는 연간 비용이 2,300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교도소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보통 일반 노동자들의 연간 연봉이 2,300여만 원인 정도인 것에 견줘보면 ‘죄 짓고’ 교도소에서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헌데 뉴욕 교도소는 약과인 나라도 있었다.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감옥은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