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스님의 동화로 읽는 화엄경 이야기】 “진언의 왕, 능엄주를 기도하라”

㊹ 천궁 정념왕의 왕녀 천주광

2025-06-02     민제 스님

 

선재 동자와 보리가 마야 부인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려 할 때 마야부인이 보리의 손을 잡았다.
“착하고 착한 보리야, 내게 편지를 쓴 짜라마노에게 보리가 대신 내 말을 전해줄 수 있겠니? 부탁한다.”
보리가 마야부인의 따뜻한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네,네”
“내가 이삼일 후에 짜라마노를 찾아간다고 전해주겠니? 그리고 짜라마노의 엄마에게는 이제부터는 기도할 때 ‘능엄주’를 염송하라고 해. 부처님의 이마에서 찬란한 빛이 나오는 진언이야, 그래서 ‘대불정다라니’ 라고도 해.”
선재 동자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능엄주 ! 대불정다라니요?”
마야부인이 대답했다.
“응, 우리는 하루에 108번씩 염송하고 있지. 자세한 것은 내가 천주광 왕녀, 즉 하늘 아씨에게 일러주라 할 테니 설명은 천주광에게 듣도록 하여라.”
선재 동자와 보리는 합장을 한 뒤 절을 하고 도리천궁으로 향했다.

며칠 후, 짜라마노의 꿈에 마야부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꿈속에서도 자상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짜라마노를 안아주며 말했다.
“짜라마노, 너의 편지는 잘 읽었어. 너의 아빠가 십수 년 동안 엄마와 너를 괴롭힌 것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어. 하지만 너의 아빠도 자기가 지은 죄를 참회하면 다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해. 어찌 되었든 죄를 지은 것에 대해서는 인과응보로 벌을 받고 그 업이 다 소멸되어야 복락을 누릴 수 있지. 그걸 ‘업진복락’ 이라고 해. 아마도 머지않아 아빠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말도 못 하고 몸을 제대로 쓰지 못 하는 벌을 받게 될 거란다. 그러나 진심으로 참회하고 너와 엄마에게 용서를 빈다면 그는 반드시 낫게 될 거야. 대신에 사고로 죽는 것은 내가 막아줄게. 왜냐하면 너의 아빠도 꼭 살아서 오랫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고 용서를 빌 기회는 줘야 하거든. 그래야 나중에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너와 엄마는 놀라거나 너무 슬퍼하지 말고 아빠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야 해”
짜라마노는 잠결에도 흐느끼며 물었다.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마야부인이 짜라마노의 눈물을 닦아주며 대답했다.
“능엄주 기도를 하여라. 능히 모든 것을 다 이루어주는 기도란다.”

능엄주 사경=민제보현 스님.

짜라마노는 꿈속이지만 벌떡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정말 부처님의 어머니시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능엄주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세히 알아보고 엄마랑 열심히 기도할게요. 그래서 나중에 꼭 아빠랑 셋이 함께 소풍을 가고 싶어요.”
선재 동자와 보리는 마야부인이 일러준 대로 도리천궁을 찾아가 천주광 왕녀를 만났다. 선재 동자는 모든 선지식에게 하는 것처럼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 하니 거룩한 왕녀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니 말씀해 주시옵소서.”
천주광 왕녀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어 천주광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천주광이라 함은 하느님의 광명으로 자비와 지혜를 잘 써서 밝은 빛으로 어둠을 밝힌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를 다른 말로는 ‘천주님’ 혹은 ‘하늘 아씨’로 부르지. 나는 중생들을 모든 생각에 잡념을 없애고 깨끗하게 해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단다.”
보리가 ‘하늘 아씨’라는 말에 큰 믿음이 생기자, 천주광 왕녀에게 물었다.
“근데 마야부인이 말씀하셨는데, 하루에 108번씩 염송하신다는 능엄주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천주광 왕녀가 말했다.
“아, 능엄주! 강하고 단단해 모든 것을 다 제압해 버린다는 진언이야. 쉽게 요약하자면 첫째,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의 진언이고, 둘째는, 불교 진언 중 554 구절로 가장 길단다. 셋째, 악업과 장애를 제거해서 오랜 옛날부터 전쟁을 겪거나, 환란을 겪을 때 널리 염송되었지. 넷째는 부정한 에너지와 나쁜 기운을 정화 시키고 다섯째는 덕이 높으신 고승들이 능엄주 효능에 대해 널리 알리고 적극 권장 하셨지. 여섯째, 우리 부처님께서도 능엄주로 깨달음을 얻어 득도 하셨다고 해. 그래서 능엄주를 수지하거나 집에 두면 한평생 악독한 마귀들과 재해를 막아주어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게 한단다.
자, 이제 알았지? 능엄주와 내가 비슷한 점은, 나는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내려오는데 능엄주는 부처님의 이마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지듯 진언이 나온다는 거야. 정말 대단하지 않니? 근데 마야부인께서 왜 능엄주 기도를 하라고 하셨어?”
선재 동자가 대답했다.
“짜라마노라는 아이의 아빠가 십수 년 동안 엄마와 아이를 괴롭혔대요. 그래서 마야 부인에게 편지를 썼는데 마야부인이 능엄주 기도를 하라고 하셨어요.”
천주광 왕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가 능엄주를? 어른들도 잘 모르고 또 못하는데….”
보리가 선재 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나는 능엄주를 잘 모르는데…. 아니, 사실은 처음 들어봤어. 근데 오빠는 좀 알 것 같아?”
천주광 왕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잘 몰라, 능엄주는 천수경이나 아미타경 등 흔히 독송 되는 다른 경전들에 비해서 발음하기도 어렵고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어른들도 잘 모른단다. 하지만부처님의 가르침 중, 능엄주가 가장 길고 중요하기 때문에, 아까도 말했듯이 진언의 왕이라 해. 그래서 불교의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능엄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대불정다라니라고 하듯, 부처님 정수리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은 모든 종류의 어둠과 장애를 떨칠 수 있고 능엄주를 독송하게 되면 사람들이 온갖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진언의 힘이 생기게 된단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여러분들이 미래의 부처가 되는 거지. 처음에는 조금씩 짧게 나누어서 염불을 하고 차차 늘려 가면 어린아이들도 할 수가 있게 돼. 짜라마노는 엄마와 같이 절에 가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읽고 짜라마노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되니까, 불교 수행자라면 누구든지 깨달음을 얻고, 번뇌를 끊기 위한 아주 강력한 최고의 수행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매일 하다 보면 기도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기쁨도 크단다.”
선재 동자는 천주광 왕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능엄주를 잘 몰랐던 것에 부끄러운 점도 있었으나, 앞으로 열심히 독송해서 능히 장엄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자 괜스레 마음이 설레였다.
보리가 그런 선재 동자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
“오빠,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 나도 좀 기분 좋아지게 알려 줘.”
천주광 왕녀는 이미 선재 동자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서로의 손을 잡게 한 뒤, 웃으며말했다.
“자, 이제 선재 동자도 마음먹었으니, 보리도 같이 능엄주를 염송하거라.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셋이, 넷이 하는 게 몇 배 더 큰 힘이 생기고 효력도 좋아지지. 짜라마노 가족들도 서로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얼마 후, 짜라마노 아빠는 비가 오는 날. 길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짜라마노와 엄마는 꿈속에서의 마야부인 당부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능엄주를 염송했다. 짜라마노의 아빠는 아직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지만 빨리 참회해서 그들 가족에게도 부처님의 찬란한 빛이 함께 하기를…. 옴 아비라훔캄 사바하.

--한국불교신문 2022년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