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함께 하는 10인 10색 차 이야기
차와 인문학 영화로 쉽게 풀어
영화, 차를 말하다 3
서은미 외 지음
자유문고
값 24,000원
오래도록 인류와 함께 한 차는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역할과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어 왔다. 누군가에게 밥 먹고 물 마시는 것처럼 일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수행의 도구 역할이었다. 차의 종류는 무수히 많고, 향미 또한 다양하고 효능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런 다양함을 《영화, 차를 말하다 3》은 영화 줄거리와 함께 ‘차와 함께하는 인문학의 세계’로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에서 10인의 차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영화와 함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차’와 ‘다구’, ‘차 예절’과 ‘문화’. ‘역사’ 등을 소개한다. 다시 각자 활동하고 있는 전문 분야의 시각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렇게 엄선한 영화는 △차가 가지는 가치와 역할 △홍차 예절 및 겉과 속의 조화 △일본 화과자와 가메이(菓銘) 문화 △차에 사용되는 다양한 다구 △차 맛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물 △조폭과 스님까지도 소통시키는 소통의 아이콘 차 △사헌부 관리들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차를 마시는 시간 △보이차의 최대 산지 운남을 배경으로 하는 차와 커피 이야기가 되었다.
먼저 차 인문학 연구하고 있는 김경미는 세계적인 거장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를 통해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차가 가지는 가치와 역할에 대해 다룬다.
홍차와 홍차 문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김현수는 대영제국을 60년간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과 식민지 출신 시종 압둘의 일화를 다룬 <빅토리아 & 압둘>을 통해 홍차 예절과 문질빈빈(文質彬彬), 즉 겉(형식)과 속(내용)의 조화로움을 말한다. 티타임 등 차문화가 흥성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홍차 문화와 함께 상류부터 노동자 계층에 이르기까지 영국을 대표문화로 자리 잡은 차문화도 함께 소개한다.
일본차문화 스터디와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노근숙은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통해 일본의 화과자와 가메이(菓銘) 문화를 소개한다. 특히 일본 차문화와 맥을 같이 하는 화과자의 ‘명(銘)’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다양한 이야기 즉 일본 고유의 차문화를 재해석한 ‘모노가타리’를 들려준다.
차와 다구의 매력에 빠지면서 공예 분야에 마음이 닿아 <한겨레신문>의 토요판 ESC섹션에서 공예품을 예찬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박효성은 영화 <경주>를 통해 차에 사용되는 다양한 다구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작가가 직접 사용했던 여러 공방의 다기를 소개하고 유명 차인들의 다구 사랑도 소개한다.
차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연구를 지속하면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서은미는 한국어판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차 맛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물을 두루 살펴본다. 저 멀리 중국의 육우와 휘종을 비롯해 이 땅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옛 문인들의 시까지 두루 살펴보며 차의 맛을 위해 물에도 관심을 보인 차인들의 진심을 소개한다.
차문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차와 불교, 다도철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양홍식은 영화 <달마와 놀자>를 통해, 조폭과 스님까지도 평화롭게 소통시키는 차의 역할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불가의 화두와 다반사, 영화 촬영지 김해 은하사의 유래와 가야불교, 장군차도 소개한다.
한국차문화사와 한국차와 중국차의 고전을 강의하고 있는 조인숙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장면에 등장하는 ‘차’와 다구, 차를 마시는 시간들을 다룬다. 저자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다루는 다기와 주인공 서래의 집과 해준이 사는 집, 경찰서, 서래가 간병하는 집의 다구를 설명하며 차를 마실 때, 즉 다시(茶時)에 대해 소개한다. 찻잎을 따고 만드는 때, 차를 마실 때 모두 다시이고 조선시대 사헌부 관리들이 차를 마시며 정신을 번쩍 차리는 ‘다시’를 말한다. 이때의 다시는 사헌부 관리들이 차를 마시며 중요한 공사를 논하던 ‘다시’였다.
도예학과를 졸업한 후 전라도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남쪽 끝 보성으로 내려가 옹기 전승에 전념하던 중 보성의 차와 만난 홍성일은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도자 작업과 도자기 제작의 특성, 그리고 차문화의 관계를 성찰한다.
한국차문화학회 부회장, 국제차문화과학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홍소진은 세종과 장영실의 활약(?)을 다룬 영화 <천문>을 통해 영화 속의 찻잔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나아가 고려와 조선의 궁중 차생활, 다례와 절차, 궁중다례에 사용되던 여러 기물을 소개한다.
각종 언론매체에 차와 관련한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나마스테코리아 대표 하도겸은 영화 <커피 오어 티>를 통해 근현대의 대중문화 속에 자리한 차와 커피를 비교하며, 영화 속 등장하는 차와 커피에 대해서도 비교해 본다. 중국 커피 99%가 생산되는 운남 지역 보이차의 현재, 그리고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영화, 차를 말하다 3》은 교류와 소통의 도구인 ‘차’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복잡한 일상에서 힐링과 휴식의 아이콘이 된 차와 영화의 세계를 조금 더 색다른 시각으로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출판된 제1권은 영화를 매개로 하여 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은 일종의 차 입문서이다. 제2권은 여기에 더하여 차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그리고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수록했다. 그리고 이번에 출판된 《영화, 차를 말하다 3》은 1, 2권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다양한 차 관련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더욱 풍부해진 차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것이다.
-신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