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통해 전파된 불교 역사 소개
아프리카-아랍-벵골만-동남아-한반도까지
바다를 건넌 붓다(세계 불교 바다연대기)
주강현 글
소명출판
값 38,000원
《바다로 간 붓다-세계불교 바다연대기》는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있는 아시아의 바닷길 즉, ‘유럽 이전의 바닷길’로서 아시아 문명을 형성시킨 바닷길 네트워크의 원형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페르낭 브로델이 ‘액체의 역사’를 주창했듯, 이 책 역시 문병이 오고 간 액체의 역사를 불교를 매개로 보여준다.
불교는 갠지스 강가에서 탄생하고 강과 바다를 거쳐 벵골만을 통해 확산됐다. 강은 단순히 강에서 멈추지 않고 바다로 향한다. 갠지스가 바다로 향하는 벵골만은 불교가 동남아로 전파되는 중요한 루트였다. 또한 서쪽의 아랍과 아프리카로 향하는 출발점이었다.
저자는 이십여 년에 걸친 현장 조사에 근거하여 방대한 분량의 《해양실크로드문명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이의 자매 편에 해당될 수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 제1장 갠지스강 연대기, 제2장 스리랑카 연대기, 제3장 벵골만 연대기 1, 제4장 벵골만 연대기 2, 제5장 아라비아해 연대기 1, 제6장 아라비아해 연대기 2, 제7장 구법순례 연대기, 제8장 말레이반도와 시암만 연대기, 제9장 자와해 연대기, 제10장 메콩강 연대기, 제11장 남중국해 연대기 1, 제12장 남중국해 연대기 2, 제13장 한반도 연대기, 제14장 일본열도 연대기로 구성됐다.
설산 아래 갠지스 강가에서 태동한 불교는 벵골만을 통해 스리랑카로 보리수와 치아사리를 전하며 점차적으로 동남아의 미얀마, 말레이시아, 태국 등 바닷길로 동진했다. 서쪽으로는 아라비아해를 건너 아프리카 홍해의 항구 베레니카에서도 불상이 전해졌다. 동쪽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동쪽 끝의 아무르 강변과 사할린에까지 관음당이 존재했고, 그때의 비석이 프리모리예 즉 러시아 연해주 지역 박물관에 전해온다. 이렇게 불교 전파는 바다를 통해 동쪽과 서쪽 가장 먼 곳까지 도달했다.
벵골만은 인도아대륙의 남동부에 자리 잡은 스리랑카 북쪽까지 이른다. 벵골만에 부는 몬순 바람은 배들이 동과 서로 항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게 벵골만 바닷길은 북방에서 내려온 불교가 동남아로 전파되는 루트였고 힌두교도 벵골만을 가로질러 동남아로 전파됐다. 따라서 불교는 갠지스 강가에서 자라나 벵골만에서 확산됐다고 할 수 있다.
2,600년 동안 불법을 깨치고. 전한 분이 바로 부처님이다. 옛 사람들은 불법을 전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었다. 덕분에 인류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잡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처럼 세계해양불교사를 집대성하는 일은 험난한 파도를 넘는 구도행이자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문명의 바닷길을 연구하며 인도·스리랑카·파키스탄·미얀마·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그리고 중국과 대만·일본 등을 두루 둘러봤다. 그때마다 불적지가 나오면 일정을 살펴 가며 순례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방과 북방, 대승과 소승으로 나누면서 대립적 시각으로만 이해하려던 불교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저자의 이러한 작업은 역사학・민속학・인류학 그리고 불교학을 통섭하여 이 책으로 태어났다.
저자는 그동안 많은 저작을 저술해 왔다. 불교책은 처처불불(處處佛佛)로 흩어진 미륵불을 찾아 나섰던 《마을로 간 미륵》을 내놓은 후 35년 만이다. 이 책은 선·율·장 등을 분석한 종교서라기보다 역사서이다. 불교가 전파되어 나가는 바닷길 중심의 불교사로서 역사학, 지리학, 해양학 등이 매개된 책이다. 불교의 바닷길은 이제부터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며,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은 바다를 통한 불교의 연대기에 주목한다.
-신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