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29호】K-컬처 시대 불교계가 해야 할 일
한국불교태고종 향후 종단사업이 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8월 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을 갖고 전통불교문화의 확산을 위한 종단현안사업을 설명하고 협조와 지원을 당부한 데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이 자리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종책사업으로 △태고총림 선암사 설법전 및 개방형 수장고 건립 △인천 용궁사 전통문화체험관 건립 △신촌 봉원사 영산재 보존을 위한 인류문화유산센터 건립 △북한산 태고사 복원사업 △불교문화유산 목록화 조사 연구사업 등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통불교문화의 보전과 계승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8월 1일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의 회동을 통해서도 전통불교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교감을 나눴다. 이날 김교흥 위원장은 총무원장 상진 스님과의 회동 자리에서 “K-컬처 시장이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시대에 불교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협력 강화와 제도적 지원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날 세계는 ‘K-컬처’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물결 속에 있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는 이제 국경을 초월한 문화현상이 되었고, 한국의 정체성과 미의식, 정신세계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 불교계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K-컬처의 근간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해온 문화 주체들의 노력이 있다. 불교는 한반도에서 1,70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형성해온 핵심 사상이자 생활양식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건축과 회화, 음악, 철학,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승화되며 한국문화를 이끌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이 즐기고 소비하는 콘텐츠 가운데 불교적 요소는 극히 일부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K-컬처 시대는 한국불교가 다시 문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템플스테이, 연등회, 사찰음식, 영산재, 불교 회화와 건축물, 명상과 수행 등 한국불교는 이미 수많은 문화 콘텐츠의 보고를 품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대화하고,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계는 이제 ‘전통의 보존자’에서 ‘문화의 창조자’로 변화해야 한다. 사찰은 더 이상 신앙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적 체험의 중심지가 되어야 하며, 승가는 가르침을 설하는 동시에 문화콘텐츠의 기획자·창작자가 되어야 한다. ‘부처님 말씀’을 단지 한문 경전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웹툰, 영화, VR 콘텐츠, 유튜브 채널, 음악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청년층과의 소통이 핵심이다. 불교계가 문화 콘텐츠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젊은 세대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이다. 불교적 세계관과 수행, 자비와 공존의 가치는 기후 위기와 전쟁, 혐오와 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다. 이를 K-컬처라는 매개를 통해 널리 확산시켜야 할 시대적 책무가 불교계에 주어졌다.
정부의 문화정책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불교 전통문화 콘텐츠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아카이브, 번역 및 다국어 홍보, 국제 박람회 참여, 해외 사찰문화 교류 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종단 차원에서도 문화특화 기구를 강화하고, 젊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불교형 K-컬처 콘텐츠’를 지속 생산해나가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의 물결을 선도하는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