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스님의 동화로 읽는 화엄경 이야기】정성 다해 소원 빌며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
㊾ 최적정 바라문과 바하이 예배당
선재 동자와 보리가 법취락의 최 적정 바라문을 찾아 무릎을 꿇고 경배 하면서 보살도를 물었다.
최적정 바라문이 대답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는데, 이름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이다. 성원어라고 하지. 뜻을 말하자면 정성스럽게 소원을 비는 거야.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보살들이 성원어로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았단다. 이미 물러가지 않았고, 지금 물러가지도 않고, 앞으로도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므로, 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기도하면 모든 바램이 이루어졌어. 그 덕분에 해탈하게 되었지."
보리가 아주 궁금한 표정으로 최 적정 바라문에게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근데 선지식인님, 최적정 바라문은 무슨 뜻인가요?”
“아, 그것은 아주 고요한 가운데서 기도를 성취하는 바라문이라는 뜻으로 최적정 바라문이라고 해, 최적정은 아주 시끄러운 곳에 있어도 내 마음이 고요해지면 세상도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이란다. 쉽게 설명 하자면, 어느 유명한 스님께서 인도로 여행을 하셨는데, 기차에서 자리가 없어 화장실 옆 구석에 앉게 되었지. 하지만 자리가 불편해도 누구 하나 양보해 주지 않고, 사람들은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려 똥 구린내를 풍기고 어찌나 떠들어 대는지, 정신이 없고 짜증만 났었다고 해. 그러나 갑자기 부처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마음이 가라앉으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지. 그러자 사방이 고요해지고 똥구린내도 나지 않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대. 이것이 최적정이야. 바라문 이라는 건 인도의 사성제에서 나온 것인데 네 가지 계급 중에 하나야. 사제 계급인 브라만(Braman), 전사 계급인 크샤트리아(Kshatriya), 상인계급인 바이샤(Vaiya), 농민층인 수드라(Śūdra) 중 최고 지위에 있는 종족으로 승려의 계급이야. 그래서 임금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단다. 어릴 때는 스승을 모시고 베다를 학습하고, 장년에 이르면 다시 집에 돌아와 결혼하여 살다가, 늙으면 집안 살림을 아들에게 맡기고 산이나 숲에 들어가 고행 수도한 뒤에 나와 사방으로 다니면서 세상의 모든 일을 초탈하여 사람들이 주는 시주 공양물로써 생활해. 나는 불교 승려는 아니지만 ‘바하이 예배당’에서 늘 기도 하고 명상하면서 선지식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지.”
선재 동자가 물었다.
“바하이 예배당이요?”
최적정 바라문이 대답했다.
“응, 바하이 예배당…. 연꽃 사원이라고도 불러. 거기는 아무나 들어가서 기도하는 곳이야. 모든 종교에 개방된 장소로, 특정 종교가 아닌 모두에게 화합의 장소지. 마치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장소라고 말하기도 해.”
보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와아! 한번 가보고 싶다. 예배당이라니…. 어떻게 생겼을까요?”
“아주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지. 연꽃잎 27장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모셔 놓지 않고 기도할 수 있도록 의자만 놓여 있어."
보리가 선재 동자에게 바하이 예배당을 가보자고 졸라, 뉴델리에 있는 바하이 예배당을 찾아갔다. ‘연꽃 사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9개의 연못에 둘러싸인 사원이, 마치 연못 위에 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하얀 대리석으로 27개의 연꽃잎을 만들어 새하얀 연꽃이 반쯤 피어나고 있는 모습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풍경이라 했다.
보리가 선재 동자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오빠, 정말 멋있고 예쁜 연꽃이 크고 웅장하네! 우리도 안에 들어가 보자.”
그러나 9개의 문이 나 있고 1,30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만 있을 뿐 안에는 아무런 장식도 조형물도 없었다.
보리가 실망한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야? 바깥보다 안에는 볼 게 없네.”
선재 동자가 보리의 어깨를 잡았다,
“쉿, 조용히 해. 여기서는 다들 기도하고 있잖아. 너도 눈 감고 기도하면서 조용히 앉아 있어.”
보리는 모두가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주눅이 들어, 갑자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꼭꼭 힘주어 감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선재 동자는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자신도 눈을 감으니 그간 선지식을 찾아 떠나온 여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문수 보살님과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난 뒤, 지금까지 몇 명의 선지식인들을 만났지? 한번 세어보자... 문수 보살님, 관자재 보살님, 정취 보살님, 덕운 스님, 해운 스님, 선주 스님, 해당 스님, 선견 스님. 사자빈신 스님, 명지 거사, 휴사 우바이, 구족 우바이, 부동 우바이, 현승 우바이, 바수밀다 우바이, 자재주 동자, 변우 동자, 중예각 동자. 덕생 동자. 자행 동녀, 유덕 동녀, 미가 장자, 해탈 장자, 법보계 장자, 우바라화 장자, 무상승 장자, 비슬지라 장자, 견고 해탈 장자, 묘월 장자, 무승군 장자, 보안 장자, 대 천신, 안주 주지신, 바산바연 주야신, 보덕정광 주야신, 희목관찰 중생신, 보구중생 묘덕신, 적정음해 주야신, 수호일체 주야신, 대원정진 역구호 주야신, 묘덕 원만신, 바시라 선사, 무염족왕, 대천왕, 비목관찰 선인, 마야부인, 석가 구바녀, 승열 바라문, 최적정 바라문 선지식까지 딱 49명 친견했네. 나도 이제 선지식님들의 보살도와 보살행은 반 이상 깨달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리하지는 못했어, 마지막 남은 분들에게 더욱 열심히 정진 해봐야 될 것 같아.’
선재 동자는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합장한 뒤 보리를 쳐다보니 그새 기도는 안 하고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연꽃 사원에서의 기도 명상은 선재 동자를 한 뼘 더 크게 해서 가슴이 뿌듯해진 선재 동자는 문을 나서는 순간, 거기에 쓰인 글귀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을 기억하는 것은 비와 이슬 같아서 꽃과 히아신스에 신선함과 은혜를 주고 그것들을 되살리며 향기와 훈훈함과 새로운 매력을 더하게 합니다.”
선재 동자가 말했다.
“보리야, 이렇게 기도하므로 정성스럽고 더욱 간절한 마음과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장소로도 바하이 예배당, 즉 연꽃 사원이 사용되는 거란다.”
잠이 덜 깬 보리가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부처님 자비보다 잠자기는 딱 좋아, 너무 조용해서 잠도 잘 오네. 짧은 시간인데 잠을 깊이 잘 잔 거 같아.”
선재 동자는 옆 사람이 들을까봐 급히 보리를 데리고 나왔다.
그때 최적정 바라문이 다가와 선재 동자에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온갖 시끄러운 경계가 바로 그대로 참으로 고요한 법이란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있다는 것이지. 부처님의 법신도 그와 같아서, 뚜렷하고 뚜렷하지 못한 차별이 있는 까닭이니, 보살의 법신은 초생부터 열나흘까지 달의 광명이 원만하게 비치지 못함과 같거니와, 부처님의 법신은 보름달이 모양이 뚜렷하고 광명이 널리 비치어 한정이 없는 것 같으니라. 선남자여, 너는 여기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묘한 이름의 꽃문 성이 있으니, 거기에 덕생이라는 동자와 유덕이라는 동녀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선재 동자와 보리는 연꽃 사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 것에 감사하며 그에게 하직하고 길을 떠났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