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2월 5일~11일, 세종문화회관 사경작품 총 160여 점 선보여

2025-02-04     신위현 기자
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포스터.

 

한국사경연구회(회장 박경빈)는 2월 5일~1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에서 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을 개최한다. ‘장엄법계실보경(莊嚴法界實寶經)’이라는 주제로 79명의 회원들이 총 16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번 전시회는 전통사경을 계승한 작품과 다양한 기법의 현대사경 등을 전시한다. 권자본, 절첩본 등의 전통사경, 액자, 족자 등의 현대사경들이 서각, 자수, 자개 등의 표현기법을 사용했다. 전통 종이 백지, 상지, 감지, 색지, 홍지 등의 전통 종이에 먹으로 사경한 묵서, 금과 은으로 사경한 금・은니, 경면-주사, 주묵 등 다양한 재료가 함께 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도 다수 선보인다.

사경은 기본적으로 진리의 말씀을 담은 문자의 서사이다. 경전의 서사는 진리와의 합일을 추구한다. 즉 불교 진리에 입각해서 이루어진다.

 

관음 스님 작 ‘42수보라색은니’

작품 중 관우 스님의 ‘42수보라색은니’는 보라색 종이 위에 관음수주 42수가 은니로 중생의 근기에 따라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조미영 작 ‘화엄석경’

조미영의 ‘화엄석경’은 단정한 궁체 정자로 화엄석경의 유래를 흔들림 없이 또박또박 보여준다.

 

남영록 작 ‘관세음보살청련화수진언’

남영록의 ‘관세음보살청련화수진언’은 옻칠한 나무 위에 자개로 사경을 했다.

명예회장 김경호 사경장은 격려사에서 “마음과 경권을 아름답고 여법하게 최상으로 장엄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사경의 첫걸음이다. 한결같은 정진으로 사경을 하는 경필사님들께 무한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전시회에 동참한 어느 관계자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 전시회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통 사경에서 사용되는 사경붓은 수많은 손질을 하며 다듬은 ‘털’로 이루어진다. 이 털들이 모여 붓이 되고, 다시 서로 화합과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점획을 표현해낸다. 전통사경에서 사용되는 문방사우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재료가 사경장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고 마침내 경권이 이루어진다.

최상의 상징성과 기능성을 지닌 각각의 재료와 도구들을 운용하는 주체는 바로 진리에 입각한 마음이다. 더하여 붓을 잡는 집필법은 허(虛)와 실(實)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다. 붓을 잡는 손등이 실이라면 손바닥은 허가 된다. 안과 밖, 즉 양극단에 해당된다. 이 둘은 힘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운필한다.

운필이 이루어지는 바탕지 즉 종이는 횡(橫)으로 펼쳐진 공간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붓은 종(縱)으로 곧게 세워지며,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사경 공부에 있어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조화 이치가 바로 중도이다. 그 바탕에 삼매가 자리한다.

사경에 있어 점획의 구사와 결구법은 중도의 원리에 입각해 이루어졌다. 동양의 전통 붓은 보통 원추형이다.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글씨를 씀에 있어 점 하나를 찍더라도 원추형 붓의 360° 모두를 사용한다. 더하여 동양 서예의 기본인 역입은 허공에서 이루어지는 허획으로부터 사경지 위에 이루어진다. 중봉이 기본이다. 한 획을 긋더라도 원추형 붓끝이 획의 중앙을 지나간다. 이것은 불교의 ‘중도’의 원리에 입각한다.

한국사경연구회는 국가무형유산 제141호 김경호 사경장이 2002년 창립됐다. 동국대학교박물관에서 제1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을 시작으로 중국 제남, 뉴욕, LA 등의 해외 초대전과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의 초대전을 거쳤다. 올해로 제20회를 맞이했다.

-신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