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칼럼】승려의무금 인상에 대해
모든 종교가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 뒷받침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불교는 출가와 재가의 이중구조(二重)로 이루어져 출가자는 청정을 바탕으로 계율에 의한 수행생활을 영위하면서, 불사를 일으켜서 삼보정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 힘을 쓰며, 그로 인해 재가자로부터 절대적인 귀의와 신망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재가자는 물질로써 삼보께 공양하고, 출가자는 법으로써 재가자의 불심을 키워줘야 한다. 이처럼 불교 교단은 재시(財施)와 법시(法施)가 상호 원만히 이루어져야 공존할 수가 있다. 종단 운영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종단은 1954년부터 이듬해까지 총 여덟 번에 걸친 장로 이승만의 불법 유시로 말미암아 선배 스님들이 지키며 살아온 수행처를 빼앗기고 거리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기독교인인 이승만 장로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앞세워 그 당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귀의처였던 불교를 말살하고, 소위 “기독교의 나라”를 건립하기 위한 헛된 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선배 스님들은 자신들이 머물던 수행처 아래에 비록 초라하지만 다시금 수행처를 건립하여 전법과 포교를 이어 가면서도 1970년 1월15일 “한국불교 태고종”을 탄생시켰으며, 이후에도 정권의 온갖 탄압과 억지 속에서 1970년 5월8일 불교단체등록법에 의한 행정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문화공보부(지금의 문화관광부)에 등록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권의 억압 속에서 탄생한 우리 종단에 등록된 종도와 사찰의 수는 많았지만 수행처에서 쫓기다시피 나왔기에 종단 운영에 경제적 기여를 할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종무행정을 관장하는 총무원사가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종무직원들 임금조차 지급치 못하던 시절인 1970년대 중반부터 경산 3사(봉원사, 안정사, 백련사)를 중심으로 서울, 경기, 충청 지역 사찰이 모여 합동 방생법회를 봉행하였고, 여기에서 마련된 불사금으로 종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80년 후반까지도 총무원에는 ‘3월의 보너스’라는 생소한 제도가 있었다. 이는 매년 3, 4월에 열린 합동 방생법회를 마쳐야 밀렸던 종무 직원의 임금과 약간의 보너스가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총무원에서는 승려의무금 인상안을 발표하였다. 물가상승과 종무행정의 확장으로 인한 종단운영의 원활함을 위해서란다. 다소 늦음감이 없지 않으나 크게 환영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4대 의무가 있어 이 의무를 이행한 국민에게 권리가 주어지듯, 우리 종도들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의무 이행시 상응하는 권리가 주어진다.
모 종회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종단의 2023년 수입 결산에 종도들이 납부한 승려의무금이 예산의 60% 정도라고 하며, 이 중 일부는 의무금 체납에 따른 각종 권리가 제한된 종도의 억지 납부(?) 수입이라고 한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종단에 소속된 종도들이 의무 납부금에는 국세 성격의 승려의무금과 지방세 성격의 사찰분담금이 있다.
종단에 소속된 종도라면 누구나 승려의무금을 총무원에 납부해야 하고, 사찰 분담금은 종단에 등록된 사찰이라면 당연히 지방교구 종무원에 납부해야 한다고 종법에 명시되어 있다.
실제 종단 소임을 맡아본 필자로서는 총무원이나 지방 교구 종무원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근래 들어 각 종단의 종세(宗勢)는 대부분 예결산액으로 판가름 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적자 종단이라 자부하면서 무수한 전통문화를 계승해 오고 있고, 많은 사찰 수와 종도를 지닌 우리 종단이지만 그 규모에 비해 나타난 초라한 예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세(宗勢)가 높을수록 종도들의 종단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대 사회적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불자들의 종단 신뢰감도 깊어질 것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통영 보현사 주지ㆍ(사)나누우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