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2024-10-15     성해 스님

 

근래엔 선진국가의 척도가 사회적 소수자(小數者)와 약자(弱者)를 위한 정책수립과 국민적 포용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느냐에 있다고 한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란 인종, 민족, 언어,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구별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미흡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 사회적 약자가 그렇듯이 주류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수 사람들의 편견과 억압 등으로 극심한 불평등을 겪는다. 사회적 소수자라 하면 이주민, 난민, 탈북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다.

우리나라도 선진의식이 발달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따뜻이 보호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반영하듯 사회적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와 그에 따른 반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국가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집단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로 1857년 드레드 스콧 사건은 아주 유명하다. 미국에서 흑인 드레드 스콧은 존 에머슨이라는 군의관의 노예였다. 드레드 스콧은 자신을 노예로 부리는 주인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고 이 소는 미국 전역에 정치적 문제로 비화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흑인은 헌법상 연방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고 노예는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의 일부로서 절대 보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래서 드레드 스콧 판결은 미국 대법원 역사상 가장 최악의 판결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부처님의 제자 똥꾼 니다이는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어느 날 부처님이 제자 아난다를 데리고 사위성의 거리를 걷고 계셨다. 이때 똥통을 나르던 니다이는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옆길로 피했다.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게 송구했고 인분(人糞) 치우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벽에 부딪치면서 똥통을 깨뜨리고 말았다. 길은 금방 분뇨가 흐르면서 냄새가 진동했다. 니다이는 어쩔 줄 몰라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잘못을 빌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부처님은 이미 니다이의 마음을 헤아려 읽고 말씀하셨다.
“니다이야, 지금 너는 출가함이 어떠하겠느냐?”
“저같이 비천한 몸이 어찌 출가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 니다이야, 나의 법은 맑은 물이 온갖 더러움을 씻어 깨끗하게 하는 것과 같느니라. 또한 큰 불이 작고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지 않고 모두 태우는 것과 같다. 나의 법은 대해(大海)와 같은 것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 모두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빈부귀천(貧富貴賤)이 나의 법 앞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니다이를 성 밖 강으로 데리고 가 몸을 깨끗이 씻게 한 후 제자로 받아들였다.

다른 제자들이 니다이의 출가 소식을 듣고 부처님에게 강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불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며 제자들을 설득하셨다. 부처님이 이렇듯 사회적 약자를 편견 없이 포용하자 당시 인도사회는 부처님과 그의 제자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시했다. 불교교단이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와 같이 약자에 대한 포용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은 배척 대신 우리가 넉넉히 품어야 할 대상들이다. 불법을 실천하려면 어느 누구라도 억압받거나 차별 받는 일이 있게 해선 안 될 것이다. 진정한 자비심은 포용심에서 우러나온다.

-한국불교태고종 사회복지원장