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행적과 미공개 사진 100여 장 게재
법정 스님 원적 15주기 추모 평전 우리 시대에 다녀간 ‘영혼의 스승’
비구 법정
여태동 글, 덕조 스님 감수
중앙출판사 간
값 29,000원
“법정 스님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의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항거하며 사회민주화에 앞장선 시대의 선지자였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우리 시대에 전하고 2010년 홀연히 원적(圓寂)에 든 법정 스님(1932∼2010)의 15주기를 맞아 스님의 일생과 사상을 조명한 평전 《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다녀간 영혼의 스승》이 출간됐다.
이번에 나온 《비구 법정》에는 그동안 알고 있던 자연 친화주의자이자 에세이스트로서의 법정 스님이 1960년대부터 원적에 들기까지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앞장선 ‘시대의 선지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으며 법정 스님의 가르침 연구를 위해 집필 원고 350여 장도 수록해 스님의 원문 가르침을 접할 수도 있다.
이 책은 30년 넘게 〈불교신문〉 기자로 재직하며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한 여태동 기자가 2020년 받은 ‘법정 스님 인물연구 1호 박사논문’인 〈법정의 시대정신 형성과 전개과정 연구〉와 2020년 불교언론문화상(신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서울 길상사 주지)이 감수해 ‘법정학’ 연구에 밀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인 여태동 기자〈사진〉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해남 선두리와 목포, 흑산도, 광주 정광중학교, 통영 미래사 등 법정 스님의 향기가 담긴 곳곳을 찾아다니며 〈불교신문〉에 법정 스님의 생애를 다룬 ‘무소유의 향기’를 연재했다.
《비구 법정》에는 저자가 현장을 취재하면서 발굴한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청년 시절의 행적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법정 스님은 중학교 시절부터 목포로 유학하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증거의 성적표와 스님의 절친한 친구였던 전남대 박광순 명예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2023년 작고)의 강연과 회고록을 통해 학창 시절의 비화(祕話)도 담겨 있다.
또한 (사)맑고 향기롭게와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 고(故) 박광순 교수 및 유가족, 파리 길상사 초대 주지 천상 스님, 김정숙(현대문학사 편집자로 《무소유》 원고 청탁 및 수령자이자 책 제목 기여자, 기타규슈시립대 및 구마모토대학 교수 역임) 씨의 협조로 미공개 사진 100여 장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1986년 대학교에 입학 후 송광사 대구포교당인 삼덕동 관음사에서 열린 사상강연회에서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나 큰 덕화를 받았다. 이후 경북대 불교학생회에 입회해 불교활동을 시작했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구·경북지부에서 활동했고, 육군 7사단 연승사(강원도 화천)에서 불교군종병 생활을 했다. 그 인연으로 1994년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40년이 넘게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며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불교계를 대표한 사회민주화 인사로서의 행적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 법정 스님은 출가 전부터 많은 독서량이 있어 출가 후에는 아주 빠르게 불교를 깊이 체화했고, 해인사에서는 팔만대장경을 탐독한 후 운허 스님을 도와 《불교사전》을 편찬했고 한문으로 된 팔만대장경을 한글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학문적 토대 위에 집필된 법정 스님의 저서에는 초기 불교사상에서부터 반야·법화·화엄·선사상 등 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실천적인 가르침이 녹아 있다.
출가 후에도 법정 스님은 해인사 학인 시절 문학과 철학·예술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공부했고, 함석헌 선생, 장준하 선생, 황산덕 교수 등 당대의 석학들과 대화하며 사회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넓혔다.
이러한 법정 스님의 식견은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의 험로에서 불교계를 대표하는 민주화 인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1974년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내려진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해서 법정 스님은 봉은사 다래헌에 주석하며 ‘헌법개정 청원운동’에 불교계 대표로 참여해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여기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법정 스님은 시와 글을 자신이 편집위원으로 있었던 〈씨ᄋᆞᆯ의 소리〉에 게재하기도 했다.
-김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