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키워드로 만해의 삶과 사상 해석
학술적 연구서 이상 가치 지녀 총 10장으로 구성 전반 살펴
만해 한용운 미학의 철학
백원기 지음
운주사
값 22,000원
이 책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의 삶과 사상을 ‘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해석한 책이다. 흔히 한용운은 시집 《님의 침묵》으로 기억되거나 3‧1운동 민족대표로서의 정치적 위상에 집중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단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용운이 남긴 문학과 사상, 그리고 불교적 실천을 ‘생명존중과 자비의 미학’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꿰어내고 있다.
저자는 만해의 사상이 불교적 전통과 근대적 사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었음을 밝히고, 그것이 자유 ‧ 평화 ‧ 평등의 가치로 수렴되며 동시에 초월적 미학의 지평을 열어갔음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한용운의 사상은 단순한 교리 해설이나 문학적 서정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아픔을 껴안으면서 실천적 지향으로 나아간다. ‘자유가 없는 삶은 죽음과 같고, 평화가 없는 세상은 지옥과 같다’는 그의 외침은 불교적 자각과 독립운동의 명분을 연결하는 근간이 됐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실천적 미학’의 전모를 보여주며, 그가 왜 한국 근현대 지성사에서 유일무이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각 장마다 만해의 삶과 사상, 문학적 창작, 그리고 불교적 실천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그 내용과 특성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미학적 삶의 의미와 가치다. 책의 서두는 ‘미학적인 삶은 가장 자기다운 삶’이라는 선언으로 시작된다. 만해가 추구한 삶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래의 자유와 창조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바움가르덴 이후 전개된 서양 미학의 흐름과 불교적 자비사상을 나란히 놓고 만해의 삶을 ‘창조적 저항의 미학’으로 해석한다.
다음으론 삶과 사상, 독립운동이다. 만해의 출가 전후의 삶을 상세히 다루면서 수행과 독립운동 전반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실천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문학적 창조와 상징의 힘에 대해서도 접근한다. 책의 중반부는 대표작 《님의 침묵》을 비롯한 만해의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불교적 사유와 자비실천도 중요한 특징이다. 저자는 만해 사상의 핵심을 불교적 자비와 화엄적 사유에서 찾는다. 모든 존재는 상호 연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관계망 속에서 평등과 사랑을 실현하는 것이 곧 참된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심우송과 초월의 미학’, ‘만해와 다르마팔라의 비교’를 만해 사상과 문학의 특징으로 내세우며 독자들에게 그 근원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학술적 연구서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학계의 연구자뿐 아니라 문학과 철학, 종교와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박원기 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퇴임 이후 미래교육원 원장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하다 올해 4월 8일 별세했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