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의 이해와 감상】거침없이 휘두른 붓놀림 일품

19. 양해의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2025-11-03     김대열
양해, 한산습득도, 82.13 × 33.1cm 지본, 수묵 , 일본MOA미술관 소장.

 

 

봉두난발에 미소 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수묵 선묘를 조화롭게 구사하여 그려내고 있다. 이목구비, 손, 발가락과 같은 신체 부위는 농묵(濃墨)의 구륵 선묘로 세밀히 묘사하고, 겉옷은 담묵(淡墨)의 의문선(衣紋線)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선이 끊기고 이어짐을 반복하면서 윤곽의 묘미와 화면구성의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종횡으로 거침없이 휘두른 붓놀림은 주제 인물의 선의(禪意) 양양한 자태를 그대로 화면에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 속 인물은 당나라 시대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清寺)의 은둔 승인 한산과 습득이다. 이 두 사람은 불교 역사상 유명한 승려 시인으로, 둘을 합해 "한습(寒拾)"으로 불리기도 하며 여기에 또 다른 산성(散聖) 풍간(馮干)과 함께 국청사 ‘삼은(三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인과 관계를 살펴보면 한산은 관료의 아들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자 천태산 한암(寒巖)에 은거하여 ‘한산’이란 이름을 얻었으며, 습득은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를 풍간이 국청사로 데려와 키웠으므로 ‘습득‘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산은 혼자 지껄이며 이 절 저 절 돌아다녔는데, 보는 이들이 ’미쳤다‘고 하면 웃으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한때는 국청사 주방일을 맡기도 했으며 습득이 성장하여 주방일을 보게 되니 한산은 주방을 떠났다. 이에 습득은 남은 음식이 있으면 한산에 가져다주는 정의를 베풀었다. 이들의 기이한 언행과 각별한 우정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화신으로 여겼으며, 또한 화합의 ‘신선(神仙)’으로 추앙받았다.

한산의 시가(詩歌)는 이미 당 말부터 유행하였으므로 이때부터 이들의 도상도 그려졌으리라 짐작되나 선종의 흥기와 함께 북송시대 시작되어 남송 시대 보편화 되었다. 이렇게 출현한 ‘한산습득도’는 점차 민간으로 유통되면서 ‘화합의 화신’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학덕을 갖춘 시승으로서의 고결한 자태보다는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잡부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이들은 나이 차이가 상당히 있겠으나 화면상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지 않고 그려지고 있다.

이 그림에는 ‘양해(梁楷)’라는 서명이 있는데, 그의 대표작 ‘이백음행도(李白陰行圖)’의 간결, 호방한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거칠고 가늘게 묘사된 옷 주름은 양해의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며, 양해의 회화 양식을 계승한 이확(李確)의 ‘풍간포대도(豐干布帶圖; 일본 묘심사 소장)’와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이 그림이 양해 일파의 발묵 인물화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동국대 명예교수ㆍ수묵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