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잔 차 스님의 법문집 출간

유머와 소박한 삶들 소개돼

2024-12-16     신위현 기자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개정 3판)

잭 콘필드, 폴 브라이터 편

김윤 역

침묵의 향기

값 16,800원

상좌부 불교를 대표하는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과 일화를 엮은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이 개정・출판됐다. 세 번째 개정판이다. 아잔 차 스님 밑에서 실제 수행을 했고 불교와 명상 관련 서적 저자로 널리 알려진 잭 콘필드와 폴 브라이터가 엮었다. 선불교의 선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숭산 스님이 서문을 쓰고 추천했다.

가르침 위주의 딱딱한 여느 책들과는 달리, 잭 콘필드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따뜻한 남방 지역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잔 차 스님의 유머와 소박한 삶들과 함께 잘 녹아 있다. 스님의 법문과 일화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실제로 태국의 숲속 수도원에 가 있는 듯하다.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쉽다. 일상생활에서 예를 들어 알아듣기 쉬운 법문이 책장마다 생생한 가르침을 전한다.

스님은 마음을 물소에, 수행을 물소 돌보는 일에 비유한다. 스님이 말하는 위빠싸나 수행법은 단순하다. 아무것도 붙잡지 말고, 심지어 깨달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집착하지도 거부하지도 말고 중도(中道)를 걸으라 말한다. 핵심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스님은 삶이 곧 수행이므로 삶 속에서 수행하라고 가르친다. 좌선하며 명상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며, 일상생활 중에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 길을 걷고 설거지하고 청소할 때도 알아차림으로써 하면 그것이 곧 수행이라 말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알아차림을 계속 유지하라고 말한다. 세상에 법(法) 아닌 것은 없으며 어디에나 법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완전히 열려 있다. 일부 서양인 스님들의 크리스마스 기념 행위를 못마땅해하는 태국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붓다마스’라고 짓자고 하며 함께 기념하자고 말하는 일화나, 기독교를 ‘기독불교’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에피소드 등에서 스님의 이러한 열린 마음, 서로 다른 모양들의 밑바탕에 깔린 동일성을 보는 통찰력을 살펴볼 수 있다.

아잔 차 스님은 1918년 6월 17일, 태국 북동부 지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관례에 따라 3년 동안 출가했다. 돌아와서는 집안의 농사일을 거들다가 다시 스무 살 때 정식으로 출가했다. 스물네 살 때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며 수행하다가 아잔 문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7년간 숲속 수행의 전통에 따라 수행했다. 1954년에는 고향 마을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 고향 인근의 밀림 지역에 머물렀다. 그리고 제자들이 하나둘씩 찾아오며 ‘왓 바퐁’이라는 수도원이 시작됐다. 이후 아잔 차 스님은 상좌부 불교의 대표적인 큰스님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동서양의 수많은 제자에게 가르침을 전하다가 1992년 1월 16일 열반에 들었다.

-신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