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의 이해와 감상】간결한 선과 담아미 뛰어나

18. 양해의 포대화상도

2025-10-20     김대열
양해, 포대 화상도, 견본(绢本;비단바탕) ,31.3x24cm. 상해박물관 소장.

 

 

앞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남송 시대 선승 화가 양해(梁楷)의 작품이다. 화면의 구성에서 볼 때 양해는 간결한 선과 담아(淡雅)한 수묵으로 포대 화상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포대 화상의 얼굴에 나타난 미소, 자상(慈祥)한 눈빛, 그리고 쇄탈(灑脫)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초연함을 느끼게 한다. 이 구도는 양해 특유의 뛰어난 회화기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선종에서 주창하는 초월적 경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림 속 포대 화상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양해의 간결한 붓놀림은 포대 화상의 표정, 눈빛, 자세를 비롯한 여러 세부 형태를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특히 포대 화상의 웃는 얼굴은 포용, 자비, 그리고 무애의 정신 내용을 전달하며, 사람들에게 선종의

개달음의 경지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밖에 이 그림에는 많은 선적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화면 중의 포대 화상은 간소한 가사 차림에 항상 등에 메고 다녀 그의 이름이 된 포대는 그려져 있지 않다. 이는 선종에서 추구하는 ‘무욕(無欲), 무구(無求)’ 혹은 ‘방하착(放下著; 내려놓다)’ 과 같은 내적 사유를 형상으로 표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양해의 ‘포대 화상도’는 미술사적 관점에서 볼 때, 남송회화의 정수이자 중국미술의 절정이라 말할 수 있다. 간결한 필치와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그는 선종 사상을 회화 예술로 완벽하게 표출해 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 양식은 양해 개인의 개성일 뿐만 아니라 남송회화가 최고 정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그림은 역사적 의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선종 사상과 예술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귀중한 계시(啓示)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회화사에서 송대는 중국 회화의 완전히 성숙기이다.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훌륭한 화가들이 수많은 걸작을 창출해냈다. 이 시기 궁정화, 민간화 그리고 문인화, 선종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 독자적인 체계로 발전시켜갔으며, 특히 송대에 이르러 종이의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필묵의 운용이 크게 발전하여 다양한 양식의 회화가 출현하게 되었다. 바로 직전에 소개한 목계의 ‘반신 포대 화상도’는 종이 바탕에 발묵 효과를 활용하여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 양해의 ‘포대 화상도’는 견(絹; 비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발묵 효과 없이 선묘 위주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재료의 특징을 회화 예술로 끌어 올리는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간결한 붓놀림으로 대상의 본질적인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사실적 형상을 예술적 이미지로 승화시킨 것이다, 미술사에서 이를 ‘감필화(減筆畵)’라고 하는데, 이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출현한 서양의 표현주의 회화와 비교할 때 8, 900 년 앞서서의 나타난 현상이다.

-동국대 명예교수ㆍ수묵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