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다람살라에서의 수행과 봉사 이야기
달라이 라마 만나 그곳에서 정착
그림자 속의 향기
청전 지음
담앤북스
값 16,800원
38년간 북인도 다람살라에서 수행해 온 청전 스님이 5년 만에 낸 신작 에세이다.
이 책은 청전 스님의 인생 철학과 삶, 출가 이유, 그리고 수행과 봉사의 기록이 저자가 직접 제공한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청전 스님은 1987년 달라이 라마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진정으로 참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그가 살 곳은 인도라고 생각했고, 이후 수행을 평생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스승 달라이 라마 아래에서 티베트 불교를 수학하며 동시에 달라이 라마의 한국어 통역과 법회 수행을 도왔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가 있는 다람살라를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참스승, 참인간 수행자로서 절대 의지하는 스님, 겸손하면서도 위선이 없는 달라이 라마는 수행의 길을 일러주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불교를 배우며 수행의 길을 걸어왔다. 히말라야를 넘어 라다크 지방의 곰빠(절)와 노스님, 사미승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지면서 이들의 수행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작은 도움은 의약품, 생필품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히말라야 산기슭의 4,000~5,000미터의 고개를 몇 개나 넘고, 다시 말과 나귀에 물건을 실어 마을까지 나르는 세월이었다.
가끔 특수한 약을 써야 하는 사람들은 시내의 약국이나 병원으로 안내하고, 시술이나 수술로 해결해야 할 사람은 겨울에 다람살라로 나오게 해 주로 백내장이나 치아 문제 등 인연 닿는 대로 도움을 줬다. 다람살라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원하는 이는 누구든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일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주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서 드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평생을 히말라야 산기슭 곰빠에 머물고 있는 라다크와 티베트 스님들을 모시고 몇 차례나 인도 및 해외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팔십 대까지 이르는 노스님들을 모시고 인도의 여러 지역과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스리랑가 등 불교 유적지를 순례하는 일. 보리와 밀, 감자 정도인 고산 지대의 먹거리에서 벗어난 식사를 제공하고, 내륙 안쪽에 자리한 라다크 스님드을 모시고 기차로 40시간을 달려 바다를 보여주는 일 등은 결코 쉽지 않은 순례봉사였다.
그 외에도 천 일동안 무문관에서 수행하는 티베트 전통의 ‘천일 흑방 폐관 수행’을 마친 스님들을 만나고, 티베트만이 전통을 이어오는 신탁승의 종교의식을 참관하는 경험도 매우 독특한 수행의 하나였다. 특히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 논서인 《입보리행론》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팔만대장경을 두 번이나 완독한 일 등은 교학에도 게을리 하지 않은 스님의 정진력을 보여준다.
청빈 자체가 수행이라는 저자 청전 스님은 어떤 화려한 직함이나 지위는 거부하고 평생 수행자로 남기를 원한다.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받드는 수행자로 남기를 원하는 스님은 원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에서 수업을 받다가 구산 스님을 만나 1977년 송광사로 출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