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통의식 교육센터 개설로 스승의 유교 꼭 실천하겠다“
[인터뷰]-태고명인으로 지정된 지허 스님
“자네 혼자만 쓰라는 게 아니라 후대에 꼭 전해야 하네.”
지난 3월 21일 태고명인으로 지정된 지허 스님(한국불교태고종 불교문예원장, 시흥 천수사 주지)은 지금은 유교(遺敎)처럼 남겨진 스승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스님은 1993년 봉원사에서 벽응 스님(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범패 보유자)으로부터 태평소 음악(대취타, 염불, 천수, 요잡)을 전수받았다. 그때 벽응 스님은 지허 스님에게 이런 말을 간곡히 전했으나 그 의미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벽응 스님이 2000년 입적하고 나서 존재감이 갈수록 옅어지자 태평소 음악도 점차 소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더욱이 요즘 한 켠에서 이루어지는 태평소는 시대 추세에 따라 멋과 흥을 가미한 음악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벽응 스님계 태평소 종교음악은 선이 곧고 장중하며 기교가 없다. 모든 것은 충실한 기본기로 익혀져 있어야 함에도 멋과 기교를 내세우는 현대적 기류에 편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불교의식의 핵심은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것으로 멋과 기교를 부리는 건 맞지 않다.
지허 스님은 지금에 와서야 벽응 스님이 태평소를 사사하면서 “자네 혼자 쓰라는 게 아니라 후대에 꼭 전해야 하네”라고 간곡히 말씀하신 뜻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벽응 스님계의 태평소가 소실돼 가고 있는 현실과 종교음악의 변질이 솔직히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허 스님은 이를 꼭 원형대로 전승 보전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이 들었다. 총무원에 종규 <명인지정 규정> 제4조에 따라 신청하고 제7조에 따라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명인지정서를 발급해 전달했다. 그럼으로써 지허 스님은 명인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다름 아닌 벽응 스님계 태평소 음악으로 명인으로 지정된 만큼 이를 후대에 전수해야 하는 것이다.
“불교문예원 산하 또는 종립 동방불교대에 ‘불교전통의식 교육센터’를 만들어 교육 및 전승사업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지허 스님은 종단 소속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전승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종교음악과 관련된 주변 전문인사들이 대취타에 대한 연구와 시행을 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대취타가 군인행진곡 의전에 쓰이고 있는데 대취타는 불보살님을 이운하는 의식이나, 공양하는 의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곡명은 비슷해도 내용과 태평소 전개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허 스님은 향후 범패 작법 등 모든 태평소 기능은 불보살님의 이운에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 보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말로 태고명인 지정 소감을 마무리했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