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의 이해와 감상】조사가 나귀 탄 장면 묘사

10. 조사기려도(祖師騎驢圖)

2025-06-16     김대열
13세기 남송 시대 실명 화가의 작품으로, 선승 무준사범 선사의 발문이 있다. 지본수묵 ​​족자, 크기: 64.1 x 33cm 전체 크기: 148 x 34.3cm.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제목을 풀이하면 조사가 나귀를 타고 가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조사’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불교나 도교에서 저명한 고승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선불교의 보리달마나 도교의 특정 선인(仙人)이 그 예이다. 〈조사기려도〉는 조사가 한유하게 나귀를 타고 가는 장면을 묘사하여 선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적 연원은 도가(道家)의 팔선(八仙) 전설에서 찾아지며 선종에서 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귀를 타고 가는 모습’은 전통 중국 문화 속의 은둔자나 신선(神仙)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팔선 중 하나인 장과노(張果老)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다니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사고의 전환’ 혹은 ‘현실의 초연’을 은유하고. 있다.

선은 "불입문자, 직지인심"을 강조한다. 조사가 나귀를 타고 있는 모습은 관습을 깨고 형식에 구속되지 않는 선기(禪機)를 표현하는 데 종종 쓰였다. 전통문화에서 나귀는 '어리석음'이나 '평범함'을 상징하지만, 조사가 당나귀를 타고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은 '평상심이 곧 도'라는 경지를 구현한 것일 뿐, 실천에서 굳이 외재적 형식을 추구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끽다거(喫茶去 차를 마셔라)"라는 공안으로 유명한 당대 조주(趙州) 선사는 ”기려멱려(騎驢覓驢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다)’라는 공안도 제기했는데, 본심을 소홀히 하고 밖에서 법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은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소 소박한 붓놀림과 인물의 표현, 그리고 당시 남송 불교계의 태두이었던 무준사범(無準師範) 선사가 제찬을 쓴 것으로 보아 선승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림 왼쪽 위의 공간에는 “우래산암 인려작마 경산승사범서(雨來山暗 認驢作馬 徑山僧師範書, 비가 내려 산이 어두우니 나귀를 말로 그렸다. 경산승 사범쓰다.)”는 제찬이 쓰여있다. 무준사범(1179-1249)은 이름이 사범이고, 호가 무준으로, 사천성(泗川省) 자통현(紫通縣) 출신이다. 그는 9세에 음평도흠(陰平道欽)으로 출가하였고, 남송 광종 연간인 소희(紹熙) 5년(1194)에 구족계를 받았다. 송대 영종(寧宗) 경원(慶原)원년(1195년) 성도(成都)의 정법사(正法寺)에서 하안거를 하였다. 20세가 되어 그는 육왕산(育王山) 수암(秀岩) 스님을 모셨다. 그 당시, 임제종(臨濟宗) 대혜종고(大慧宗杲)파의 승려인 불조덕광(佛祖德光)이 육왕산 동사(東寺)에 살고 있었으며, 이곳에 많은 수행자들이 모여들어 남동지역에서 법석이 가장 성행하였다. 무준사범은 "남송 불교의 지도자"로 추대되었으며, 일본에 차 문화를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동국대 명예교수ㆍ수묵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