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새긴 자수, 역사ㆍ예술적 가치 조명

부처님오신날 기념 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5월 2~7월 27일, ‘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 역대 큰스님들의 가사 일반에 처음 선보여

2025-05-08     김종만 기자
조선시대 선조가 사명대사에게 내린 가사.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불교 자수공예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를 5월 2일부터 7월 27일까지 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출품 이후 47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보물 ‘자수 가사’가 5년간의 복원작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고(故) 허동화(1926~2018) 전 한국자수박물관장으로부터 기증받은 보물 ‘자수 가사’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와 함께 복원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해 온 ‘불교 공예 유산’을 다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가사(袈裟)는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들이 중요한 불교의식 때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말한다. 수행자에게는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결심의 옷이고, 제작자에게는 공덕을 쌓는 옷이며, 이를 바라보는 중생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신앙의 상징이다.

보물 ‘자수 가사’는 19세기에 제작된 유물로 삼보(三寶), 즉 불보살과 불교경전, 부처님의 제자인 존자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수놓아진 가사다. 현존하는 가사 중 화면 전체에 ‘삼보’의 이미지가 오색실과 다채로운 자수기법으로 묘사된 유일한 유물로 1979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전국 주요 사찰에서 소중히 보관해 온 고려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큰스님들의 가사와 영정, 왕실 발원 불교 자수 작품 등 총38건 55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 중 61%에 해당하는 23건 29점이 국보, 보물 등 국가 지정 문화유산으로 일반인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유물들이다.

이번 전시에 태고총림 선암사도 ‘삼보명 자수 가사’를 출품했고, 대흥사, 수덕사, 용화사, 월정사, 청룡사, 표충사, 해인사, 화엄사 등 전국 유명 사찰들도 그동안 비공개 상태로 신성하게 모셔왔던 가사가 다수 포함돼 전시된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에게 내린 가사와 장삼, 병자호란 때 승려 군대를 이끈 벽암대사에게 인조가 내린 가사 등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존경받는 스님들의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조선 태종 15년(1415)에 만들어진 ‘연당문 자수 사경보’와 같은 왕실에서 만든 자수 작품을 퉁해 한국 자수공예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연당문 자수 사경보’는 내소사 소장 보물 〈백지묵서묘법연화경〉을 덮는 보자기로 가는 실로 봉황과 오리 등 각종 무늬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현존하는 자수 공예품 중 수작으로 손꼽혀 향후 국가유산 지정이 기대되는 유물이다.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지상 스님이 만든 가사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태고종 소속 전통가사연구원장 지상 스님의 가사 작품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지상 스님 작 25조 홍가사는 바탕에 산스크리트어 ‘옴’자가 반복되는 붉은색 비단을 사용했다. 일월광첩은 하단에 파도와 연꽃, 가운데에 달토끼와 삼족오를 크게 배치하고 위로 오색구름이 피어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천왕첩은 각 방위의 사천왕을 그림으로 수놓아 사실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우리 전통 홍가사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