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순환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
정윤영 작가 개인전 ‘Bloom’ 10월 2~31일, 갤러리 채율
불교미술을 전공한 정윤영 작가 개인전이 ‘Bloom’이란 제목으로 갤러리 채율(Gallery CHEYUL)에서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가 올해 초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갤러리 채율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이후 선보이는 첫 개인전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전면에 내세운 ‘Bloom’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생의 순환을 주제로 했다. 대형 캔버스 작품과 드로잉을 포함한 신작 회화 30여 점이 출품돼 꽃의 순환을 다양한 규모와 형식으로 풀어낸다. 작가가 말하는 ‘피어남(blooming)’은 화려함의 절정이 아니라, 결핍과 상실 끝에서 맞이하는 조용한 시작이다. 동양과 서양의 회화적 기법을 혼재시킨 추상적인 화면은 언제나 미완인 상태이며, 그 불완전성은 곧 우리의 삶을 닮아 있다. 선명한 색채와 겹겹이 중첩된 추상의 화면은 꽃의 개화와 소멸, 다시 피어남을 생생히 시각화하며, 생명력과 유동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겹겹이 중첩된 색채와 유동하는 선의 흐름은 꽃의 연약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품고, 관객에게 ‘불완전한 삶을 품은 채 다시 피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제 그림은 삶의 질곡 앞에 직면하여 본래의 자기 자신, 즉 실존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견딤과 애씀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고, 저는 단지 그것을 식물을 통해 표현했을 뿐이지요.”
정 작가가 작업 노트에서 밝힌 말이다.
2008년 한국 전통 수공예 브랜드로 출발한 채율(CHEYUL)은 전통 장인들의 기술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 고유의 색채와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주얼리와 식기류, 오브제와 가구까지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채율은 국내외 컬렉터, 백화점 VIP, 유명 연예인의 혼수품, 미국 대통령 귀빈 선물 등을 통해 ‘보기 드문 전통 명품 브랜드’라는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서울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현대미술 작가들의 회화와 설치를 전시하는 갤러리 채율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름 그대로 ‘색을 다스리다’라는 뜻을 지닌 채율은 전통 색채의 다채로움을 현대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정 작가의 작품 세계 또한 이러한 색채의 확장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중첩된 색감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층위를 드러낸다.
정 작가는 전통 불화의 배채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동양적 감각과 서양적 조형 실험을 횡단해왔다. 이번 개인전은 그러한 오랜 탐구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전환점이다. 작가의 꽃 그림은 미술사 속 장식적 소재로서의 꽃과 달리, 존재론적 은유로 기능한다. 소재주의를 넘어선 색채와 물질의 층위는 생명력과 지속성을 드러내며, 삶과 회화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3년 ‘Layered Colors’에 이어 갤러리 채율에서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이자, 전속 작가로서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Bloom'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에 몰두해 온 채율과 정 작가가 함께 장기적으로 이어갈 협업의 출발점으로, 앞으로의 긴 호흡을 예고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