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일미】바이런 케이티

2024-12-09     신승철

 

‘내’가 행위자가 아님을 줄곧 보았습니다. 당시엔 그걸 표현할 언어가 없었지만, 내가 본 것은 ‘나’라는 개인 너머의 어떤 무엇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그것은 ‘나’ 라는 개인이 아니지만, 또 한 나입니다,..모든 일이 행위자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경외감, 내가 보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으로 흘러넘치는 가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붓다라는 것, 그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라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의 배후에 살아 있는 평화, 나의 의식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앞의 전경에는 끊임없이 떨어짐과 상실이 있었고, 뒤의 배경에는 완전한 평화가 있었습니다, 늘 부서지는 것은 어쨌든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늘 사라지고 있었고, 평화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 평화는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전(금강경)에서 붓다가 전하는 말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 아주 정확하고 세밀해서 다른 말을 조금도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나는 또한 나를 찾아오는 사람의 발밑에 앉아 있고, 풀잎 하나, 먼지 하나의 발밑에 앉아 있습니다. 자신이 붓다의 발밑에 앉아 있는 붓다임을 깨달을 때, 당신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발견합니다, 이 맑은 마음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습니다.

나도 없고 남도 없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진리도 없고 비진리도 없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분리된 것들은 없으며, 분리되지 않은 것들도 없습니다, 당신의 바깥에는 세상이 없고, 당신의 안에도 세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명의 ‘당신’이 있다고 믿기 전에는 당신은 아직 세상을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세상이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에게는 두 가지-당신과 세상-가 있습니다, 당신의 바깥에 세상이 없다고 믿어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그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둘은 없습니다, 둘은 혼란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오직 하나만 있고 그것조차 없습니다, 세상이 없고, 자아가 없고, 물질이 없습니다, 오직 이름 없는 앎(알아차림)만이 있을 뿐입니다...이른 바 보편적 진실이라는 것도 사라집니다. 그런 것들도 없습니다. 마지막 진실-나는 이것을 ‘마지막 이야기’라고 부릅니다-은 “신은 모든 것이다. 신은 선하다”입니다,-나는 ‘신’이라는 말을 ‘현실’과 동의어로 사용합니다. 현실이 다스리기 때문입니다.

위 내용은 바이런 케이티가 《금강경》을 나름 해독한, 그녀의 책 《당신의 아름다운 세계》에서 발췌한 것이다, 가슴 안에서 흘러넘치는 진실을 담고 있는 그녀의 글. 쉬이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 극심한 우울증에 자살충동, 대인공포증과 알코올 중독까지 겪던 그녀가 어느 날 요양원 다락방 바닥에 누워있을 때, 우연히 다리에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홀연히 그 모든 괴로움에서 훌훌 털고 일어섰다. 그녀에겐 스승도, 종교도 없었다. 이전에 무슨 영적 관련 책을 읽은 적도 없다. 한 순간, 촉(觸)을 통해 무아에 대한 통달을 한, 이른바 돈오돈수의 경험이었다. 그녀를 통해 역시 우리 모두는 신성(神性)의 내재 내지는 이미 성불(成佛)이 된 존재라는 것의 확인이었다. 대개는 다만 오염되거나 삿된 생각에 가려져 스스로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병(甁,현실)속에 갇힌 새여. 한 생각 돌이켜 문득 깨어나면, 일승(一乘)의 한 맛을 느껴봄에,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게 됨이다.

-시인ㆍ블레스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